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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든 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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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든 교정
성당미사를 마치고 늦게 찾은 70기수 체육대회가 열리는
모교교정,
70회부터 79회까지 매년 열리는 동문체육대회에 선후배
동문들이 하나가 되는 뜻 깊은 행사다.
나의 기수인 76회 천막을 찾으니 졸업30년 만에 처음 보는
반가운 친구들을 만나는 순간 30년 전으로 달려갔다.
빡빡 깎은 머리에 초록색명찰 그리고 호랑이가 양각된 빼지를
자랑스럽게 여기던 시절로 돌아간 것이다.
당시 학교주변은 허허벌판이었다.
화교들이 채소를 가꾸던 밭과 모내기철이면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논들이 교실창문 너머로 펼쳐졌다.
멀리 문학 산이 보이고 독쟁이 고개 화장터에서 시신을 태우는
시커먼 연기가 올라갈 때면 친구들은 피가 끓는 나이에도 죽음을
논하였다.
논들사이로 개천이 흘렀는데 거기에서는 한 아낙의 울부짖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하얀 천막이 쳐지고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알고 보니 어린아이가 개울가 웅덩이에 실족하여 익사하는 안타까운
사고로 창문으로 내다보는 대다수 학생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짓궂은 친구 몇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사건현장을 다녀와 신나게
떠들고 있었으나 난 속으로 떠들 일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였다.
왜냐면 나의 어릴 적 산골동네에 나 보다 어린 동네아이가 연못에
빠져 어린나이에 엄마와 헤어지는 뼈저린 슬픔을 보았기에 눈에 들어
오지 않은 책장만 열심히 넘겼다.
그날 저녁에도 어김없이 신기촌 독쟁이 고개에는 검은 연기가 타 올랐다.
며칠 후, 청룡기고교야구대회 인고와 동산고의 지역예선전이
숭의동 야구장에서 열렸다.
교복의 단추를 풀어 제쳐 보디색션도 선보이며 열띤 응원을 하였다.
수백 명이 가방을 무릎에 올려놓고 동산투수가 던질 때 마다 우 소리를
내며 가방을 손바닥으로 힘차게 두드리니 그 투수는 바짝 얼어 사사구를
계속 내더니 어이없게도 11대0으로 우리에게 졌다.
“잘 가세요! 잘 가세요!” 노래를 부르며 승리의 기쁨을 누렸지만
동산고에 다니는 동생도 맞은편 내야석에서 이 장면을 볼 것이 분명
하기에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저녁에 집에가 동생을 보니 이미 주둥이가 쑥 나와 있었다.
더 이상 동생과 나는 야구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도덕재무장운동(M.R.A)클럽 활동 시 만났던 인천의 명문 예쁜 누님들,
언제나 싱 어롱과 댄스를 가르쳐 주시던 마음씨 곱던 한 살 연상에 누님,
그러나 그것도 선배들이 빵집에서 따로 만나다 다른 학교 선생님에게
걸려든 사건이후로 학교에서 야외 활동을 금하는 바람에 그 어여쁜 누님들과의
만남은 원천봉쇄 되어 기약 없는 이별을 하고 말았다.
유신말기 서슬이 퍼렇던 시절의 동산고 교정 난입사건,
마음 속 짝사랑하던 남학교의 유일한 홍일점 불어선생님이 사랑을 찾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버린 일등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고삼시절 명문대 법대에 원서를 안 써준다고 가방을 싸 무단결석을 하며
고향 강화로 내려갔던 친구가 월요일 날 아침 혼 분식의 빌미로 너무 심하게
담임선생님에게 얻어터지는 것에 분개하여 선생님에게 “선생님! 입시를 앞둔
학생들에게 이거 너무 하신 것 아니십니까? “ 하고 대들다 나 또한 그
무지막지한 주먹과 발길질을 당하니 담임선생님이 교실을 나서자마자
분을 못 참고 애꿎은 앞에 앉은 친구의 책상을 뒤엎고 난리를 쳤다.
그러나 이 광경을 뒷문을 통해 묵묵히 보시던 선생님은 아무 말 없이
교무실로 향하셨다.
그날의 모습을 알고 있을 삼학년 교실은 지금도 말없이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점심을 마치자 인고의 표상 70회 세븐업회장님이 친히 우리 천막을
내방하심에 반가운 마음으로 동기들에게 선배님을 소개하고 잠시 정담을
나눴다.
한 친구가 갑자기 77회 후배들과 벌이는 소프트볼 결승전에 대타로
나서라는 것이다.
몇 년 전 수비를 보다 내 앞으로 굴러오는 공이 갑자기 큰 바위덩어리처럼
느껴져 에러를 하여 바로 교체된 기억이 남기에 머뭇거렸다.
그래도 9번 대타로 나가라기에 타석에 들어섰다 딱 한 번 헛손질을 하자마자
선수출신인 동기에게 야구방망이를 넘겨주고야 말았다.
올해도 가장 빠른 선수교체로 기록되었다.
그래도 배불뚝이에 흰머리가 날리는 친구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으니
더없이 행복한 하루였다.
행운권 추첨에서 일등상을 모교후배야구선수들을 위해 헌납하는 모교 애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인고인의 끈끈한 정을 느꼈다.
멋진 내년의 체육대회를 벌써 기약해 본다.
댓글목록 0
이환성(70회)님의 댓글
나도 어제 그자리 있었는데..//지난날들 어떻게 지속적으로 글 올릴수 있었는지..지금도 알수없네..
윤용혁님의 댓글
환성형님, 어제 오셨더군요. 사진상으로만 알 수 있었어요.
형님들 뵐려고 기웃거려도 아는 선배님이 성현형님 빼고 안계시더군요.
만나 뵈었다면 참 반가웠을 텐데요. 남헌 후배는 반갑게 만났답니다.
이환성(70회)님의 댓글
어제도 특근하는줄 알었네..창열도/용혁도
윤용혁님의 댓글
빨간 날짜는 특근이 없답니다. 환성형님, 야구경기시 응원만 하시던데 형님이
한방 날렸으면 무조건 홈런인데 동기들이 형님의 야구실력을 몰라주는군요.
탁구의 멋진 솜씨로 한방먹이면 잘하면 공이 교무실 유리창 하나정도는
날릴 수 있었는데 안타깝군요. 그래도 형님, 꾹 참고 계시다가 내년에 날리세요. 홧팅!
이환성(70회)님의 댓글
하나 챙긴 양식 써 먹어야겠네..스타팅맴버로 나가 2루땅뿔 잡다가 정강이 터짐..증거물 갖다댈꺼니..아까징끼 발러줘..윤약사말고 윤여사가..
이환성(70회)님의 댓글
인문님 대부 인고강교감에 내자리 양보했네..권리금도 못받고 신변방 용혁에 양보하듯이..ㅋㅋ
김우성님의 댓글
용혁 아우님. 오랜만에 교지에 실을 수 잇는 마춤한 글을 보네요. 이 글도 미추홀 교지로 퍼갈 생각입니다.게속해서 좋은 글 많이 쓰실 수 있도록 기원합니다.
장재학님의 댓글
선생님...선생님...ㅜㅡ 교권이 바로서야 나라가 삽니다~~~!
윤인문(74회)님의 댓글
용혁후배도 체육대회 왔었구먼..난 1시반까지 운동장에 있었는데 못봤네..어제 교육부 예산따오기 프리젠테이션때문에 일찍 나왔네..
윤용혁님의 댓글
김우성 선배님, 그간 안녕하셨어요?
그리하여 주신다면 저로서는 영광입니다.
테니스운동 지금도 열심히 하시죠?
늘 건강하세요.멋진 선배님.
윤용혁님의 댓글
재학후배도 오셨네. 맞네. 교권이 바로서야 나라의 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네.
인문형님이 1시 반까지 계셨군요? 점심을 먹지말고 74회 천막을 찾아야 하는데 아쉽군요.
형님의 장학관으로서 역활에 큰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박남호(87)님의 댓글
그날 많은 선배님들을 뵙지 못했지만. 지난해보단 많아보였구요 75회 형님들이 주는 조개구이 먹구 받아 먹은 귀한 술에 낮술이다보니 금방 취기가 돌아 환성형님이나 기타 여러분 뵙지 못하고 바로 출근했네요.
용혁형님에 추억담 새겨봅니다.
윤용혁님의 댓글
남호후배도 그날 왔었군요? 추억담을 공유해준 후배님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오윤제님의 댓글
선후배의 벽이 허물어진 신나는 날 이었겠군요. 말 그대로 우의가 칠칠 넘치는 세븐엎이오래토록 지속하길 바랍니다.
김우성님의 댓글
금년이 76기 졸업30주년 아닌가요? 기념으로 용혁아우님 뿐만 아니라 4-5명의 글이 교지에 실리면 좋을 텐데---.최근 74,75회에서는 기념으로 몇 편식 실었는데---.그럴 생각이면 8월말까지 원고를 보내 주셨으면 좋을텐데--.
윤용혁님의 댓글
오윤제 선배님, 인고인의 정신이 살아서 숨쉬는 듯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김우성 선배님, 맞습니다. 동기회에서 졸업30주년 준비를 진행중입니다.
동기회 회장과 의논하여 동기 4,5명의 글이 선배님께 전달 되도록 독려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우성님의 댓글
감사합니다. 이 전통이 계속 이어져서 우리 동문들이 재학생 후배들과 정신적인 교감을 하는 장으로 삼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