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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를 사랑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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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를 사랑 했노라
복학을 한 나에게 인천의 고등학교 출신이며 서울의 8개 약대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봉사와 친목모임을 맡겨
이끌어가는 중 유달리 눈에 들어오는 써클 여학생 후배가
있었다.
시를 사랑하고 여성스러우며 자색바지가 잘 어울리는
귀여운 후배였고 그녀를 만날 때면 청순함에 늘 깨지기 쉬운
투명한 유리잔 같았다.
학교 공부가 벅찬 가운데도 유달리 바이올린 연주를 좋아해
서툰 솜씨로 연주하던 머릿결 곱던 그녀, 찻집에서 만나
음악을 들을 때면 까만 눈망울이 반짝이던 산소 같은 그녀는
유달리 따스한 우유 마시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내가 가끔은 애기냐고 놀리면 빙그레 웃곤 하였다.
같이 본 “남과 여”라는 교육적 영화에도 얼굴 붉히며 수줍어하던
그녀는 늦은 봄 경춘선 열차를 타고 M.T를 가 강가에서 밤을
새워가며 인생을 논할 때 그 진지함이란 놀라울 정도였다.
가을 소요산 등반 시 힘들어 하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던 그녀의 보드라운 손결은 잊을 수가 없다.
한참이나 말없이 내 손을 잡고 산을 오르던 그 때는 내 마음을
꽉 채우고도 남을 행복 그 자체였다.
대학 가을 축제에 그녀를 초대하여 당시 학생이던 가수 주현미와
겨루던 나의 노래는 영국가수 클리프 리차드가 불렀던 비젼스
(VISIONS)라는 곡이였다.
기타를 치며 그녀를 위해 사랑의 마음 담아 혼신을 다해 부를 때
사랑스런 눈망울로 나를 응원하던 그녀가 아니었다면 주현미를
제치고 입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딱딱한 약대 공부도 그녀와 함께라면 즐겁고 행복했던 그 시절
그리고 그녀처럼 늘 따듯하게 대해 주시던 그녀의 아버지,
그러나 그런 만남도 그녀가 휴학 후 갑자기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후로 연락이 두절되니 오직 마음속 순수하게 사랑했던 나의 젊은
날의 그 사랑의 추억은 뇌리에만 남아 아련히 메아리친다.
아름답게 후배를 사랑했노라.
댓글목록 0
이환성(70회)님의 댓글
그녀가 아니었다면 주현미를 제치고 입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 사랑은 불가능을 가능케..===>그녀는 반드시 돌아옵니다...
이동열님의 댓글
상동님...VISIONS..ㅋㅋㅋ
한상철님의 댓글
아~ 애절함 이여 부르다 내가 죽을 이름이여
이환성(고희)님의 댓글
후배를 사랑했노라===>이젠 때가 되었나봅니다...용혁님 新방 가꾸어 주시길...
윤용혁님의 댓글
ㅎㅎ 환성형님 재치는 정말 알아 줄만 해요.이환성(고희)라는 바람에 ㅎㅎㅎ
정말 형님이 고희 이신가 잠시 착각했네요. ㅎㅎ
형님 저 신방차리면 울 마눌에게 맞아 죽어요. ㅎㅎㅎ
안태문(80)님의 댓글
추억은 즐거운 것.... 중년 이후에나 돌아 볼 수 있는 생의 과거라는 한편의 드라마겠지요.... 선배님 추억 감상 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