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김병종(71회)서울대 교수/“후학들이여, 요란한 것에 눈길 주지 말고 ‘쟁이정신’ 갖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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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문화일보(18. 8.31)
“후학들이여, 요란한 것에 눈길 주지 말고 ‘쟁이정신’ 갖길”
오늘 서울대 정년 퇴임 한국 대표화가 ‘바보예수’의 김병종 교수
조교 포함해 36년 7개월 근무
“피부 같은 ‘서울대 교수’ 옷 벗어
中서 작품요청 韓中 오가며 작업”
‘바보예수’ ‘생명의 노래’ 연작 등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이면서 20여 권의 저서를 펴내는 등 문필가로서도 필명을 날린 김병종(65·사진) 서울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교수가 31일 정년 퇴임식을 했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41명의 정년퇴임자를 대표해 연설한 김 교수는 “근 40년간 근무하며 나에게는 피부처럼 육친화된 서울대 교수라는 옷을 벗게 됐다”면서 “대학과 동문, 제자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고 감사를 표했다. 김 교수는 이날 정부로부터 녹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이날 퇴임식을 앞두고 문화일보와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김 교수는 “조교 생활을 포함해 36년 7개월을 근무했다. 학교를 막상 떠나려니 ‘네가 곁에 있어도 그립다’는 말이 자꾸 떠오른다”고 감회를 전했다.
잊지 못할 일이 무어냐고 했더니 김 교수는 의외의 추억을 꺼냈다. “서울대 미대는 일본 도쿄(東京)예술대 100년사 같은 역사 정리가 없었습니다. 1989년 학교의 허락을 받고 서울대 미술대사(史)를 쓰다가, 마감에 쫓겨 학교 앞 고시촌으로 들어가 집필을 했는데, 그만 연탄가스에 중독돼 사경을 헤맨 적이 있어요. 허허.”
김 교수는 또 자신을 ‘그림 사역병’이었다고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국빈이 방문하거나 학교에 지원해준 기업인들에 대해 대학에서 답례품으로 전하기 위해 나의 그림을 요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군대식으로 ‘그림 사역병’이었는데, 대학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했다”고 회고했다.
김 교수가 1983년부터 10여 년간 서울대 비(非) 미술전공생을 대상으로 개설해 강의한 ‘미술의 이해’는 유명했다. “당시 미대에서는 얼마나 수강하겠느냐며 주저했는데, 한 학기 400∼500명씩 1만 명 가까이 수강한, 깨지지 않는 비공식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도 이야기했다. 그는 “속도주의와 성과주의, 물량주의 파고가 대학까지 집어삼키고 있다. 학문적 성과와 예술적 결실은 농사짓는 것처럼 농축된 시간이 필요하며, 조급증으로 다그쳐선 안 된다. 후학들도 요란한 것에 눈길을 빼앗기지 말고 ‘쟁이정신’을 가져 달라”고 간곡히 말했다.
김 교수는 “난개발 현장 같은 캠퍼스를 학문의 냄새가 나고 정감 어린 공간으로 만들려 했던 ‘디자인 통합계획’ 노력이 별다른 결실을 보지 못한 것도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중국에서 작품을 제작·발표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작업할 것 같다”며 “내년 2월 중순 가나아트센터에서 큰 그림을 중심으로 신작 전시회를 준비 중이고, 출판사에서 재촉하는 종교와 문화, 여행 관련 책들도 부지런히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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