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함세덕(32회) 탄생100주년 맞이한 인천 문화적 빈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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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 8. 3)
[문화산책]함세덕 탄생100주년 맞이한 인천 문화적 빈곤
/이희환 시민과 대안연구소 연구원
올해는 인천이 배출한 극작가 함세덕이 탄생한 지 꼭 100주년 되는 해이다. 인천 중구 신포동에 위치한 다락 소극장에서 함세덕의 희곡 <해연(海燕)>이 공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공연이 끝나기 전에 극장을 찾았다. 8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소극장에서 20명 정도의 관객이 함께 했다. 화려한 영상매체에 더해 모바일 정보와 영상의 홍수 속에서 연극을 꾸준히 올린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르지 않거니와, 1시간 남짓한 공연 내내 배우들이 함세덕이 창작했던 희곡대본 그대로를 살아있는 서해어민들의 언어로 전화시켜 생생하게 연기해주었다. 그러나 연극을 다 보고 나오면서 쓸쓸하고 아쉬운 마음을 떨치지 못했다. <해연>이란 작품이 다소간 박제돼 있는 듯한 아쉬움에 더해, 탄생100주년을 맞은 함세덕조차 인천에서는 박제된, 잊혀진 인물이 되어간다는 그런 쓸쓸함이다.
2001년부터 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 주최로 해마다 개최돼온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가 지난 5월 7일과 8일 서울에서 개최된 바 있다. 2015년 탄생 100주년을 맞은 함세덕을 비롯하여 아동문학가 강소천, 문학평론가 곽종원, 시인 박목월, 서정주, 소설가 임순득, 임옥인, 황순원, 극작가 함세덕 등 8명의 문인을 기려, 주최측에서는 '격동기, 단절과 극복의 언어'를 대주제로 '2015년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를 진행했다. 주최측은 민족주의적 관점, 문학사의 역할, 친일·월북 등 스펙트럼이 다양한 이들 8명의 문인에 대한 통합과 포용의 문학사를 지향해 기념 심포지엄과 문학의 밤 행사 등을 펼쳤다.
그리 길지 않은 한국문학사과 예술사에서 탄생100주년을 맞는 문학인들이 남긴 문학적 자취와 그 의미를 현재적 관점에서 되새겨보는 일은 필요하면서도 꼭 해야 할 문화적 사업이 아닐 수 없다. '탄생100주년문학제'에서는 심포지엄과 '문학의 밤'을 연데 이어 문학그림전, 시잔치, 기념학술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각 지역에서 열린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시인 박목월과 서정주 탄생 100주년 기념하는 학술대회가 5월 23일 연세대에서 열렸고, 6월 13일에는 중앙대에서도 박목월, 서정주, 황순원을 기념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는 후문이다. 또 미당 서정주 탄생 100주년 기념 시잔치가 6월 29일 동숭아트센터에서 열렸을 뿐만 아니라 황순원 문학그림전이 오는 9월부터 11월까지 교보문고 광화문점과 양평 황순원문학촌에서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 미술인들을 기념하는 갖가지 행사가 여러 지역에서 준비돼 진행되고 있다. 우리에겐 이름조차 생소하지만 경남 통영시에서는 '통영의 피카소', '바다의 화가'로 불렸던 한국 추상화단의 선구적 작가였던 전혁림의 탄생100주년을 기려 작가의 대표적을 모아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역시 생소한 조각가인 김종영 작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경남 창원시 의창동에서는 지난 7월 12일 김종영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의창동민 8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서울 종로구 평창동 소재 김종영 미술관 및 서울대학교 내 김종영 미술관을 방문해 김종영 선생의 삶과 예술 세계를 이해하는 '시민과 함께하는 김종영 미술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한다. 심지어 제주도는 내년 탄생 100주년을 맞는 화가 이중섭을 기념하는 프리행사를 올해부터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친일논란에 휩싸인 시인 미당 서정주를 배출한 전북에서는 "미당 서정주의 친일·친독재가 밉다고 그 존재를 아예 없애는 것도 문제다."라면서 "그의 친일·친독재 행적은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 그가 이룬 문학적 업적도 마찬가지다. 미당의 행적을 비난만 하고, 그의 업적을 말살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그의 시를 알아야 그의 행적도 알 수 있다. 후대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다."(사설 '미당 서정주 비난하고 방치만 할 일 아니다' 전북일보 2015년. 2월10일)는 논의를 통해 어떻게 지역의 문화적 자산으로 미당을 품을지 고민하기도 했다. 이에 비하면, 인천시장이 나서 "지역의 정체성 제고, 인천의 가치 재창조"를 강조하고 있는 작금 인천은 탄생100주년을 맞은 함세덕을 기념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인천에서는 탄생100주년을 맞는 극작가 함세덕을 기념하는 행사로는 유일하게 '작은전시'라는 형식으로 한국근대문학관 1층 로비 '인천이 배출한 한국 최고의 극작가 함세덕(咸世德)' 전시가 지난 7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밖에 극단 떼아뜨르 다락에서 함세덕의 희곡 <해연>을 탄생100주년을 기념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공연한 것이 유일한 것 같다. 2015년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2015 세계책의 수도 인천' 행사가 진행되는 해이기도 하다. 인천시장이 지역 정체성과 가치 재창조를 강조하고 있고 시민의 세금으로 한국 근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전시콘텐츠를 보유한 '한국근대문학관'이 설립돼 있기도 하다. 인천시립극단과 함께 인천연극협회와 민예총 연극위원회 등에서도 관심을 기울일 만한데, 이처럼 쓸쓸하게 그대로 한 해가 지나가고 말 것인가?
2015년 08월 03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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