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마을
겨울편지
작성자 : 김낙필
작성일 : 2009.01.31 14:40
조회수 : 2,003
본문
겨울편지
잔인해져야 할때가 있다그게 살아가야하는 최선의 방법일 때가 있다
처마에 걸린 초생달을 보며 암자마당을 쓸고
몇천번 부처의 실눈과 마주치며 땀 흘리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인줄도 모른다
바람이 멈춰도 해와 달은 몇겁을 뜨고 지는데
새의 시간은 멈춘지 오래
더는 다시 겪고싶지 않는 비루함
너무도 오랫동안 남는 남루함 들
나를 떠난 사람들이 그래도
날 잊지않았으면 좋겠다
가끔은 그렇게 차가운 글씨처럼 서늘해도
까맣게는 잊지않았으면 좋겠다는 욕심
차갑고 독한 사람, 매몰차고 잔인한 사람 아니라
따듯하고 온유한 사람으로
결벽증으로 몇년간의 에너지를 몽땅 소진해 버리고
몇년을 금새 앞서 늙어버리는데
그리고 추운 겨울이 왔다
나는 잊는 방법을 아직도 터득하질 못한다
창밖으로 바람소리가 걸어가는데
'리스트비양카'로 가는 기차표를 끊는다
흰꼬리수리가 날고 만년설이 눈부신 곳
자유로운 영혼들이 숨어사는 '아무르' 강가
그곳에서 오두막 편지를 쓰고싶다
잔인하지않은 곱고 따듯한 편지를 쓰고싶다
바람에게, 길에게,
상처받은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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