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마을
귀로
작성자 : 자작나무숲
작성일 : 2010.07.21 21:46
조회수 : 2,470
본문
歸 路
맞는 가슴보다
때리는 손이 더 아파서
떠나지도 못하고
돌아오지도 못하는 길
무슨 할 말이 더 남았을까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살아서
할 말조차 잃어버린 나이
우리가 살아 간다는 짓은 의미없는 일이야
너는 끝내 눈물을 뿌리더구나
널 울린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너는 끝내 고개를 들지 않았어
산다는 것이
정말 무서운 일 인줄은 몰랐다며
봄 여름가고 가을 겨울 가면서
세월은 서서히 독처럼 번져
삶을 녹슬게 한다는 것을 알았을 즈음
약도없고 비방도 없는 몹쓸 병에 걸릴 줄이야
누가 알았겠니
산다는 것은 그렇게 병들어 가는 것인데
눈가가 때때로 젖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슬퍼지고
지나는 바람소리도 크게 들린다는 것
그렇게 아파가는 것일 줄이야
몸과 마음이
제 각각 길을 떠날때 쯤이면
우리 그냥 길위에 서 있자
몸과 마음이 서로 까맣게 멀어지면
우리 그냥 길가에 허수아비나 되자
생각이나 멀리 가지 않도록 붙들어 매놓고
육신은 나무가지에 엮어놓고
어둔 강가에서 밤새 낚시나 하자
배고프면 라면이나 끓여놓고
새벽까지 실속없는 얘기나 하자
어떻게 살까 하는 얘길랑 접어두고
친구야 그렇게 그냥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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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주님의 댓글
무겁지만 몇 번을 다시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