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마을
빈 시간
작성자 : 오윤제
작성일 : 2008.09.05 20:45
조회수 : 2,151
본문
빈 시간
친구 아들 결혼식이 끝났을 때
하루 중 가장 더운 오후 두 시
서울고속터미날에서
저녁 무렵 또 다른 모임을
기다리는 자투리 빈 시간
상의를 벗은 등에도
홍건히 땀이 흐른다
지하철 타고 청계3가에 내려
청계천 물 따라
내려도 가고 거슬러 오고
빨리 흐르는 물
천천히 흐르는 물
떨어져 하얗게 된 물
수초에서 빙빙 도는 물
그 물에 내 마음 비추어 볼 때
붕어, 잉어, 버들치, 작은 치어들
물 위로 비둘기 뜬 그림자 흔들리면
재빠르게 꼬리를 흔든다
층계를 올라와 들락거린 헌책방
먹이를 입에 대었다 놓는
한 마리 붕어가 되어
들었다 놓았다 집어 든
손때 하나 묻지 않은 두툼한 책
전철을 타고 넘겨보는 고요한 시간
제자인 듯 譯者가 어느 교수께
드린 곱게 쓴 글씨
나의 작은 서가 빈 귀퉁이에
채워 주길 눈짓하는 빈 시간
친구 아들 결혼식이 끝났을 때
하루 중 가장 더운 오후 두 시
서울고속터미날에서
저녁 무렵 또 다른 모임을
기다리는 자투리 빈 시간
상의를 벗은 등에도
홍건히 땀이 흐른다
지하철 타고 청계3가에 내려
청계천 물 따라
내려도 가고 거슬러 오고
빨리 흐르는 물
천천히 흐르는 물
떨어져 하얗게 된 물
수초에서 빙빙 도는 물
그 물에 내 마음 비추어 볼 때
붕어, 잉어, 버들치, 작은 치어들
물 위로 비둘기 뜬 그림자 흔들리면
재빠르게 꼬리를 흔든다
층계를 올라와 들락거린 헌책방
먹이를 입에 대었다 놓는
한 마리 붕어가 되어
들었다 놓았다 집어 든
손때 하나 묻지 않은 두툼한 책
전철을 타고 넘겨보는 고요한 시간
제자인 듯 譯者가 어느 교수께
드린 곱게 쓴 글씨
나의 작은 서가 빈 귀퉁이에
채워 주길 눈짓하는 빈 시간
댓글목록 0
조원오님의 댓글
얼마나 좋습니까?
우리 나이에 시를 쓴다는 것이.......
하늘을 알고 땅을 알고 사람을 알아가는 나이에........시를 본다는 것이......
수인선을 타고 다니며 보던 파란 바다가 생각 납니다.......
우리 삶의 원천.........
성명진님의 댓글
정말 부러운 분입니다.......많이 배우고 존중 드리면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