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마을
신기루
작성자 : 김낙필
작성일 : 2009.01.31 14:39
조회수 : 2,034
본문
신기루
해가 낮은 빌딩숲에 걸려있다門마다 창끝같은 빛이 번쩍이고
그림자는 길게 몇 정거장을 건너가더니
날이 저문다
가로등불 켜지고 삼삼오오 길 재촉하는 사람들
어디로 가는걸까
미운 사람에게... 아니면 숨겨둔 사람에게 가는걸까
집집마다 기다림에 지친 램프에 불이켜지고
식은 찻잔과 지루한 연애를 끝낸 그들이
설겆이를 하고있다
오늘도 어제처럼 무참히 살해 당하면서
깊숙히 심장을 관통하는
예리한 칼날같은 증오도 모른채 사랑시를 쓰고
끝도모를 깊은 수렁에서 신음하고 있다는걸
아는 사람은 아마 없을꺼야
모멸[侮蔑]스럽게 습관처럼 시를 쓰는 일도
빈 거리를 개처럼 헤메는 일도
우리 관계가 빈껍데기라는 것도
마른피자 쪼가리를 씹으며
너의 소매자락을 갈갈이 찢는것도
소용없는 짓이라는 걸
죽었다 깨어나도 머리나쁜 짐승들은
알턱이 없을테니까...
이젠 너를 사랑할 이유도, 미워할 이유도 없다
언젠가, 기쁨도 고통도 없는
굳은빵에 버터 바르듯 너를 추억할뿐
연애소설을 써본들 뭐하겠니
우리가 누군지, 자객이 한놈인지 두놈인지
오늘의 그대가 내일의 당신보다 가까울지
청부살인자나 비평가나 그 어느 누구도 모를거야
사랑은 고유명사가 아니니까
때때로 보통사람들이 피는 바람인줄 알겠지만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오는건 습관도
뭣도 아니라는 걸 알턱이 없지
속아도 멋지게 속아야 감동적이잖니
네게 목매고있다는 생각처럼
사진속에 조신하게 붙어있다고 생각하렴
어디 기분만 좋겠니 힘도 불끈 날거야
다른인간 열명은 더 속일 힘이 솟을거야
하늘이라도 넘어갈텐데 뭘
그런데 그런데 연애소설은 쓰지마......
제 발로 걸어나오지도 못하고 두드려패는 법도 모르면서
아파서
스스로 사기칠 힘도 없으면서, 없으면서, 없으면서......
그런게 무섭지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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