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마을
당신은 습기가 없다
작성자 : 자작나무숲
작성일 : 2007.02.14 17:06
조회수 : 2,333
본문
당신은 습기가 없다
당신의 방에는 습기가 없다.마른잎 구르는 소리처럼 바시랑거리고
밭은 기침을 토해내듯 건조한 냄새가 난다
음지 식물들도 말라버리고
돈벌레조차 자취가 없다.
소리마져도 말라버렸다.
기차길처럼 레일구르는 소리만 덜컹거리고
강아지 풀조차 살아남지 못하는 뜰에서
흔들의자만 바람에 그네질을 한다.
당신의 뜰은 겨울 같아서 춥다.
구름위를 걷듯 조심스럽게 간다.
팔공산 자락으로 비를 맞으며 봄이다.
마산항 알탕집에서 막소주를 기우리고
자갈치 앞바다에 검은 폐선이 울고
살자니 춥다.
당신의 집이 호르르 타서
흔적도없이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
반쯤 타다 남은 문패만 덩그러니 남고
그터 위로 강물이 흘러서
버들 강아지가 피고 올챙이가 살고
기름진 샘물이 솟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자양분이 움트면
그게 차라리 좋겠다.
구석구석 마른먼지가 숨쉬고
몸이 여위듯
태양초처럼 맵게 마르고
소리가 죽고
그네질하고
그래도 그리운 사람은 더러 그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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