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마을
파랑
작성자 : 자작나무숲
작성일 : 2010.06.22 09:20
조회수 : 2,161
본문
波 浪
사내는 웅크린채 쓰레기통을 뒤졌다물컹 풍겨나오는 쉰내가 코를 찌른다
봄비는 추적추적 바지가랑이를 적실만큼 내렸다
방파제 그물더미 곁으로 거적처럼 눕는 사내의 등에서
비올라(viola) 현絃 울림같은 갸날픈 신음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아직도 살있다는 비명
그는 언제나 삐걱거리고 차고 딱딱한 모습으로
한덩이 미끌거리는 "테트라포드" 였다
인기척도 없는 목적지를 향한 사내의 고집은 집요했다
풀처럼 눕듯이 흔들거리고
바다처럼 출렁이고
東天이 번개처럼 갈라지고
그는 波浪처럼 흩어졌다 다시 나타나곤 했다
마치 끝을 어렴풋이 감지하는 예언자의 묵시같은
그런 그림자로
새벽철새의 무리처럼 고단한 사내는
마지막 기운을 바다로 가는 길에 몽땅 쏟았다
그물 깁던 어머니와
바다에 신이된 아버지와
육지사내와 도망친 아내의 꽃신이 있는 바닷가 언덕
포구의 너울처럼 어른거리는
어느 남자의 계집이 됐을 제 핏줄을 따라
사내는 쓸데없는 먼 길을 돌고 돌아 잡았을 것이다
사내는 하루하루
모래톱 사이를 구르는 검불 만큼이나 가벼워지는 자신을 보며
길을 다잡아가고 또 다시 재촉했을 것이다
기다려라 기다려라
내가 간다...파랑아......
테트라포드(tetrapod) :
방파제를 보호 하기위해 설치한
중심에서 사방으로 발이 나와 있는 콘크리트 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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