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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예술인 한국화가 김병찬(7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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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 7.20)
예술, 예술인 한국화가 김병찬
빈교실 꽉채운 예술 열정 … 어둠속 빛나다
인천 양촌고 학교안 작은 갤러리 꾸며 '생명'주제로 야광안료 이용 작품 전시'
학교안 작은 갤러리가 지역화단 대안공간으로 하나 둘씩 늘어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달 들어 한 곳이 더 생겨났다. 올 봄 계양구 병방동에서 문을 연 인천양촌고등학교 얘기다.
역시나, 그 학교 미술교사 김병찬 한국화가가 일을 냈다. 지역 화단에서 수십년동안 뭔가 일을 벌여 온 그 다운 행동이다. 빈 강의실을 미술공간으로 꾸며 우선 학생들에게 공개했다. D데이가 지난 7월1일이다.
#. 또 하나의 학교안 미술공간
올해 개교한 학교이다보니 1학년생이 전부다. 자연히 교실을 포함해 아직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 많다.
어느날 교장 선생님은 미술교사에게 '전시공간을 꾸며 보면 어떻겠는가' 지나가는 말로 건넨다. 다른 교사들처럼 3월에 부임해 아이들과 정을 쌓고 있는 미술교사였다. 수십년 교단 경력이 있는 그였지만 이번엔 유독 아이들이 가슴으로 다가왔다. 때마침 교장 선생님의 제안에 마음이 바빠졌다.
"지난해 10월 개인전을 한 터라 작품과 여타 재료들이 그대로 있습니다. 또 광목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보니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많아요. 20일 정도 뚝딱 뚝딱 해서 만들었습니다. 즐거운 작업이라 힘든 줄 몰랐지요. 어설픈 구석이 많습니다. 갤러리라고 내세우기 부끄러워 이름도 짓지 않았습니다." 말 끝에 소박한 웃음을 단다.
별도 예산을 받아 벌인 일이 아니다. 우선 자신의 작품을 걸기로 수를 냈다.
최근들어 야광안료를 이용한 빛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그다. 작품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선 빛 차단이 수반돼야 한다. 광목이 요긴하게 쓰였다. 천으로 창문을 가렸다. 걸개 그림도 여럿 걸었다.
겨우 갤러리다운 모양새가 났다. 드디어 학생들에게 개방했다. 지난 1일이다.
"아이들이 신기해 했습니다. 작품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이 화가라는 부분이 생경했던 모양입니다."
아이들에게 자유스러움으로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출발은 나름대로 긍정적인 듯 싶다. 문제는 앞으로다. 갈 길이 멀다.
"갖고 있는 것들로 벌인 일이라 지금까지는 쉽게 갔습니다만 갤러리다운 공간을 만들기 위해선 숙제가 많습니다. 작가들을 불러 다양한 작품을 거는 것이 1차적 역할임에도 덜 갖추어진 공간에 걸어달라고 부탁하려니 작가들에게 한없이 미안합니다."
출발만 해놓고 예서 말 수는 없다. 가야할 길이라면 선택은 필수다.
"아이들에게는 물론이고 보다 많은 이들이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공간에 대한 의지와 고민이 당연히 필요합니다."
#. '생명-비나리'에서 빛으로
생명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 온 화가다. '생명-비나리'시리즈로 화단에 확실한 인식을 심어놓은 그다. 작업방식은 광목천에 먹을 통한 모색이었다.
수년전 전시를 열면서 그는 형이 암선고를 받고 투병 끝에 생명 끈을 놓은 아픔을 겪은 것이 계기가 됐다는 말을 던졌다. 생명의 연속성을 빌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그렇게 '생명-비나리'는 탄생했다.
몇년이 지나 만난 그는 뜻밖에 빛이야기를 던졌다. 그의 그림을 구입한 지인이 어느날 '전등을 끄니 작품이 안보이더라'고 한 이야기가 내내 마음에 걸리더란 말을 했다.
어두운 곳에서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답이 형광·야광안료였다. 재료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무모한 도전인듯 싶었는데 결과는 만족이었다.
"일반적인 불 빛에서 작품을 볼 때와 블랙등에서 마주하는 느낌이 전혀 다르죠. 빛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다르게 보이는 현대인의 모습을 만들어 내고 싶었습니다."
#. 주제는 역시나 '생명'
재료에는 변화가 있을 지언정 주제는 한결같이 '생명'이다. 이전엔 생명에 대한 갈망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면, 이후엔 살아있는 생명력을 표현하기 위해 빛을 더한 것이다.
화가는 요즘 생명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있다고 말하며 웃는다. 방법을 묻자 돌아오는 답이 의외다.
"생전 처음 내땅이란 걸 갖게 됐습니다. 갤러리 겸 작업실을 갖는 것이 꿈이었거든요. 드디어 실행 가능성이 열린 거지요. 틈나는 대로 가서 꽃도 심고 나무도 심고 있는데 그 안에서 생명의 힘을 발견한 겁니다. 땅에 적응해 가는 모습은 가히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림 얘기를 기대했는데 노동이야기를 앞세운다. 갤러리를 대신 비닐하우스와 연못 꾸미기에 몰두하고 있다.
"요즘은 꽃 이름 외우기에 바쁘죠. 노동에 대한 재미가 쏠쏠합니다. 모두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지요. 개인전을 끝내놓고 한달 쯤 지나면 또 다시 일을 벌이곤 해왔습니다. 이번에는 다릅니다.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조급함이 아직까지 없습니다." 생명을 온몸으로 진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하는 화가에게서 힘이 느껴진다.
/김경수기자 kks@itimes.co.kr
종이신문정보 : 20090720일자 1판 8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07-19 오후 7: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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