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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전 쓰는 소설가' 이원규(65회) 작가(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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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경인일보(20. 1.29)
[인터뷰… 공감]'평전 쓰는 소설가' 인천 이원규 작가
"역사 뒤안길 억울한 사람들 쓰다보니 5권… 인천이야기로 마침표"
지난 20일 인천 남동구 논현동 자택 서재에서 만난 이원규 작가. 그는 1987년 발표한 단편소설 '포구의 황혼'의 배경인 소래포구 인근에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출판사 독립운동 관련작품 요청에 中만주등 해외 20여차례 답사·취재
'분단'으로 지워진 김원봉·김산·조봉암·김경천 '항일투사들' 재조명
좋은 문장에 현장감·학문적 접근 '성공적 평전'… 많이 팔리고 반향 커
향토사연구 아버지이어 '항구도시' 지역 근현대사 배경으로 한 글 쓸것
약산 김원봉(1898~1958), '아리랑'의 김산(1905~1938), 죽산 조봉암(1899~1959), '백마 탄 김 장군의 전설' 김경천(1888~1942).
이들 항일투사 4명은 이제는 대중에게도 익숙한 이름들이다.
그러나 분단의 모순 때문에 남에서도 북에서도 오랫동안 그 이름이 지워졌던 비운의 인물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인천 출신 이원규(73) 작가가 '평전'을 써서 되살려 낸 이름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원규 작가의 평전들은 잘 팔렸다. 그래서 반향도 컸다.
북한에서 장관인 국가검열상과 노동상을 지내 남한에서는 '금기'였던 김원봉은 이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도 멋들어진 의열단장으로 묘사된다.
간첩 누명을 쓰고 '사법살인'을 당했다가 복권된 인천 출신 거물 정치인 조봉암의 재조명 열풍이 분다.
이원규 작가는 2005년 출간한 평전 '약산 김원봉'(실천문학사)을 대대적으로 손질해 14년 만인 지난해 11월 '민족혁명가 김원봉'(한길사)으로 다시 펴냈다.
기존 '약산 김원봉'보다 200자 원고지 700매 분량이나 늘린 원고지 2천500매의 방대한 분량이다.
지난해 말 인천문화재단이 주최한 '민족혁명가 김원봉' 북콘서트에서 이원규 작가는 "평전은 다 썼다. 인천 근현대사 배경 소설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평전은 김원봉으로 시작해 김원봉으로 마침표를 찍은 것일까.
지난 20일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근처 자택에서 만난 이원규 작가에게 자세히 물어봤다.
"평전 전문 작가처럼 되어버려서 다음 평전을 써 달라는 출판사들이 있어요. 그러나 이제 늙어 곧 절필할 때가 올 것이니 마지막 책은 소설이어야 하지요. 본업은 소설가지만,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서 억울한 사람들의 평전을 쓰다 보니 책으로는 5권에 4명을 썼습니다. 사
실 평전으로 딴짓하는 게 2013년 쓴 '조봉암 평전'(한길사)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조봉암이 인천사람이라서. 그런데 1995년 카자흐스탄 답사 때부터 근래까지 계속 자료가 나오고, 유족까지 찾아와 자료를 건네준 김경천은 안 쓸 수가 없었어요. 김원봉도 첫 평전을 쓴 이후 계속 새로운 자료가 나오는데 고치지 않을 수 없었죠. 이제 억울한 사람은 다 쓴 것 같아요."
이원규 작가는 1992년부터 중국 만주와 러시아 연해주, 시베리아, 중앙아시아 등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지역이라면 어디라도 찾았다.
홀로 떠나거나 출판사, 방송국, 신문사를 이끌고 해외를 답사한 것만 20여 차례다.
특히 조선의용군의 항일 전투지역인 타이항산(太行山) 유적은 처음으로 발굴했다.
지금도 독립운동 연구자들이 타이항산을 찾을 땐 이원규 작가를 '나침반'으로 삼는다고 한다. 치열한 해외 취재는 이원규 작가의 소설과 평전의 뼈대를 이뤘다.
그다음 각종 문헌과 자료를 이 잡듯 찾아 채워 넣었다. '민족혁명가 김원봉'의 경우 책에 붙인 주석만 300여개다.
"평전은 3가지입니다. 기자가 쓰는 것, 연구자와 교수가 쓰는 것, 작가가 쓰는 것인데 모두 일장일단이 있어요. 기자들이 쓰는 평전은 현장감이 좋아요. 기자들은 현장이 아니면 증거가 아니니까요. 학자들은 근거가 매우 확실하지만, 재미는 없지요. 작가는 문장이 좋습니다.
저는 소설가이니 문장은 좋고, 현장을 많이 다녔으니 기자처럼 현장감은 자신 있었어요. 학자처럼 공부만 하면 3가지 평전 작가의 장점은 다 갖는 거로 생각했습니다. 내 평전이 많이 팔리는 평전인데, 작가의 문장에 기자처럼 현장감 있게 학자처럼 학문적으로 접근한 게 적중한 것 같습니다."
동국대학교 국문과 출신인 이원규 작가는 인천 대건고등학교와 인항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등단해 인천의 분단 현실을 다룬 소설을 주로 썼다.
단편소설 '포구의 황혼'(1987년)과 '침묵의 섬'(1988년), 장편소설 '황해'(1989년) 등이 그의 대표적인 분단소설이다.
신구미디어라는 출판사가 3년 동안 교사 월급만큼 지원한다는 조건으로 독립운동사 소설을 써 달라고 제안했을 때 학교를 그만두고 해외 독립운동 현장을 누비기 시작했다.
그렇게 1995년 9권짜리 대하소설 '누가 이 땅에 사람이 없다 하랴'(신구미디어)를 출간했다. 이어 1996년 르포 '독립전쟁이 사라진다'(자작나무)도 펴냈다.
전업 작가로 나선 후에도 동국대와 인하대에서 강의하면서 문학상 수상자와 등단작가 20여명을 키워내기도 했다.
"동국대 국문과 동문인 조정래 형이랑 친하게 지냈는데, 그 형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리 아버지가 일제 때 관리를 해서 내가 분단 얘기를 못 쓴다'고 했어요. 베트남전쟁 참전 경험을 담은 소설 '훈장과 굴레'가 1986년 '현대문학' 창간 30주년 기념 장편 공모에 당선되면서 문단에서 주목받은 이후였죠.
나는 조정래 형에게 '우리 아버지가 친일한 관리가 아니다'라고 맞받아치면서 소래포구를 배경으로 실향민의 아픔을 다룬 단편 '포구의 황혼'을 썼는데, 그게 형을 매료시켰나 봅니다. 그때는 조정래 형의 '태백산맥'이 연재될 때라 문단의 흐름이 분단소설이 아니면 인정해주지 않았던 시대였어요. 그러나 당시 분단소설은 전부 다 '산'이었지 '바다'를 가지고 쓴 분단소설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인천하고 바다를 배경으로 분단소설을 썼습니다.
조정래 형이 '태백산맥'을 연재하던 '한국문학'에 단편 '침묵의 섬'을 발표하고 장편 '황해'를 계속 연재했어요. 조정래 형이 저에게 불을 지른 셈이죠. 베트남전 참전 경험은 결국 외세에 대한 민족의 운명을 이야기하는 평전으로 가게 한 것 같고요."
평전에서 다시 소설로 간다는 이원규 작가의 다음 작품은 무엇을 다룰까.
다음 집필 구상에 대해서는 이원규 작가의 부친이자 인천 향토사연구 1세대인 서계당 이훈익(1916~2002) 선생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이훈익 선생은 1983년 인천지방향토문화연구소를 열고 타계할 때까지 향토사 수집·발굴을 이어가며 8권의 향토사료집을 출간한 인천의 대표적인 향토사학자다.
"소설은 인천 이야기를 좀 써야 할 것 같아요. 전북 군산의 미두(米豆·곡물거래소)를 배경으로 한 채만식의 소설 '탁류'(1939년)가 일제강점기 때 어떻게 사람이 적응해서 살아가는지에 대한 명작이라고 하는데, 일제 때 항구도시 인천은 군산보다 더 컸어요. 미두도 더 크고요. 그런 쪽으로 써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평전은 그냥 써서 자료가 다 들어가면 끝인데, 소설은 끊임없이 문장을 고쳐야 하니 훨씬 힘들어요.
아버지의 대표 저술인 '인천지지', '인천지명고', '인천 성씨인물고'를 증보 출판하고 싶기도 합니다. 아버지가 향토사를 60세에 시작했는데, 생전에 '나는 근대 이전을 할 테니 너는 근대 이후를 하라'고 말씀하셨어요. 내가 근대 이후를 추가해 증보한다면 '이훈익·이원규 공저'로 할 수도 있고요. 건강이 예전만 못해서 지속적인 집중력이 떨어졌지만, 죽을 때까지 써야죠."
글/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이원규 작가는?
1947년 인천 서구 연희동 연안이씨 집성촌에서 300년을 산 토박이 집안에서 나고 자랐다.
인천고와 동국대 국문학과를 나와 젊은 시절 고등학교 교사로 일했다.
1984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겨울무지개'가, 1986년 '현대문학' 창간 30주년 장편 공모에 '훈장과 굴레'가 당선됐다.
이후 창작집 '침묵의 섬', '깊고 긴 골짜기', '천사의 날개', '펠리컨의 날개', 장편소설 '훈장과 굴레', '황해', '마지막 무관생도들' 등을 출간했다.
대하소설 '누가 이 땅에 사람이 없다 하랴 1~9', 르포 '독립전쟁이 사라진다 1~2' 등이 있다.
평전으로는 '약산 김원봉', '김산 평전', '조봉암 평전', '김경천 평전', '민족혁명가 김원봉' 등이 있으며, 약전 '애국인가 친일인가'를 펴냈다.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 박영준문학상, 동국문학상, 한국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동국대 겸임교수로서 10여년간 소설과 논픽션을 강의했다.
박경호 기자
202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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