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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함벽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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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지나 버릇없고 직설적인 성격은 아직도 못 버리고있다.
듣기좋아 카리스마이지 눈치코치 안보고 떠들어대는 나를 가끔은 눈여겨보는 사람들도 꽤나 있었다.
그래도 직장생활 15여년을 하는동안 한번도 짤릴 리스트에 들어가질 않았고 순환보직이니 뭐니 해도 내맘대로 있고 싶으면 있을 정도로 했으니, 이쯤이면 꽤니 인물이었음은 사실일 것이다.
그시절 고참 부장 한분을 모셨다.
장교출신인 그분은 꽤나 카리스마가 있었고 조금은 쎄다고 표현할 수 있는 분이셨다.
모두들 어려워하는 그런 분이셨고,
술을 드시면 드실수록 눈동자가 또렸해지는 이상한 체질이셨다. 1:1 대작하면 상대가 인사불성되어야 판이 깨지는 어느날!
지방출장에서 오시더니 우리 동네에서 호출이 내렸다.
기다리던 그 순간 얼른 밥 세 숟깔을 먹고 결전의 장소에서 만났다. 그 부장을 술로 쓰러뜨리는게 소원이었다.
“아니~ 출장갔다 오시면 집에 안가시고 저는 왜 불러요~”
이렇듯 꽤나 뻣뻣하게 굴던 부하 놈을 그분은 특별하게도 좋아하신 것 같았다.
술 몇잔 돌아간 후
“부장님은 왜 안 짤려요?” “뭐 좋은 빽 있으면 나눠 씁시다 ”
이정도면 내가 부하직원이 아니고 미친놈 수준이라 봐야 맞을 것이었다.
부장님은 빈속에.... 나는 밥 세숟가락 먹고...
그날 맘먹고 덤벼서 부장님을 인사불성 만들어 놔 버렸다.
다음날
“야 전과장! 이리와봐! 너 날 쥑이려고 어제 작정하고 덤볐지?”
“에이 뭘요~ 부장님 지방 출장을 다녀오시느라 넘 피곤하셨어요”
“저 어제 인사불성 죽다가 겨우 집에 갔습니다”
그시절 그분의 오더 메모지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은 딱 한사람!
나 뿐이었다. 소위 족보에도 없는 한자체를 이리저리 흘겨써 내리는 메모지는 영어인지 한자인지 구분이 안 되는 그런 문구들이었다.
오더를 받은 각 과장들은 메모지 들고 내게로 모이면 해석을 따로 해 줄정도라면 이해가 될것이다.
얼마전 옛동료들 송년회 술자리에서..
대뜸 “어~ 아직 안짤리고 계셨어요?” “꽤나 질기시네요~”
“요즘 근황은 어떠십니까?”
그래도 반가워 하시며 술잔을 몇차례 오가고는 취중에 내가 뭐라했는지는 몰라도....
며칠후
9월, 제5회 추사서예대전 입상작을 보내오셨다.
붓글씨 수련 후 처음으로 입상하신 크나큰 작품을 보내오셨다.
“귀한 작품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재수! 너니까 보낸거야”
큰 돈 들여 표구제작해서 헬스클럽에 걸어 둘것이다.
근데~
내용은 초등학교 아이들 수준의 내용 그런것이었다.
詩題 : 陜川淊碧樓(합천함벽루) ...... 表根碩 (중종때 참봉을 지낸사람)
春山曉雨洗藤蘿(춘산효우세등라) 봄 산의 새벽비는 등나무를 씻고
寺下寒流晩更多(사하한류만갱다) 절 밑의 시냇물은 저녁되어 더욱많다
漁笛數聲天氣冷(어적수성천기냉) 고기잡이 피리소리에 날씨가 차가운데
隔江搖見兩三家(격강요견양삼가) 저 멀리 강 건너에 두 세집 보인다
댓글목록 0
박홍규님의 댓글
ㅋㅋ 再修엄따...(^+^)
박홍규님의 댓글
앗! 오늘 다시보니 지은이가 表根碩(표 석 근)...음...서당 수준이라?...아닌데 내가아는 표대장은...ㅎㅎ(^+^)
윤인문님의 댓글
요즘 우리 동기들은 누가 짤렸다는 소식만..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