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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한 야구세계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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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 야구 > 최신뉴스 | 2008년 12월 25일 (목) 11시 20분 스포츠서울 |
'프로야구 500만 관중 돌파',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등 올해 야구계는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한국야구의 근간을 이뤄야 할 아마추어야구는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뒤켠에서 산소호흡기로 연명하고 있다. 몰락하고 있는 아마야구는 수많은 '야구 실업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들에게 '500만 관중'이나 '올림픽 금메달'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프로야구의 화려한 조명 뒷 그늘에서 야구백수를 양산할 수 밖에 없는 아마야구의 서글픈 자화상을 조명해봤다. < 편집자주 >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동국대 1루수 유명환(22)에게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 유례없는 경제 한파가 청년 실업자들을 양산하고 있는 가운데 유명환도 이 겨울이 가면 말 그대로 '백수'가 된다. 그러나 다른 보통 청년 실업자들에 비해 그의 처지는 더욱 딱하다. 그가 가진 기술이라곤 그라운드 밖에서는 쓸모없는 야구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 " 야구밖에 할 줄 모르는데... "
전 대한야구협회 홍보이사였던 유태중씨의 장남인 유명환은 서울고 시절 청소년 대표에 선발됐을 정도로 야구 재능이 뛰어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 진출에 실패했지만 대학에서도 꾸준히 3할대 타율을 유지했을 정도로 '쓸만한'1루수였다. 지난 8월 16일 프로야구 신인 2차지명 발표 날, 유명환은 하위 순번에라도 지명될 것이라 굳게 믿었다. 그러나 8개 구단 어느 곳에서도 그의 이름을 호명하지 않았다. 유명환은 " 한동안 아무 일도 못했어요. 그야말로 자포자기 심정이었죠 " 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런 방황의 시간이 지나고 마음을 다잡은 유명환은 일단 내년 프로팀 신고선수에 도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신고선수 입단도 '하늘에 별따기'인데다, 어렵게 들어간다해도 계약금도 없는 신고선수는 연말 정리대상 1순위다. 유명환 스스로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있다. 하지만 그는 " 할 줄 아는게 야구뿐인데 끝까지 해봐야죠. 내년에도 안되면 군대나 가려고요 " 라며 씁쓸히 웃었다.
◇대학야구선수 취업률은 25%
올해 대한야구협회에 등록된 33개 대학 야구부의 4학년생은 총 183명. 이중 프로 팀 유니폼을 입은 43명(신고선수 18명 포함)과 상무에 입대한 3명을 제외한 나머지 137명은 당장 야구를 그만둬야 할 처지다. 진로를 찾은 선수가 전체 졸업 예정자 중 25%에 불과하다. 야구는 축구와 달리 실업팀이 전무한 까닭에 대학 졸업을 앞둔 선수들 입장에서는 프로팀 외에는 대안이 없다. 대학 진학에 실패한 고교 졸업생들까지 더하면 취업률은 더 떨어진다. 유소년 체육 꿈나무들이 야구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10년 이상 야구만 해오다 졸지에 유니폼을 벗게 된 '야구백수'들의 앞날은 막막하기만 하다. 유명환에게 프로에 가지 못한 동기들의 안부를 물었다. 그는 " 대부분 야구를 그만 뒀어요. 호프집이나 주차요원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도 있고, 아예 현역으로 군대 간 친구도 있고요 " 라고 말했다.
◇프로팀의 배려 절실, 최저학력제도 대안
" 매년 이맘때면 제자들 볼 낯이 없다 " 고 토로하는 동국대 김학용 감독. 김 감독은 " 언제부턴가 프로팀이 우수한 고교 유망주들을 싹쓸이 하면서 전체적인 대학야구 수준이 하락했다. 그러다보니 프로팀들은 쓸만한 선수가 많은데도 대학야구는 관심권 밖에 됐다 " 며 답답해 했다. 김 감독은 " 프로팀들의 신고선수 제도도 '눈가리고 아웅'이다. 말이 좋아 연습생이지, 이나 김현수 같은 케이스가 과연 얼마나 나오겠는가? " 라고 되물었다. 김 감독은 " 프로 팀들이 고사 위기인 대학야구의 상황을 이해해 줬으면 한다 " 는 바람을 나타냈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학생선수들의 '최저학력제'는 이런 현실을 타계할 수 있는 한가지 방편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학생 선수들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이 되어야 해당 학교 선수 등록을 가능케 하는 제도로, 학업을 등한시한 학생선수들이 운동을 중도에 접고 사회에 나가더라도 자생력을 갖게 하자는 취지다. 물론 이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일 수는 없다. 야구계가 적극 나서 야구실업자를 위한 교육 시스템 구축 등 그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정진구기자 jingoo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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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문님의 댓글
야구뿐만 아니라 운동 경기 종목 모두가 엘리트 체육에서 생활체육쪽으로 바뀌어 된다고 생각합니다..일본처럼..그러면 공부하면서 운동하는 선수가 많아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