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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원규(65회) 초청 '우리시대 작가와의 만남'(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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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8.1022)
Q. 역사소설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A. 상상력 발휘 문학적 살 붙이는 것
다양한 사료 철저한 실증·현장취재 필수
인간내면 들추는 새로운 형식 도입 필요
조봉암·박두성 평전 인천서 누군가 써야
소설가 이원규는 <월간문학> 신인상, <현대문학> 장편공모 당선으로 문단에 나와 그 동안 <침묵의 섬>, <천사의 날개>, 대하소설 <거룩한 전쟁>, <누가 이 땅에 사람이 없다 하랴>(전 9권) 등을 발간한 인천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최근에는 항일독립투쟁을 벌인 실존인물의 일대기를 그린 평전 <약산 김원봉>, <김산 평전>을 펴내 독자들과 문단으로부터 새롭게 주목을 받으며 작가로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날 강연에서 소설가 이원규는 역사를 문학으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창작방법론에 대해 강의했다. 소설가 이원규의 강연 내용을 지상중계한다.
#. 역사소설 어떻게 쓸 것인가
소설가 이원규는 "조정래, 김원일은 분단소설을 썼지만 자신들의 십대 중반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고, 나는 경험이 없기 때문에 역사를 그저 끌어안는 방법을 썼다. 마지막 방법은 자신이 태어나기 이전의 역사를 끌어안는 것인데, 내가 쓴 항일독립전쟁은 마지막 방법이라 할 수 있고 인천에서의 좌우익의 갈등과 분단문제를 다룬 제 장편소설 <황해>는 두 번째 방법"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역사를 민족의 집단기억이라고 할 때, 역사를 기술하는 학자나 작가들은 민족의 집단기억을 자기가 주장하는 쪽으로 즉, 획일적으로 몰고 가려는 경향이 있다"며 "내가 항일독립투쟁 쓸 때도 남들이 인식하는 항일독립투쟁과는 다른 방향으로 형성하려는 작가적 욕망이 컸고 이런 욕망이 작용해야 성취동기가 강해진다"고 역사에 접근하는 방법론을 설명했다.
그는 역사소설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역사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부분에 문학적 살을 붙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사소설은 오히려 자료가 너무 많으면 자료에 치여서 제대로 못씁니다. 너무 자료가 많을 경우 역사소설을 쓰는데 힘이 듭니다. 나중에 작가가 소설을 쓸 때 혼란스럽고, 나중에 써놓고도 작품의 내용이 역사와 사실관계가 다르게 되는 문제가 불거질 경우 작가가 곤혹스러워집니다"고 덧붙였다.
"역사소설, 평전 등을 쓸 때 세부적으로 주의할 것은 역사적 사실을 철저히 실증하는 겁니다. 두 번째는 필드워크(현장취재력)입니다. 제가 소래를 배경으로 소설을 쓸 때 뱃사람들과 소주도 마시고 뱃일도 함께 했는데, 막상 글을 쓸 때는 또 다시 세부적인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이 더 필요합니다. 한 번 현장취재로는 부족한 점이 많다 이겁니다. 외국취재의 경우 다시 갈 수 없기 때문에 한 번에 완벽하게 취재를 마쳐야 합니다. 필드워크 같은 경우는 평상시에 완벽하게 훈련을 해두어야 합니다."
#. 우리나라 역사소설의 흐름
소설가 이원규는 우리 역사소설은 단재 신채호의 <이순신전>이 시초라며 당시 역사소설은 민족집단의 기억을 계몽적으로 끌고 가려는 목적이 있었던 소설이었고, 이후 홍명희의 <임꺽정>, 박태원의 <갑오농민전쟁> 등은 좌파적 시선에서 이념적 합목적성을 가지고 쓴 소설들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역사소설은 중간에 개인의 내면을 파고든 것도 있지만 해방 때까지 계몽과 합목적성을 추구하는 흐름으로 이어졌습니다. 제가 쓴 <약산 김원봉>이나 <김산 평전>도 따지고 보면 단재 신채호 선생이 쓴 목적과 비슷한 겁니다. 국가 역사를 민족집단의 기억이라는 이상적인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것. 기억 못하는 민중들에게 항일전쟁의 영웅들을 그려서 집단의식을 형성하려던 목적이 제게 있었던 것이지요. 반면 조정래나 황석영 같은 분들은 <갑오농민전쟁>이나 <임꺽정> 같은 합목적성을 가진 작품들입니다."
그는 개인적인 견해로는 조정래나 황석영처럼 역사를 합목적성으로 끌고 가기 보다는 인간의 내면을 이끌고 간 박경리의 <토지>를 높이 평가했다.
이원규는 인천의 좌파운동과 분단문제를 다룬 장편 <황해>에 관련한 후일담도 들려주었다. 국정원 모간부가 "국정원에서 <황해>를 유심히 지켜보고 분석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1987, 1988년 당시에는 <황해> 같은 좌파이야기를 쓸 수 있는 시대적 풍토가 못됐습니다. 사실 목숨 걸고 썼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소설을 쓰려거든 시대와 권력에 적당히 타협을 하면서 글을 쓰지 말아야 합니다. 어두운 시대가 다시 오면 안 되겠지만, 만약 그런 시대가 와서 글을 쓰는데 제약을 받는다면, 붓을 꺾어야 할 겁니다"고 말했다.
#. 인천에서 역사소설의 가능성
이원규는 역사소설과 문학은 이제 새로운 시각으로 쓰여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5년 각종 문예지에서 역사소설의 자의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는데, 그 때 새로운 시각, 형식으로 나온 소설, 길을 찾은 소설이 김훈의 <칼의 노래>였다고 평가했다.
"김훈의 <칼의 노래>는 문장도 좋지만 구국의 영웅 모티브가 아닌, 모든 것을 허망하게 버린 자의 가슴 아픈 내면을 그린 소설이지요. 역사소설에서 새로운 세계관이란 인간내면을 들춰내는 쪽으로 가야하는 것 아닐까요? <칼의 노래>에서 1인칭 시점으로 쓴 것도 새로운 역사소설의 형식과 방법을 도입한 거지요. 당대의 가치기준으로 잣대로 우리의 문화를 창조적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문화의 흐름이라면, 이를 제대로 받아들인 것이 <칼의 노래>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죽산 조봉암, 송암 박두성 선생의 평전을 인천에서 누군가는 써야 한다. 이 자리에 시인이나 평론가, 소설가들이 많이 있는데, 시인이나 평론가들은 소설적 상상력이 많지 않지만 평전은 잘 쓸 수 있다. 비평하는 사람 혹은 기자들도 평전을 쓸 수 있다. 다만 글을 쓸 때 무심하게 접근하지 말고 형식이나 새로운 세계관을 생각해야 한다"고 인천에서 역사소설의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
"옛 무덤에서 도자기 조각들이 나왔다면 이를 아교로 조각들을 붙일 때 부족한 부분을 새로운 조각을 만들어 복원하는 것처럼, 즉 새롭게 복원하는 자리가 역사에서 작가가 채울 수 있는 여백이자 자리입니다. 만약에 인천의 작가들이 인천의 인물들을 쓸 때, 역사학자들처럼 지성적 측면을 강화하는 쪽으로 쓸 것인가 아니면 소설적 감수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갈 것인가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할 겁니다."
그는 "야사, 야담 같은 것에서도 쓸 수 있는 소재들이 무궁무진하다"며 "한두 가지 사료들만 가지고 역사를 어설프게 건들어서는 안 되고 다양한 자료를 섭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조혁신기자 blog.itimes.co.kr/mrpen
종이신문 : 20081022일자 1판 7면 게재
인터넷출고 : 2008-10-21 오후 8:5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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