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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덕(32회) 희곡 '해연'속 지명 작약도(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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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창작혼 일깨우는 작약도
흔적들 7
함세덕 희곡(해연)의 주 무대 작약도는 한하운의 시로도 나타났다.
누이(누나)를 애타게 호명하고 있는 시가 두 편이 있다. 한편은 남동생의 죽음에 바치는 비가(悲歌)였다면 다른 한편은 죽은 누님을 애타게 찾으며 미래의 희망을 부르는 연가(戀歌)이다. 전자는 살아있는 시인 송수권의 '산문'(山門)이라는 시고 후자는 인천의 희곡작가 함세덕의 '고개'다. 극작을 하기 전 쓴 4편의 시중에 한편이다. 두 작품이 다 죽은 사람은 산사람의 마음속에서 영생을 살아 시 속에서처럼 마음을 절절하게 울리는 노래를 낳고 있는 것이다.
송수권의 시는 '휴지통에서 나온 작품'이라는 입소문에서 화제가 되었다는 일화가 있지만 '고개'는 한 시대의 암울속에서 별을 찾아가는 희망의 노래로 우리에게 다가온 시라 할 수 있다.
시(詩)란 하도 많은 사람들이 나름의 시론(論)을 가지고 있지만 '뼈 안에서 울리는 내재율' 혹은 '내 영혼의 그림자 더듬기' 등 실존을 표현하는 장르로 목소리도 가지가지로 많지만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일이 시를 정의하는 일" 이라고 표현한 '네루다'의 말을 떠올려 보면 어쩌면 부질(?)없는 일만 같다.
쓰려고 하면 앞이 깜깜절박의 무(無)천지에서 건져올린 꽃, 위의 두 송이 꽃은 시들지 않고 영원할 것이다.
가장 인천적 희곡을 남기고 시적 리얼리즘의 표본적 희곡사의 큰 인물, 그 작가의 혼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를 지난 편에서 호소 했었다.
인천보통공립(현 창영초교)을 졸업하고 인천상업학교(북상업)를 다니던 시절 죽마고우였던 이규문, 김창건, 강영흠 등과 절친하게 지내던 중 캠핑을 즐겼던 그는 월미도나 작약도 그리고 자연도(현 영종도)에서 야영을 즐겼다는 옛 이야기는 곧 창작에 많은 영향을 미쳤고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동승(童僧)>이나 <해연(海燕)>은 이때의 경험 축적이 창작의 동기가 아니었나 한다. 더욱이 4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해연>속에는 야영의 이야기가 있기도 하지만 인천의 지명과 건물명칭이 생생하게 살아있으니 작가의 혼은 이 작품속에 있지 않을까.
작약도의 '검정바위'는 씻고봐도 없는 바위, 그 시절에는 있었는가 모르지만 늘 이야기하는 '작약도'의 설명은 '신미' '병인' 두 양요사건의 뒷 말로 '보아제섬', '우두 아일랜드' 그리고 작약꽃 같다고 일인들이 붙인 '작약도' 아니면 '물치도'의 우리 옛 이름뿐 그리고는 아무것도 없다. 있다면 선사유적으로 작약도의 조개무덤이 있었다는 것 뿐.
동구의 유일한 섬 '만석동 산 3번지'의 작약도는 문학적인 면에서 다시 설명을 덧붙여 봄이 날성 싶다.
유리걸식(遊離乞食)하며 서울거리를 떠돌던 나병(癩病)환자 한하운의 <작약도>란 시가 또 있으니 말이다.
1950년 부평에 정착하여 '성계원'을 창립하고 52년에는 현재의 보육원으로 남아있는 '신명보육원'을 창설한 한하운 시인은 '인천여고 문예반' 강의차 와서 작시하게 된 그 작약도가. 문둥이의 삶에 대한 앵혈같은 그리움을 이별에 실어 푼 작약도를 오래 기억하자.
60년대 중반까지 목선에 사람들을 싣고 들던 그 뱃터는 만석부두, 한국판유리 공장의 긴 담모퉁이 끝 넘실대는 바닷물 출렁임이 곧 배멀미로 이어진 추억의 뱃터.
한자로 들을 청(聽)자는 '귀를 주인으로 해서 진지한 눈으로 바라보며 마음 하나로 듣는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듣고 있으면 내가 이득을 얻고, 말하고 있으면 남이 이득을 얻는다'는 말이 모두에게 유익하듯 촌로들(고여, 창전, 남곡 등등)의 말들은 에두르는 법 없이 진솔하고 담백해 십자포화가 없어 좋다.
다시 가 보자 우각리를 빗겨 금곡리 쪽으로 인천의 역사가 묻혀 숨 쉬고 있는 곳. K학원, Y이사장 아들의 고발로 주소지 경찰서 동부에 잠시 억류된 시인 최병구의 얼굴이 스치며 사라지는가 했더니 향토문학지 <인천문학>이 생각 나는구나. 유명을 달리한 후 7집과 8집을(손설향, 김윤식, 김학균이 주도하여 재간행) 냈던 삼정출판사가 지척에 있고나. 문화반점의 자장면에 허기를 달래고 만들던 그 때 그 시절이 덧없이 흘러 원죄 근처까지 같단 말인가. 다시 그 언덕길 너머 <학산문학>을 일궈낸 '경기교육사'가 반기고 있구나.
역사가 기록될 만한 가치가 없는 도시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철학의 보다리속 정감어린 삶의 터와 일상의 흔적들은 또 다른 흥미로 다가오며 날은 저문다.
헌 책방길 초입에 안경알을 갈며 웅크리고 있는 초로의 노동은 무엇을 얻고 있음인가?
현정 오세원, 이 땅의 젊은 서예가(동정 박세림의 제자) 그는 갔다. 그 안경알을 갈아 번 돈으로 학업을 했던 그 아들 그 아버지. 아! 석양의 주홍물감이 거리를 덮고 있구나.
김학균 시인
종이신문 : 20080818일자 1판 6면 게재
인터넷출고 : 2008-08-17 오후 6:3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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