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이원규(65회) 문화칼럼/마에스트로와 '인천&아츠'(퍼온글)
본문
마에스트로와 '인천&아츠'
이원규 문화칼럼
지난주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으러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 갔다. 베토벤의 3중 협주곡과 말러의 교향곡 5번, 음반으로 들어온 곡들인데 눈앞의 연주로 듣고 싶었다. 그리고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아시아 3국에서 모인 단원들의 호흡을 어떻게 휘어잡아 말러를 연주하는가,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카지모토 다이신(일본)과 첼리스트 왕지안(중국)을 어떻게 끌어안고 자신의 피아노와 3중주를 이루면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합일을 이룩하는가 보고 싶었다.
3명의 협연자와 110인조 4관 편성 오케스트라(2명의 객원 단원 포함)의 이날 공연은 성공을 거두었다. 좌석을 가득 메운 1,500명의 관객을 사로잡았고 마에스트로는 다섯 번 커튼콜에 답했다.
낮은 수준의 음악 애호가로서 감히 아쉬움을 말해 본다. 늘 함께 연주하며 호흡을 맞춰 온 단원들이라면 더 나을 것 같았고, 마에스트로가 마음대로 달려가지 못하고 지쳐보였다. 필자처럼 소년기부터 고전음악을 들어온 친구 손교장도 공감했다. 우리는 마에스트로가 누나 정경화, 정명화와 더불어 취입한 도이치 그라마폰의 3중협주곡 음반, 그리고 재작년 마에스트로가 지휘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인천 연주와 비교했다. 그 연주들은 망설임 없고 정교함을 갖춘 완벽한 합일이었던 것이다.
공연장을 나올때 스쳐가는 관객들의 말소리를 들었다. 서울의 반값 입장권으로 좋은 연주를 들었다는 것이었다. 필자와 친구가 예매한 이날 R석 입장권은 5만 원, 다음날 똑같은 예술의 전당 연주회는 10만 원이었다. 문득 인천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퍼주기 논란이 떠올랐고 내 표가 50만 원쯤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인천은 서울 그늘에 가려 세계적 명성의 음악가는 잘 오지 않는다. 시장이 마에스트로 정명훈에게 삼고초려하며 손을 내밀었다. 그 뒤 마에스트로의 형인 정명근씨가 대표로 있는 기획사인 CMI가 마에스트로를 중심에 두고 인천의 음악발전을 위한 인천&아츠 사업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APO 연주회를 비롯한 여러 연주회와 예술 교육 페스티벌을 주최했다. 최근엔 송도신도시에 고려대가 음대를 만들어 들어오고 마에스트로가 학장을 맡는다는 보도가 있었고, 마에스트로가 인천예고에서 마스터 클래스를 열었다. 이달 8일에는 마에스트로가 독일, 오스트리아 등에 유학중인 아시아 음악도들을 지도하며 오페라 '라보엠'을 연주한다.
그 대가는 크다. 2005년 이후 인천 &아츠 사업에 투입된 예산이 100억원이고, 최근에는 CMI에 9,400억 원을 맡겨 인천아트센터를 짓는다는 발표가 나왔다. 인천예술이 마에스트로를 등에 업은 CMI와 정명근씨에게 거의 전부 맡겨진 꼴이라 시민단체와 문화예술인들이 인천시에 대해 100억 원의 사용내역을 공개하고 아트센터의 타당성 검토를 하자고 소리쳤다. 공개된 내역자료는 불충실했다. 정명훈이 대외적으로 신분을 서울시향 감독이라고만 하고 인천&아츠 예술감독이라 하지 않는 것도 지적됐다.
인천&아츠 사업은 잘 되는 것 같지만 진행과정도 성과도 불안정하다. 빠른 효과만을 기대한 신중하지 못한 정책 때문이다. 예술이란 하루아침에 세계 최고수준으로 올라가는 게 아니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한국의 보배이지만 그를 붙잡아 인천을 위해 뭘 해달라고 하며 성급히 많은 예산을 쏟아 부운 건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추진 방향과 순서도 잘못되었다. 그리고 천문학적인 예산이 정명근씨와 CMI에 집중되고 의혹이 쌓이는 건 인천은 물론 마에스트로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1차 협약이 금년에 끝난다니 눈앞의 실적이 아니라 신중하고 큰 안목으로 앞을 보아야 할 것이다. 그간 한중일 음악을 인천에 집중시킨 성과는 있으나 집합 해산식 APO는 오롯한 인천 것이 아니다. 이번 연주에 금관악기 객원으로 온 페터 마쉐르와 티모시 존스 같은 최고 연주가들을 인천시향 단원으로 초빙하는 등 인천음악의 실제 함량을 키웠으면 좋겠다. 그리고 예술의 다른 장르인 문학, 미술, 연극 등도 중요하다는 걸 시장께서 잊지 마시기 바란다.
종이신문 : 20080805일자 1판 10면 게재
인터넷출고 : 2008-08-04 오후 9:04:06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