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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눈/최종설(70회)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관장(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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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손
교육의 눈/최종설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관장
사람의 몸은 참 오묘하게 창조돼 어느 부분이든 중요하지 않는 데가 없다. 몸 전체가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는 옛말도 있고, 건강한 이는 오복 중에 하나라고도 했다.
모든 신체 부위가 다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손은 어느 부위보다 중요하다. 손은 실천하는, 사람이 움직이고 실행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손을 사용할 줄 아는, 즉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동물이 머리가 좋고 다른 동물을 지배할 수 있다.
그래서 손을 제일 잘 쓸 줄 아는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사용하기에 따라 악마의 것도 되고 천사의 것도 되는 게 또한 손이다. 최근 강화도 모녀 살해사건에 사용된 손은 악마의 손이요, 폐품 팔고, 젓갈 팔아 모은 돈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내미는 손은 천사의 손이다.
우리의 교육도 입으로, 머리로만 하는 데, 손이 따라가고 손으로 이뤄지는 일이 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속담이 있는데, 연장선상에서 보면 '백견이 불여일행'이다. 듣고 보는 것 보다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교육을 해야 한다.
잡아주는 손, 일으켜 주는 손, 보듬고 쓰다듬어 주는 손, 구원의 손, 가르치는 손, 안내하는 손, 더불어 함께 하는 손이 필요하고 그런 손을 만드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잠시 생각을 돌려보자. 인사하는 방법은 동네마다, 나라마다, 민족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의 나라나, 민족들도 악수는 한다. 손과 손을 잡는 것이다. 그때는 네 손이 따뜻하면 내 손이 찬 것이고, 내 손이 따뜻하면 네 손이 찰 것이다. 손을 맞잡을 때는 서로의 체온이 나눠진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따뜻한 손의 온기도 찬 손으로 전해진다.
또, '손'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어머니의 손, 아버지의 손이다.
어머니의 손은 아픔을 낫게 하는 약손이고, 원하는 모든 것을 이뤄주는 마술 손이며, 잘못을 감싸주는 용서의 손이요, 영원한 천사의 손이다. 늙어선 주름지고, 갈라지고, 힘없는 손이지만, 그래도 한없이 사랑스러운 손이다. 아버지의 손은 억세고 무딘 손이지만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는 맥가이버 손이요, 마이다스의 손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손, 진정한 손은 빈손이란 생각이다.
물건을 쥔 손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손이요, 더구나 일손, 남을 돕는 손은 더욱 아니다. 갖고 있는 걸 내려놓을 때 비로소 손은 자유로워지고, 비어있을 때, 남을 도울 수 있는 손이 된다.
누구의 손을 잡기 위해 내미는 손은 빈손이어야 한다. 손이 뭔가를 움켜쥐고만 있으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지만, 빈손으로는 다른 사람의 생명도 구할 수 있잖은가.
병 속의 손을 빼내지 못하는 원숭이의 손에는 바나나가 쥐어져 있더라는 얘기는 손으로 욕심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킨 잘 알려진 얘기다.
인생은 공수래 공수거라고,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게 된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 불쌍한 이웃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 손을 비울 수 있는 사람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두 손 중에 한 손만이라도 남을 위해 비울 줄 아는 교육, 이를 몸소 실천할 수 있게 만드는 교육이 중요하다. '교육의 눈' 뿐만이 아니라 '교육의 손'도 중요한 시대다.
종이신문 : 20080724일자 1판 10면 게재
인터넷출고 : 2008-07-23 오후 8: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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