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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이기문(70회) 변호사(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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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자존심 회복 조치를
▧ 월요논단 ▧
/이기문 변호사
촛불집회를 통하여 나타난 민심의 바다는 노도와 같았다. 대통령의 지지율도 12%대로 추락하고 말았다. 마침내 이 대통령은 지난 목요일 뼈저린 반성을 한다면서 재협상 불가의 이유를 설명했다. 싫든 좋든 쇠고기 협상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으며, 한미 FTA의 체결을 위하여 쇠고기 전면 수입개방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쇠고기 수입개방의 이유를 설명했다.
'신뢰의 위기'가 다가온 상태에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한 모양새를 갖추려 했다. 실제로 대통령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으면 통치력을 잃게 된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하여 왜 사전에 더 깊은 성찰을 해보고 그 결정을 하지 않았을까. 국민들이 이에 대하여 진정 화를 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먼저, 이 대통령이 쇠고기 수입개방을 합의한 시점이 문제였다.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면서 미국에서 한미 관계를 한미 동맹관계에서 한미 혈맹관계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하여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을 때, 국민들은 그 이유를 잘 모르고 있었다.
둘째, 일본도 자신의 고유 권한인 검역 주권을 포기하지 않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관하여 엄격하게 검역절차를 거치고 있는 판에 왜 우리는 우리의 고유 권한인 검역 주권 행사를 포기한 채 쇠고기의 전면 수입에 합의하였는가. 이 점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은 이내 국민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고 말았다.
셋째, 일본도 광우병 위험이 있는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 수입에는 반대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이 문제에 관하여 그렇게 쉽게 합의를 하였는가. 이 점에 대하여 국민들은 굴욕감을 느끼게 되었고, 이 굴욕감이 마침내 촛불집회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에 한국의 대통령으로서 당당하게 재협상을 요구하든 추가협상을 요구하든 조기에 신속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대미외교관계에 다소간 손상이 온다고 하더라도, 이는 국민의 안녕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대통령의 책임감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도 필요했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시간을 지체했다. 이에 국민들은 이 대통령 재협상 불가 방침에 대하여 국민적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말았다.
한국이 촛불집회를 통하여 나타난 민심의 급변현상으로 인하여 재협상이든 추가협상이든 이를 요구한다고 해서 한미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게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미국이 우방이기 때문이다. 재협상 요구는 법원리 상으로도 타당하다.
영미법상 계약법의 원칙 중 '사정변경의 원칙(Hadley Rule)'이라는 것이 있다. 사정변경의 원칙이란 법률행위에 있어서 그 기초가 된 사정이 그 후에 당사자가 예견하지 못한 또는 예견할 수 없었던 중대한 변경을 받게 되어, 당초에 정하여 진 행위의 효과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강제한다면 대단히 부당한 결과가 생기는 경우에는, 당사자는 그러한 행위의 결과를 신의칙에 맞도록 적당히 변경할 것을 상대방에게 청구하거나, 또는 계약을 해제, 해지할 수 있다는 원칙을 말한다.
예컨대, 당사자가 계약을 체결한 당시 이후 인플레가 극심해져 무려 100배나 물가가 오른 경우, 채권자가 사정변경을 이유로 채권액을 상향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가령 지금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오바마의 경우,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그는 분명 이미 타결 본 한미 FTA 협상의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설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국민이 촛불시위를 하면서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선다면, 미국 정부는 한국에 대하여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겠는가.
이대통령은 다행스럽게 가시적 조치를 일부 취하기는 하였으나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하여는 조치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30개월 이상 되는 쇠고기만의 수입거부라는 미봉책으로 이 난관을 돌파하려는 것은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같은 주장은 쇠고기 협정이 발효되고 나면 공염불에 불과한 미봉책일 뿐이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대통령이다. 따라서 한국의 국민의 입장에서 모든 가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상황과 방향을 정확히 읽지 못하는 대통령의 리더십은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당할 뿐이다.
/이기문 변호사
종이신문 : 20080623일자 1판 11면 게재
인터넷출고 : 2008-06-22 오후 7: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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