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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항복/최종설(70회)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장(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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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항복
교육의눈
인간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그 욕구가 충족되기를 바라고 충족하기 위하여 즉, 행복해지기 위하여 끝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
행복(happiness)을 국어사전에서는 복된 좋은 운수, 생활의 만족과 삶의 보람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로, 백과사전에서는 인간 욕구가 충만 되어 있는 상태, 또는 그때에 생기는 만족감으로 설명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지만 사람에 따라 행복의 내용과 가치는 각양각색이다.
생리적 욕구의 만족에서만 행복을 구하는 사람은 쾌락을 행복이라고 생각하지만 매슬로우의 욕구 충족 단계에 따라 행복의 정의와 가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돈, 명예, 권력, 건강 등을 행복의 조건이라고 하지만 절대적인 필요 충분 조건이 아닌 필요 조건인 것 같다. 범사에 감사하는 사람,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 등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한다.
행복의 반대는 불행이다. 그러나 사람과 상황에 따라, 생각하기에 따라 행복과 불행은 바뀔 수도 있다.
행복과 획 하나만 다른 항복이라는 말이 있다. 항복은 싸움에 져서 굽혀 복종함, 잘못했다고 굽힘으로 설명하고 있다.
항복은 주로 군대 간의 전쟁에서 하는 말로 교전 중인 군대 한 쪽이 전투 행위를 중지하고 적의 권력에 승복하는 것으로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할 수도 있고, 조건을 제시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전쟁에서 지면 불행하고 비참하다. 그러나 인간 관계에서는 항복한 사람이 반드시 불행하고, 승리한 사람이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행복해지기 위하여 항복하는 경우가 많다. 승리하기 위하여, 항복을 받기 위하여 끝까지 자기 주장을 내세우고 갖은 비열한 수단과 권모술수를 동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방법으로 이기는 것은 진정으로 이기는 것이 아니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진정으로 이기는 사람은 지는 사람이다. 아니 져주는 사람이다. 특히 힘 있는 자가, 권력이 있는 자가, 돈 많은 자가, 남자가, 부모가, 남편이, 윗사람이 지는 것은 항복하는 것이 아니라 져주는 것이다.
져준다는 말은 말 그대로 이길 수도 있는데 의도적으로 져서 그 보상을 상대방에게 준다는 말이다.
여기서 이긴 사람, 승리한 사람은 자기가 이겼어도 그 스스로 상대방이 져 준 것을 안다. 그래서 승리에 도취되지 않고 오히려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어 항복한 사람, 패자에게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위축되게 되어 있다.
항복한 사람도 비참한 것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 위안을 삼아 졌지만 오히려 수준 높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행복하기 위하여 져준다. 그래서 항복하면 행복해진다는 어찌 보면 아이러니, 역설적인 말이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획하나, 점하나, 알파벳하나의 변화가 아주 다른 또는 반대의 의미를 갖게 하는 경우가 많다. 항복과 행복, 영어의 Change 와 Chance 즉 변하고 바꾸면 기회가 된다든가, 유행가의 가사처럼 남과 님, 욕과 약 등이 있다.
인간관계에서는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상대방을 위한 배려와 아량으로 져주는 그러한 사람이 어찌 보면 진정한 승자일 것이다. 요즘 우리의 교육이 줄 세우기 교육, 일등 하는 교육만을 중시 한다고들 한다.
물론 경쟁사회에서 열심히 노력하여 승자가 되고 자기의 꿈을 이루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힘과 능력과 부와 권력이 있을 때 져주는, 져 줄 수 있는 인성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종설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장
종이신문 : 20080619일자 1판 10면 게재
인터넷출고 : 2008-06-18 오후 8: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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