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들의 사기공약 ?

월요논단/이기문 변호사·前 인천변호사회장

총선은 끝이 났다. 그런데 총선당시 후보들이 공약했던 뉴타운 사업을 둘러싸고 유권자들이 속았다면서 분노하고 있다. 서울시장이 총선이 끝난 뒤 뉴타운 사업에 쐐기를 박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지역개발'에 대한 기대심리와 자신들의 '재산권'의 가치향상 때문에 당연히 뉴타운 사업을 공약했던 후보에게 표를 찍었는데, 총선이 끝나자마자 서울시장이 이에 대하여 쐐기를 박으면서 또 속았다는 심정을 유권자들에게 주었다.

실제로 뉴타운 사업은 노후한 구도심의 기능개편 등을 통하여 낙후된 구도심을 정비하고, 지역간 균형발전을 이루자는 취지에서 이뤄지고 있는 사업이다.

영국에서도 뉴타운 사업이 있었다. 1998년 신노동당 정부가 출범하면서 커뮤니티 뉴딜정책을 10년의 장기정책으로 고안되었고, 전국적으로 39개 지역에서 확산 시행되었었다.

10년간 총 20억 파운드(약 3조8000억원)를 쏟아 부었다. 지역 내의 다양한 계층에서 나오는 수많은 의견으로 의사결정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따라서 당연히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었고, 주민들의 반사회적인 행동이 빈발되기도 했었다.

영국정부는 시장중심이 아닌 거주자 중심의 주택공급원칙을 세웠다. 지역의 이미지 관리전략을 세우고, 주택 리모델링을 통해 도시재생지역내 주택들의 구매를 장려했다. 개발초기단계부터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했으며 물리적 환경개선을 위한 정부차원의 투자도 이뤄졌다. 그리고 지역 내 주민들이 반사회적인 행동을 억제하는 법적 장치도 마련했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어떤 지역의 인기를 높이기 위함이 아닌 그 지역 사람들이 행복하고 편리하게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사람중심'의 뉴타운사업을 추진했었던 것이다.

이렇듯 선진국의 뉴타운 사업은 주로 산업구조 변화로 인해 쇠퇴하는 구도심을 재활성화 하거나 쇠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람중심, 기능중심의 뉴타운사업이 이뤄졌으며 시민의 삶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계획하였고, 그대로 집행되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겉으로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선거 공약, 지방의원이나 국회의원들의 선거 공약을 통하여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게되어, 당선하게 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거주하고 있던 시민들이 뉴타운 사업시행이후 해당지역 내에서 부담감을 감당할 길이 없어 추방당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 게다가 시공사에게 엄청난 이득을 가져다 주는 정경유착의 새로운 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 다반사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우 뉴타운 사업을 향후 어떻게 전개해야 할 것인가?

첫째, 지역여건과 지역주민들의 실정을 철저히 파악해 지역주민중심의 뉴타운 사업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뉴타운 사업이후 그 지역에 살고 있던 주민들이 제 자리에서 다시 생활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배려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둘째, 물리적인 낙후성에만 착안할 것이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역사 등 원주민의 재정착과 지역사회의 특성이 회복되는 등의 지역사회와 주민의 통합에 중점을 두는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셋째는 지역균형발전의 차원에서 도식적으로 뉴타운사업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대상지구를 선정함에 있어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한 후 해당지역의 도시기반시설의 확충 지원하는 등의 인프라를 구축함이 전제되야 한다.

넷째는 대상지구의 선정기준에 따라 선정된 지역을 대상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원체계와 평가체계를 마련해 각각 어떤 지원 모델을 만들 것인지 시스템에 맞추어 결정해야 한다. 또 지역주민이 지원모델을 스스로 인식해 그들이 뉴타운사업에 왜 참여해야 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주민들의 반대 의사가 최소화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위한 법률정비작업이 필요하다.

결단코 선거에서의 후보들의 단순 公約으로 空約처리되는 뉴타운 사업의 추진은 바람직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국민들의 분노만 들끓게 할 것이다.

종이신문 : 20080428일자 1판 11면 게재 
인터넷출고 : 2008-04-27 오후 7:3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