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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논단/ 이기문(70회) 변호사 前 인천변호사회 회장(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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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이 법치주의의 상위?
▧ 월요 논단 ▧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쳐 이명박 정부로 교체된 것이다. 정권이 교체 되자마자 지난 10년의 세월동안 억눌렸던 한나라당의 굉음이 시작되었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가 목표를 '선진화'에 두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하여 '이념'을 넘어 '실용'이라는 방법을 내세웠다. 그리고 '실용정신은 … 인간과 자연, 물질과 정신, 개인과 공동체가 건강하고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삶을 구현하는 시대정신'이라고 정의까지 내렸다.
이명박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실용의 잣대란 무엇일까? 국가차원이 아닌 정권차원의 실용이었을까? 개인과 공동체가 건강하고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삶을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한 취지와는 무색하게 지금 정치의 현장에서는 국민적으로 어우러지는 삶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좌파'와 '우파'로 나누는 편 가르기를 조장하는 세태가 볼 성 사납게 벌어지고 있다. 정권차원의 실용정신의 발로라고 보아야 할까? 아니면 국가차원의 실용정신의 발로라고 보아야 할까?
실용의 이름으로 이명박 정부는 무슨 일이든 해댄다. 일만 잘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정신으로 소위 강, 부, 자 내각이나 고, 소, 영 내각으로 조롱되는 내각도 출범시켰다. 방송통신위원장엔 최측근을 내세웠다. 실용을 위하여 최소한의 도덕적 명분도 내 팽개쳤다.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졌던 사람들도 실용의 차원에서 불러들이기도 하고 내치기도 한다. 총선 공천자들을 보면 참여정부에 관여했던 인사들을 실용의 차원에서 끌어들였다.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 정덕구 전 산자부 장관 등이 그들이다.
실용을 내세웠으니 우선 무엇인가를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창조적 실용이라는 언어를 구사했다. 물가인상을 잡을 것인가? 경제성장을 이룩할 것인가? 이 문제도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대처했다. 유가 특소세 10% 인하카드를 들이댔다. 하지만 그 효용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 국무회의실 회의 탁자를 종전과 다르게 배치하고, 3·1절 기념식 때 대통령 의자를 병렬 배치했다. 눈에 보이는 실용을 위해서다. 이른바 좌파적출 코드인사도 실용의 이름으로 해대고 있고, 기업인들과의 핫라인 설치도 실용의 이름으로 마련했다. 대운하도 실용의 이름으로 밀어 붙일 태세지만, 총선가도가 남아 있어 총선공약에서는 내세우지 않고 주춤거리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인수위 시절부터 '노 홀리데이'로 몰아붙이고, 취임이후 출근시간을 당기고 퇴근시간을 늦춘 것도 모두 실용의 이름으로 볼아 붙였다. 공무원들의 건강은 실용의 이름으로 매몰되어버렸다.
"건강하고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삶"을 구현하는 시대정신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시대정신과는 동떨어진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편가르기'의 시작은 국민적 불행이다.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려면 편가르기가 아니라 국민통합부터 해야된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의 원내대표는 국정의 발목을 잡는 세력들이 자진 사퇴할 것을 주장했다. 이 모든 것이 따지고 보면 실용의 터전위에 서 있고, 또 문화관광체육부 장관의 언어도 실용의 터전위에 서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모두 법치와는 거리가 멀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위반되는 주장을 실용의 이름으로 해대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대통령이 강조했던 '어우러지는 삶'과는 지나치게 거리가 멀다.
국민 통합을 앞에서 말하면서, 뒤에서는 당내 최대세력이었던 박근혜 계를 공천에서 내친 것도 모두 실용정신에 입각한 것으로 보인다. 총선이후 한반도 운하를 밀어붙이기 위해서다. 그래서 대통령은 국정의 안정을 국민들에게 말하기 시작했고, 보이지 않게 지역을 다니면서 정치적 안정을 국정의 담론으로 이야기 한다.
언어란 시대적 상황에 따라 그 색깔을 나타낸다. 박정희 정권시절에 '잘 살아보세'와 '산업화'라는 말이, 전두환 정권시절에는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말이, 그 시대를 각 대변해왔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는 '실용'이라는 말로 대변되어질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실용이라는 말이 정권의 이익을 위하여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인 도덕성을 버리는, 몰염치한 언어로 비쳐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법치주의를 버리면서까지 실용주의를 내세우는 것은 온당치 않다.
/이기문 변호사 前 인천변호사회 회장
종이신문 : 20080324일자 1판 11면 게재
인터넷출고 : 2008-03-23 오후 8:20:24
댓글목록 0
임한술님의 댓글
자랑스런 선배님 입니다..
김현일(90회)님의 댓글
자랑스런 선배님 입니다..,too.
안태문님의 댓글
법치를 버리면서 실용을 찾는 것은 또 다른 법질서를 해하는 것이겠지요...
법이 우선시되면서 잘못된 법을 수정하여 모두가 잘 사는 나랄를 만들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