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최용표칼럼(57회)(퍼온글)
본문
교수사회 변해야 대학이 산다
최용표칼럼
최근 인천전문대 교수들의 가짜박사 논란과 제자 성희롱 추태를 보면 어디 이곳이 대학이라 내세울 수 있는 곳인지 회의마저 든다. 자그마치 9명의 교수가 가짜박사 학위를 받은 사실이 들통난지 한 달이 넘도록 여전히 교단에 서 있음에도 학장은 이들의 법적·도의적 책임도 묻지 않고 있으니 그야말로 뻔뻔하기 짝이없다. 학생들이 교수의 비리와 제자의 성희롱을 고발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시의회가 이 문제로 시끌벅쩍한데도 말이다.
시립대학인 인천전문대는 연간 시로부터 100억~150억원의 운영비를 지원받는다. 시민의 소중한 혈세가 이 대학에서 쓰여진다. 그런데 작년 시 종합감사에서 가짜박사학위를 받거나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학위를 받은 9명의 교수가 적발됐다. 당장 퇴출시켜야 마땅하다. 이런 가짜교수에게 강의받은 학생들이 제대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교수의 경쟁력이 없는데 대학의 경쟁력과 학생의 경쟁력을 논할 수 없다. 대학 경쟁력의 핵심은 교수에 있기에 그렇다.
그렇잖아도 교수사회에 자질이 부족한 교수를 걸러내야 한다는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작년에 테뉴어(정년보장)신청교수 15명을 탈락시킨데 이어 올해 새학기 직전에 연구실적이 부진한 교수 6명을 재임용에서 탈락시켜 대학가에 충격을 주고 있다. 교수직이 더 이상 '철밥통'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 것이다. 연세대도 최근 재임용을 신청한 20명의 교수중 5명을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 이같은 변화의 바람이 일시적이 아니고 하루속히 제도적으로 정착돼야 할것이다.
지금까지 교수사회는 한번 임용되면 평생 자리를 보장받는 경쟁 무풍지대였다. 그래서 대학교수를 공무원·초·중고교사·공기업 임원과 함께 대표적 '철밥통'으로 여겨왔다. 대학들이 그간 3년마다 교수재임용 심사를 해왔지만 실제 퇴출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한국인들의 높은 교육열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이런 상태는 한마디로 한심한 일이다. 평생직장을 보장받아 온 교수사회가 이제 선진국처럼 연구실적을 토대로 엄격한 심사가 시작됐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대학경쟁력을 높이려면 교수사회가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은 세계 대학순위에서 미국·유럽 등 선진국은 말할것도 없고 일본·중국·싱가포르 등 아시아권에서도 뒤쳐져 있다. 지난해 더·타임즈가 선정한 세계 100대 대학을 보면 중국 칭화대(40위), 일본 오사카대(46위)보다 서울대(51위)가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경쟁력인 대학이 발전하려면 교수사회부터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교수사회가 무사안일에 빠지고 평생 자리가 보장되는 '철밥통' 문화가 계속되는 한 대학의 경쟁력이 나아질리 만무하다.
최근 정부의 교수출신 고위공직자의 인선과정에서도 교수의 논문표절과 중복게재 등 시비가 끊이질 않아 교수들의 도덕불감증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김성이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자와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이 표절시비의 의혹을 받고 있다. 당사자들은 "잘한 일이 아니었다" "송구스럽다"고 말하지만 교수사회에 윤리의식이나 도덕불감증이 만연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선진국에선 논문표절이 발각되면 결코 학계나 공직에 발붙일 수 없다. 논문조작과 표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교수사회의 풍토가 문제다. 학자나 교육자로서 결코 있어선 안될 일이 "그럴 수 있다"고 눈감아 주는 교수사회의 도덕불감증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교수의 가짜학위나 논문표절이 발각되면 학계나 공직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교수사회의 변화에 소극적인 대학을 도태시켜 대학교육의 질을 전반적으로 높이는 것이야 말로 우리나라 대학의 당면과제가 이닐 수 없다. 교수사회가 변해야 대학이 살아나고 사회도 건강해 진다.
/주필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