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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터뷰/ 3 허문명 한국문화원연합회인천시지회장(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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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사업 추진 충분한 공청회·검증을"
문화인터뷰/ 3 허문명 한국문화원연합회인천시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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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원연합회 인천시지회는 얼마전 복원한 '제물포구락부' 1층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게 옛날 돌 그대로인가요?" 석굴암 같은 돌벽을 보며 다소 감상에 젖은 질문을 했다. 이제는 영영 떠나가버린 숭례문이 퍼뜩 연상됐기 때문이다.
"그럼, 백년도 넘은 거예요. 근데 여름이면 물이 줄줄 새서…."
허문명(69) 한국문화원연합회 인천시지회장은 내심 자랑스럽게 말하면서도 제습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100년 전의 역사 속에 앉아 숭례문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숭례문이 불 탔을 때 어떠셨는지요.
▲인재로 봅니다. 화재를 방지하려고 했으면 평소 예산을 편성해 관리인력을 투입했어야 했어요. 예산 뒷받침 없이는 허공에 대고 외치는 메아리에 불과합니다. 인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 빨리 예산을 책정해서 문화재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해요. 부평향교, 인천향교 우리 인천에도 얼마나 많습니까, 강화도는 말할 것도 없구요.
-지금 이 곳, 제물포구락부 역시 오래된 문화재입니다. 이 곳 관리를 문화원연합회에서 맡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그런데 복원이 잘못됐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인천은 개항시기 외국 문물을 최초로 받아들인 지역 아닙니까. 제물포구락부는 외국인들의 사교장이었는데요. 긍정의 역사이건 부정의 역사이건 역사는 역사라고 봅니다. 제물포구락부는 근대사회에서 인천이 담당한 역사적 사건입니다. 우리로서는 역사를 바로 알려주고 새롭게 깨달아 반성하라고 복원했는데 스토리텔링이 잘못된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다시 제작하고 있습니다. 잘못 만들었어요.
-이 지역(자유공원) 일대는 제물포구락부처럼 세창양행, 존스톤별장 복원 계획이 있던데요. 제물포구락부는 그나마 건물이 남아있었지만 다른 건물들은 다 소실되고 그 자리에 다른 것들이 앉아 있습니다. 이를테면 한미수교 기념탑이라든지, 맥아더장군 같은… 이런 것들은 수십 년이 지나 역사적 의미를 띠어가고 있는데 복원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그게 창조적복원사업이라고 하는건데요. 단시일내에 검증하는 것은 안 하는 것만 못해요. 역사를 왜곡할 수 있거든. 그런 것들을 할 생각이면 전문기관에 의뢰해서 서둘지 말고 천천히 해야지. 왜곡되는 것은 절대 용납돼선 안됩니다. 제물포구락부 역시 왜곡된 부분이 있어서 현재 근대사학자들을 중심으로 자문위원을 구성해 스토리텔링작업을 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문화원연합회에선 제물포구락부 관리와 같은, 관리업무만 하시는건가요.
▲(눈을 크게 뜨고 딱하다는 표정으로)이렇게 문화원 홍보가 안돼있습니다. 하긴 문화원이 지금까지 독자적으로 향토사업만 해왔으니 기자양반이 모르는 것도 당연하지요.
문화원이 대체적으로 보수, 권위, 폐쇄주의적 이미지를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엄청난 일을 해대고 있어요. 가까운 일본만 해도 문화원은 2만5천개나 있는데 우리는 고작 225개밖에 없지요. 일본문화원은 2차대전 패전 뒤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한자를 직접써보이며) 일본은 '공민관'이라고 하지요. 우리 나라 문화원들은 이제 '문화의 거점'이 돼가고 있습니다. (책을 펼쳐보이며)올해 사업을 좀 보세요. 우리 나라 문화원 제1호가 강화문화원입니다. 60년이나 됐죠.
일본의 경우 정부가 적극 지원하지만 우리는 아직 그렇지 못해요. 그러다보니 활동이 잘 알려지지 않는 것이죠.
-그럼 (경제적으로) 어떻게 운영을 하십니까.
▲다행히 지난 2006년부터 사무국장에 한해서 공채로 채용할 경우 2천만 원의 지원금을 줍니다. 그때부터 보다 전문인력이 일하게 됐고 사업도 다양해졌지요. 올해 이명박 정부에게 건의했다가 채택된 내용 가운데 중요한 문화원사업은 새로운 실버문화의 개발 보급 사업과 외국인 다문화 정책 추진사업이지요. 급격하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실버세대를 위한 노인문화 거점기관으로써 역할을 하고 한국인과 결혼하는 외국인들이 한민족으로서 동질감을 가질 수 있도록 문화원이 나서겠다는 말입니다. 실버사업의 경우 단순한 여가선용이 아니라 생산적인 면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입시위주의 교육도 문제예요. 기초단위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사업과 평생교육 문화학교 운영사업은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앞으로 여러 방면에서 문화원이 거점이 되고 중심이 될 거예요. (부평문화원이 발행한 책장을 넘기며) 이거 보세요. 홍보가 안돼서 그렇지 실질적으로 엄청나게 많이 합니다.(허 회장은 현재 부평문화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회장님께서는 인천의 문화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좀 추상적인 질문이긴 하지만.
▲아시다시피 인천은 문화기반시설이 전국 최하위입니다. 정부기관이 조사한 내용입니다.
인천에서 앞으로 도시엑스포,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청라지구와 같은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데 그런 발전과 개발을 위한 조건은 반드시 문화예술시설이 동반적으로 들어가야 한다는겁니다.
이런 문화예술기관은 특히 시가 (시민들, 문화관계자와) 반드시 협의해야 합니다. 협의를 안 하니까 허점이 나올 수밖에 없지요. 전문기관과 공청회를 거치고 다수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까 문제가 되는거예요. 인천에 근대사학자가 많습니다. 그 분들을 통해 조사 검증하면 될거 아닙니까. (진지한 표정으로)공무원들이 무슨 전문성이 있다고 해서 이런걸 혼자 다 합니까. 참 지금 제물포구락부에서 영국의 날 행사를 하고 있는데 한번 올라가 보실라우.(허 회장을 따라 제물포구락부로 올라갔다. 제물포구락부에는 시민 몇 명이 관람을 하고 있었다.)
-(스토리텔링이 방영되고 있는 모니터를 가리키며)저게 잘못됐다는 말씀이군요.
▲네 지금 그래서 다시 만들고 있으니까 곧 (제대로 된 역사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제물포구락부는 단순히 관람만 하는 게 아니라 무슨 행사도 하는 모양이지요.
▲오는 3월17일 부터는 소련대사를 모시고 소련의 날 행사를 할겁니다. 러시아 역사 문화 예술 교류전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제물포구락부와의 특별한 관계도 재확인하고 도시엑스포, 아시안게임 등 국제행사에 대한 관심제고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겁니다. 이어 7월부터 9월까지는 중국 역사 문화 예술 교류전이 열립니다. 인천은 차이나타운 화교중심지로 알려졌잖아요. 요즘엔 인천항의 중국 무역량 확대로 중국비중이 커지고 있으니까 당연히 해야하는 행사지요. 이밖에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국가문화예술 교류전도 준비했어요. 좀 볼 만할 겁니다.
-회장님께서는 고향이 인천이세요.
▲네. 인천고등학교 나와 새얼문화재단 지용택 이사장님이 선배님이고 인천일보 최용표 주필과 동창입니다. 대학교는 성균관대, 대학원은 동국대를 나와 단국대에 근무했어요. 총무처장, 중앙도서관장으로 30년간 근무했습니다. 학교 건설본부장으로 있을 땐 한남동에서 지금의 분당으로 옮기는 일을 책임졌습니다.
-대부분 서울에서 활동하셨는데 어떻게 퇴임 후 부평문화원장을 하게 되셨는지요.
▲문화원이사회에서 추대해서 처음 부평문화원장을 하게 됐어요. 직장은 서울이었지만 고향이 인천이다보니 고향 지인들과 계속 교류는 했을거 아녜요.
-특별히 좋아하시는 취미는 있으신지.
▲여행을 좋아합니다. 역사탐방 같은 것을 좋아하는데 새얼문화재단이 매년 하는 역사기행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습니다. 여행을 많이 하다보면 역사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가 끝난 뒤 허 회장이 "약주는 좀 하세요"하고 물어왔다. 양심에 꺼리긴 했지만 "잘 안 합니다"라고 답했다. 고색창연한 제물포구락부 건물을 등지고 비탈길을 내려오면서 100년 전 이 길을 걸었을 사람을 생각해봤다. 일본, 러시아, 중국인이 아닌 한국인 말이다. 지금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은 과거 이 길을 거닐었던 조상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금부터 100년 뒤에도 이 길을 걷고 있을 사람이 있을테지…. 푸르고 맑은 겨울바람이 불었다. /글=김진국·사진=양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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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신문 : 20080218일자 1판 6면 게재 인터넷출고 : 2008-02-17 오후 8: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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