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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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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산골마을에는 야밤에 불이 잘 났다.
일명 도깨비 불이라 하였다.
"땡땡땡땡땡~~~"
조그만 성당의 종각에서 급히 화재를 알리는
종소리다.
주일날이면 울려야할 평화의 종소리가 긴급을
알리는 타종이 되었는데 마을에 경보시스템이
없어 그리 이용되고 있었다.
"불이야!"
고함소리와 함께 밖이 몹시 시끄럽다.
깜깜한 밤 들창문이 훤하였다.
불빛을 보고서 아버지는 대충 누구네가 불난 것인지를
추측하셨다.
"영원네야.쯧쯧. 어이 갑시다. 여보!"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으시고 양동이을 들고
화재현장으로 달려 가셨다.
헛간과 초가지붕이 다 탔다.
소는 미치어 날뛰었다.
다행이 인명피해는 없었다.
산에서 나무를 해와 처마밑에 쌓아놓은 땔감에
담뱃불이나 아궁의 불씨가 바람에 날려 자주 불이 나곤하였다.
불끄기를 마치고 돌아오신 아버지와 어머니는 반드시
양동이를 대문 안으로 들여 놓지 않으셨다.
이유는 화마가 양동이에 들러붙어 피해를 줄까 염려해
밖에 두신 것이다.
어제 밤 숭례문이 불탔다.
정말 충격이었다.
육백년 서울을 지켜온 국보 1호가 처참히 무너져 내렸다.
국민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유야 어떻든 고귀한 문화재가 하루아침에 재로 변하다니...
목재건물의 취약성이라지만 이 얼마나 방재에 허술함인가?
전에 아버지가 학교에 재직할 당시 학교등 공공건물에 불이라도 나면
단체장은 옷 벗을 각오를 해야만했다.
그러나 오늘날 국가기강이 얼마나 해이해졌기에 수 많은 전란에도
굳건히 버텨온 역사유적 숭례문이 불타버린단 말인가?
정말 어이가 없다.
전소된 국보 1호를 보는 출근길 시민들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억장이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일제 때 불리던 남대문을 숭례문으로 개칭하여 광장까지 갖추어
제법 수 많은 외국인들이 보러왔던 민족의 자랑...
서울에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작은 할아버지가 남대문의
문턱이 아주 높더라고 우겨 이겼던 수도의 관문...
오호 통재라!
슬퍼만 할 수 없다.
철저한 고증을 거쳐 무너진 문화국민의 자존심을 다시 세워야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거울삼아 전반적인 문화재의 보존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보호를 해야한다.
후세를 위해 수천년 역사의 전통을 우리 모두가 지켜야하지 않겠는가?
댓글목록 0
崔秉秀(69回)님의 댓글
이조시대, 6.25전쟁에도 없던 일이 일어 나다니... 국민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일부 몰지각한 관원과 백성들 물고를 틀어 일벌백계로 다스리고, 이일을 계기삼아 문화재청을 없애고 문화재 보존관리청과 안전관리청을 분리해서 설치하여 대비하여야 되겠네요...
김성훈님의 댓글
새벽까지 전소되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더군요...
이준달(90회)님의 댓글
오호~~통재라... 정말 기가 막힌 일이더군요... 사회에 대한 불만을 이렇게 밖에 표현못하는 이시대가 더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