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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ter wonderland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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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cret Garden in December.... 12월 초순 이틀에 걸쳐 폭설과 얼음비가 연달아 내렸습니다. 덕분에 비밀의
정원이 winter wonderland가 되었습니다. 나무들은 가지가지마다 모두 얼음 코팅이 되어 햇볕이 비칠 때마다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듯 반짝거렸는데 제 사진 솜씨로는 그 아름다움을 담아낼 길이 없었답니다. 그저 넋을 잃고 바라보기만 했을 뿐....
올해는 유난히 일찍부터 눈이 많이 내립니다. 이십대 중반쯤 되는 진이 말하길 자기가 어렸을 때는 12월에도 이처럼 눈이 많이 왔는데 한동안 눈이 줄어들더니 이번 겨울은 꼭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하는 동안 눈빛이 꿈꾸는 듯 반짝이는 진을 바라보며 잠시 마음이 멍했습니다. 평소엔 별로 행복해 보이지않는 아가씨이거든요. 그런가 하면 옛날 일은 다 잊어버리고 싸락눈이나 오락가락하던 최근의 12월들만 생각하며 벌써 2월처럼 눈이 지겹다고 불평하는 아줌마, 아저씨들도 있지요.
예? 저는 어떠냐고요? 저야 뭐... 할아버지께서 이른 아침에 대빗자루로 쓸어놓은 흙마당에 발자국을 내며 걸어다니며 눈길을 걷는 기분을 내던 어린 시절을 생각한다면 내내 눈발자국을 내며 걸어다닐 수 있는 캐네디언 윈터를 감사하게 받아들여야겠지요. 이곳을 winter wonderland라고 여기고 말입니다. 버팔로 크리스마스 스테이션에서 Annie Lennox가 부르는 winter wonderland를 들었는데 참 좋습니다. 유튜브에도 있는데 아쉽게도 퍼가기가 허용이 되지 않는군요.
크리스마스가 코 앞으로 닥쳤습니다. 지나친 상업성에 반대한다는 신념으로 크리스마스 샤핑을 늘 거부했는데, 딸아이가 제 목소리를 낼 정도로 자라고 나니 그것도 쉽지가 않군요. 고등학교 1학년짜리가 저보다 어린 아이들을 돌봐주고 번 돈으로 엄마 아빠 선물을 살테니 함께 가자고 권유하는데 안 갈 수도 없고요. 복잡한 샤핑몰을 돌아다니기를 싫어하는 엄마의 거북한 마음을 풀어줄려고 점심까지 사주더군요.ㅎㅎㅎ 딸아이의 채근 덕분에 일치감치 크리스마스 선물 마련도 끝냈고 단골 손님에게 부탁한 터키도 오늘 도착했습니다. 터키를 기르는 친구네 농장에서 직송해 온 것이라고 하니 기대를 해봅니다.
그리고 마음 먹고 있던 신나는 일 하나도 이틀 전에 끝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위한 꽃꽂이! 꽃이 한 송이도 안들어갔으니 꽃꽂이라고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요. 지난 주말 이틀동안 내린 폭설로 지금 들판은 완전히 하얀색이랍니다. 소담스럽게 들판을 덮고 있는 흰눈 위로 가지를 뻗고 있는 dogwood의 빨강 맨 가지들이 참 예쁘지요. 눈 위의 빨간 dogwood 가지들이 있는 풍경을 실내로 옮겨오고 싶었답니다.
IKEA에서 4불에 샀던 조립식 윈도우 박스. 원래는 나무의 색감이 자연스럽게 남아 있는 색깔이었는데
대니얼에게 부탁해서 흰색으로 칠했습니다. 하얀색의 눈밭을 연상하기 위해서요.
꽂는 과정을 간단히 보여드리고요...
완성된 작품입니다. 실내로 들어오는 문을 열면 딱 마주치는 곳에 자리를 잡아주었지요. 초록색의 오이시스를 감추기 위해 블건디색으로 염색된 유칼리툽스 가지를 잘라 꽂아주었는데 향기가 정말 좋습니다. 꽃집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훅~하고 코를 자극하는 냄새와 비슷하지요.
10월 말쯤 사다 심은 아마릴리스 구근도 드디어 활짝 피었습니다. 구근에서 꽃대가 올라와 꽃이 활짝 피기까지 약 두 달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아마릴리스 구근은 어깨와 목이 드러나게 심어야 한다는 걸 뒤늦게 배워서 화분 깊숙히 심었던 구근을 파내어 높이를 조정해서 다시 심었는데 그때문에 뿌리가 튼튼하게 내리지 못한 탓인지 꽃대가 저 무거운 꽃을 지탱하지 못해 자꾸 기울어져서 받침대에 기대어 근근히 서 있습니다.
옆에 있는 초록이는 작년 크리스마스때 들어왔던 포인세티아입니다. 두 개 중 하나는 죽고 한 녀석만 겨우 살아남았는데 제대로 자라지못하고 있네요. 이맘때쯤이면 제일 흔한 화초가 포인세인티아인데 은근히 키우기가 까다로운 듯 싶습니다. 앞쪽의 풀같은 초록이는 한국에서 꽃할머님이란 이쁜 별명을 가지신 분이 한국 토종 다알리아 뿌리와 함께 보내주신 미니달개비랍니다. 토종 다알리아는 비밀의 정원에서 자라던 다알리아 뿌리들과 함께 지하실에서 고이 잠자고 있습니다. 봄이 되어 눈이 다 녹은 다음 자리를 잡아 심어줄텐데, 새싹이 나와 아마 어리둥절하지 않을까 싶네요. 어라? 여기가 어디야? 주인 아줌마가 하는 말은 한국말같은데 흙냄새는 영 아니고...엉? 저 옆집 사람들이 쓰는 말은 또 뭔 말이람? 하나두 못알아듣겠네...햇살님, 바람님. 여기가 도대체 어디래요?
ㅎㅎㅎ
The Winter Wonder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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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님의 댓글
펌 글이군요...햇살님, 바람님. 여기가 도대체 어디래요?... >>> wonderland 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