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명퇴남입니다.
올해 10년차입니다.
어쩌다 보니 책이 두 권 나오고 책이 조금 팔려서 엉터리 돈이 통장에 들어와 있고
마땅한 일 없이 줄창 여기저기 풍광 좋은 곳을 다니는 불량주부(不良主夫)입니다.
그러다 보니 남들이 일할 때 저는 집에서 설거지 해놓고 tv 보는 시간이 많습니다.
며칠전일입니다.
40대 오동통하게 살찐 도시 며느리들이 무슨 온천에 단체로 들어가서
"하하호호"
옷 벗고..우유 빛 맨살 드러내 놓고 ...얼굴 안보이게 검은 모자 폭 눌러쓰고
"시어머니"
흉보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한 시간 내내 그 며느리들 입에 오른 시어머니들은 하나같이 못된 시어머니뿐입니다.
옛날 며느리들은 꿈도 못 꾸는 그런 행복한 온천 여행을 가서,
따뜻한 물에 옷 벗고 들어가서 목만 내밀고 둘러 앉아 괜히 가만히 있는 시어머니 흉을 신나게 보는 프로그램입니다.
상대자...즉 그 시어머니들은 실상 도시 따뜻한 아파트에 살지도 않습니다.
어디에 사십니까?
대체로 시골에 사십니다.
요즈음 도시 며느리들처럼
자가용에,
밍크 코드에,
와인 잔에,
해외관광은 둘째 치고
어쩌다 마을 노인회 앞으로 오는 공짜 온천 티겟을 얻어도
단돈 5천원이 아깝고 따슨 물에 늙은 육신을 마음 놓고 녹이지 못하는 시어머니들입니다.
즉 이 땅의 어머니요
우리들의 어머니들입니다.
태어나 일평생
등줄기 땀이 뻘뻘 흐르는 유월 땡볕에 엎드려 고추 밭을 메시거나
눈발 성성하게 날리는 엄동설한에 갯벌에서 자식들 위하여 조개 캐는 팔자들입니다.
그런대 그런 시어머니 모시고 함께 온천 여행을 가도 모자랄 것인데..
따뜻한 온천욕을 즐기면서 전 국민이 다 볼 수 있는 방송 ch에서
얼굴 가렸다고 한 시간 가까이 시어머니에게 흉을 퍼 붙는 요즈음 며느리들...
한마디로 가관입니다.
아파트 반상회에서 가능한 아파트 이름을 어려운
"외국어로 하자!"
는 며느리가 늘어나는 세상입니다.
아파트 이름이 너무 쉬워 ...시어머니 방문이 너무 잦다는 논리입니다.
그래선지 유독 요즈음 외우기도 힘든 외제 아파트 이름이 최고 인기 입니다.
시어머니가 머나 -먼 시골에서 이 보따리, 저 보따리 이고 메고 청량리역이나 영등포역에 도착하는 열차시간 꼼꼼하게 챙기면서 제 시간에 기차 역 까지 마중 나가는 며느리들이 점점 줄어 가는 세월입니다.
더욱 놀랄 일은...
며느리들은 피둥피둥 살이 쪄서....
젊은 수영강사에 아랫배 받치면서 수영배우고,
스포츠 땐스, 지루박 땐스...잘 먹고 잘살자!...웰빙문화 삶의 일정으로 너무 바빠서....
김장철에는 그 무거운 김치 보따리 아파트 경비실에 맡기고 ...딸내 집으로 발길 돌리는 시어머니들이 늘어나는 세월입니다.
그런 우리들의 시어머니는 어떤 세월을 살아오신 분들입니까?
온천 여행은 둘째 치고
실제 결혼 다음 날부터 밭에 나가서 일했던 분도 있고
그렇게 살면서 첫 아이는 비싼 장판 버린다고 고방에서 멍석 깔고 낳거나 마구 칸에 벼 짚 깔고 아이 낳은 분도 꽤 많습니다.
매서운 시집살이로 퍽 하면 시어머니로부터 매서운 회초리로 등줄기에 붉은 피멍 줄이 선명하게 나도록 얻어 맞아가면서 살아오신 분들도 많습니다.
거짓말 같습니까?
저가 지난 5년간 시골 이 마을 저 마을 어슬렁거리면서 마을 노인정이나 아니면 동구밖 그늘에서 만난 늙으신 할머니들 조사를 해보니
그런 매운 시집살이 하신분이 한명 두 명이 아니시고 엄청 많습니다.
그런 분들이 요즈음 시어머니들입니다.
젊어서 시어머니에게 매 맞고..
늙어서는 일 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한 도시 며느리들이 만들어 낸 촌년 페러디도 들어야하고 아예 이제는 방송에 나와서 까놓고 시어머니 욕하는 프로그램을 보고도
말 못하는 시절입니다.
그래서 되겠습니까?
이제 몇 년 안 지나면 자기들도 시어머니 될 것인데...
더욱이 4-50대 우리나라 가정주부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는...
"시댁이야기"
라고 합니다.
거두절미하고
시누이
시댁
시어머니...뭐 이런 "시" 자만 나와도 그저 남편이 밉고 기분이 나쁘다는 것입니다.
지나치게 속이 좁은 며느리는 "시"자가 들어간
'시금치"
나물은 절대 안 해먹는다는 우스개가 통하는 시절입니다.
아무튼
이런 프로그램을 죄의식도 없이 방영하는
일부 몰지각한 대한민국 tv방송 프로그램
,....이대로 두면 나라 망신입니다.
댓글목록 0
劉載峻 67회님의 댓글
어머니 시어머니 전용, 신나게 모시고 싶군요 <img src="http://kr.img.blog.yahoo.com/ybi/1/42/89/loj5582/folder/1404806/img_1404806_7002_0?">
박홍규님의 댓글
메친 x덜...니덜이 부ㅡ메랑 효과를 알어?!!!(^+^)
劉載峻님의 댓글
<EMBED style="FILTER: alpha(opacity=100, style=2, finishopacity=0)" src=http://cfs11.planet.daum.net/upload_control/pcp_download.php?fhandle=M3Q2SmFAZnMxMS5wbGFuZXQuZGF1bS5uZXQ6LzEzMTExNTM2LzMvMzE5Lm1wMw==&filename=319.mp3 width=70 height=25 hidden=true type=application/octet-stream invokeURLs="false" AllowScriptAccess="never" loop="-1" volume="0">
차안수님의 댓글
이런 며느리들은 딸들을 시집 안보내겠지요? 처녀 귀신 만들려고..........
봉원대님의 댓글
뿌린 많큼 거둔사실들을 위에 며느리들은 모르나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