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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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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주가 영하로 곤두박질을 했습니다. 이런 날씨면 고향 집 방안에 떠 놓은 사발 그릇의 찬물은 살얼음이 얼기 쉽상입니다. 우리 아부지는 80 연세이시지만 지게를 지시고 산에 오르셔서 나무를 하여 군불을 지피시면서 겨울을 나십니다. 객지 자식들이 보일러 기름을 넣어 들여도 기름 값이 워낙 비싸니 군불을 지펴야 마음이 편하신 모양입니다.
마침 곧 도로가 날 야산에 잡목을 할 곳이 있어 서둘러 시골에 내려가서 아버지와 산에 올라 나무를 했습니다. 신이 산에 잡목을 주신 이유는 직접 땀을 흘리면서 나무를 해보면 금방 이해가 갑니다. 지게를 지고 산에 올라 나무를 하다가 보면 더욱 그 깊은 자연의 의미와 인간의 삶을 알 수 있습니다. 나무를 하여 도끼로 장작을 패고.. 자연 온몸이 스트레칭도 되고 허리 운동도 엄청 됩니다.
우리 고향 집 사랑방 군불 아궁이 입니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오천년간 우리 민족이 추운 겨울나기를 도아주었던 황토 아궁이 입니다. 헌 옷으로 갈아입고 아예 작정하고 군불아궁이 앞에 퍼질러 앉아서 늙으신 우리 아부지 어메을 위하여 군불을 지피기 시작 했습니다.
문득 어릴 적 추억이 떠오릅니다. 짧은 겨울 해가 너부렁재 고개로 떨어지고 어둑어둑 어두움이 깔리면 군불을 지핍니다.
솔잎을 장장 밑에 깔고 안방 아궁이에서 불 쏘시게를 들고 부리나게 사랑방 아궁이로 들고와서 불을 붙입니다. 곧이어 이글이글 장작이 타들어 갑니다. 두 다리는 자연히 벌어 짐니다. 아랫도리 탱자 반쪽만한 것이 살금살금 늘어 짐니다. 온 몸이 노곤해지는 행복에 젖어 듬니다. 아궁이 장작 불이 사그라지는 싯점에 또 다른 기대로 흥분이 됩니다. 왜야하면 군불 속에 곧 감자나 고구마를 묻어서 꾸워야 할 차례 입니다.
사랑방에는 흰 수염이 멋지신 할배가 계십니다.
"할배요..오늘은 감자 꾸부까요?..고구마 꾸부까요?"
할아버지 명령을 기다리는 나는 늘 희망과 기대감으로 사랑방을 향해서 큰 소리로 할아버지에게 묻습니다.
헛기침을 몇 번 하신 할아버지는 드디어
"오늘은 고구마 꾸버라!" "예"
아랫채 고방으로 달려가서 고구마 세 개를 들고 오면서 좋아서 희희...거리다가 침까지 질질 흘림니다. 입이 바소가리처럼 벌이지는 것은 한개 두개를 꿉는 것도 아니고 오늘은 세 개 이기 때문입니다.. 어제 감나무 집 택상이란 놈이 고구마 반개도 아니고 한개 전체를 먹었다고 자랑을 했기 때문입니다. 할배가 세 개 꾸버라 하는 날은 나도 한개를 통체로 먹을 수 있는 날입니다...아이고 좋아라!.
기름 값이 오르면서 시골 여기저기 군불 지피는 집들이 많아졌습니다. 시골 인구가 줄고 산에 사람이 20년 넘게 안 들어가서 뗄감은 지천입니다. 굳이 잡목을 베지 않아도 이런저런 일로 쓰러진 나무를 주워서 아궁이에 군불 피울 나무는 지천입니다. 나무 보호도 적당한 간벌이 필요 합니다.
사람들이 산에 들락 거리지 아니하고 부터 지금은 오히려 산에 잡목이 너무 많아져서 정작 쓸만한 소나무 개체수가 급격격히 줄어들었습니다. 잡목이 워낙 많아져서 한번 불이나면 쉽게 끌 수가 없습니다.
다 자연이 인간들에게 무언으로 언급하는 멧세지입니다.
부모님에게 나무를 하여 군불을 지펴드리고 다음 날 아침에 또 지게를 지고 산으로 올라 갔습니다. 너부렁재 넘어 솥절 골 마을입니다.
조선초기 상주에서 선비가 이곳으로 이주하여 일평생 글만 낭낭하게 읽었다는 곳입니다. 초등학교 동창생 어여쁜 분이가 살던 집인데...지금은 빈집입니다.
나무를 하여 지게에 지고 너부렁재를 내려 가는데...저만치 우리 아부지도 지게를 지고 이쪽으로 오십니다. 하늘이 맑으니 오늘 밤도 문풍지가 윙윙거리는 엄동설한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오늘 밤도 나는 사랑방 아궁이에 군불을 이글이글 지펴 놓고 두 다리를 벌리고 행복한 겨울 이야기를 상상 할 것입니다.
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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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0
차안수님의 댓글
예전에 군불피던 생각이 납니다. 죽은 솔가지(삭정이?) 꺽어오고, 장작도 패고...
박홍규님의 댓글
多情多感한 말씀입니다...또 다시 살아난 우리의 개그맨 최영창선수...힘내십시요...(^+^)
이동열님의 댓글
형,,글이 겹쳤네요^^
劉載峻님의 댓글
형,,글이 겹쳤네요^^==>동려라 까칠하게 그러지 말고 그냥 읽어 !!! 영창 선배의 인자한 한 마디 틀렸나? ㅎㅎㅎㅎ글 감사 합니다
김현일(90회)님의 댓글
비록 저런 고향이 없지만 마치 제게도 한 기억으로 있는듯이 느껴지는건 저도 한국사람이란 뜻이겠지요...^^ 글도 사진도 잘 보고 갑니다...^^
최영창님의 댓글
똥녀라!홈피가 잘안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