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시해범의 외손자인 가와노 다스미(86)씨는 7일 명성황후가 쓰러졌던 경복궁 건청궁(乾淸宮)에 눈물을 쏟았다. 건청궁 복원을 기념하는 ‘명성황후의 숨결을 찾아서―건청궁에서 홍릉까지’ 행사에서 배우 이태원이 육성으로 뮤지컬 ‘명성황후’의 삽입곡을 부를 때였다. 휠체어에 앉은 가와노씨는 명성황후가 죽음을 예감하는 ‘어둔 밤을 비춰다오’를 부르는 내내 눈을 감은 채 손을 모아 기도했다. 소감을 묻자 그는 “노래를 듣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외)할아버지는 틀렸습니다(죄인입니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볼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가을하늘은 푸르고 깊었다.
문화재청과 한국관광공사, 에이콤이 공동 기획한 이날 행사엔 일본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 회원 6명을 비롯해 100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문화재 해설사의 안내를 받으며 고종 황제와 명성황후의 공간이었던 건청궁을 둘러본 뒤 뮤지컬 ‘명성황후’의 노래 두 곡을 감상했다. 조선의 운명을 바로잡으려다 시해된 명성황후의 비극을 한국적 리듬으로 살려낸 뮤지컬 ‘명성황후’는 1995년 초연해 올해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명성황후’ 삽입곡이 경복궁에서 울려 퍼지기는 처음이다.
뮤지컬‘명성황후’배우 이태원이 경복궁 건청궁에서 가와노 다스미〈오른쪽〉씨와 악수하고 있다. /에이콤 제공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 ‘명성황후’의 아리아가 고종 황제와 명성황후의 영혼을 위로하는 자리”라며 “앞으로도 고궁이라는 하드웨어에 이렇게 문화적인 소프트웨어를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성황후’ 연출가 윤호진은 “경복궁 근정전에서 500명 가량 출연하는 대형 고궁 뮤지컬로 ‘명성황후’를 공연하고 싶다”고 했고, 건청궁 내 장안당 대청마루에 올라 노래한 배우 이태원은 “내 집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명성황후의 묘가 있는 경기도 금곡 홍릉을 방문했다. 묘 앞에서 묵념을 했고, 작가 이문열이 쓴 시를 이태원이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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