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봉숭아를 '애인꽃'이라고 하네
본문
요즘 인도네시아 시골길을 다니다 보면 너무나 선명하게 붉은 색을 자랑하는 봉숭아 무리를볼 수 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 가을 길에 코스모스를 만나는 것과 다를바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봉숭아를 ‘Bunga Pacar’라고 부릅니다. 이 꽃의 이름을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애인 꽃’ 혹은 ‘사랑하는 사람의 꽃’등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 재미있습니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봉숭아 혹은 봉선화라고 부르는 이 꽃은 우리나라 일본 강점기의 애환과 관계가 깊은 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엔 트로트 가수 한 분이 ‘터질 것만 같은 그대 봉선화라 부르리’란 가사를 중심으로 애환과는 거리가 먼 의미로 봉선화를 노래하고 있어서 대조적이라 생각됩니다. 마치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애인 꽃’이라 부르는 의미와 상통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애초 봉숭아의 붉은 꽃은 애환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봉숭아는 봉선화로도 부르는데 학명은 ‘Impatiens balsamina L.’로 인디아가 원산지라고도하고 동남아시아가 원산지라고 합니다. 원래 이 꽃은 햇볕이 잘 드는 사질토에서 잘 자라지만 선명한 꽃을 대조적으로 즐기려면 주변 환경이 지저분하거나 어수선한 동네 어귀에서 비교적 잘 자라납니다. 물론 꽃도 아주 선명하고 많이 피어나 지나는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 줍니다. 그러나 집에서 화분에 기를 때는 수분을 많이 유지할 수 잇는 찰흙에 심고 물을 잘 주어야 됩니다. 조금만 건조해도 잎이 시들면서 잎의 색깔이 점차 녹색을 잃어 갑니다. 꽃이 하단부에서부터 피어 올라 가는데 꽃이 지자마자 곧 타원형 꼬깔 모양의 열매를 맺습니다. 열매엔 부드러운 솜털이 나 있으며 열매가 다소 익을 때 즘이면 손으로 약간만 건드려도 봉숭아 씨가 튕겨져 나옵니다. 이렇게 빠르게 튕겨 나오는 성질을 보고 트로토 가수는 ‘톡 하면 터질 것만 같은 그대’라고 노래 했을 것입니다. 역시 그래서 봉숭아의 꽃말도 ‘속단된 해결,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봉숭아는 옛날부터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여자분들도 손톱에 빨간 봉숭아 물을 들이는데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러니 봉숭아는 우리들과 우리들의 어머니나 누님들의 삶 한가운데서 자라던 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민족의 애환을 담은 꽃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꽃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선 오래 전부터 사랑하는 사람의 꽃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최근에 ‘Bunga Pacar(애인 꽃)’ 이라는 이름을 들으니 다소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하도 삼각관계나 외도에 익숙한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아 왔기 때인지 얼뜬 불순한 꽃의 이미지가 스쳐갑니다.
공터에 봉숭아가 만발한 인도네시아 시골길 포장마차 간이 식당에서 원두커피를 마시며 ‘애환이 서린 일본 강점기 노래’와 최근 트로토 노래의 가사를 다시 되새겨 봅니다. 또 ‘애인 꽃’의 불순한 마음을 씻어 내려고 합니다.
린두알람 |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