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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산에 주검까지’ 다 주고 간 우동할머니…세딸도 “상속포기” | ||
한겨레 | 기사입력 2007-08-16 08:30 | ||
[한겨레] 서울역 앞에서 우동 장사로 생계를 꾸려 온 80대 할머니가 평생 모은 재산과 주검을 대학에 기증하고 숨졌다. 경희대는 지난 10일 숨진 김복순(83) 할머니가 전 재산인 서울 장위동 집(시가 2억7천만원)을 기부하고 주검도 대학 의료원에 연구용으로 기증했다고 15일 밝혔다. 할머니의 둘째 딸 심명희(39)씨는 “어머니는 아낌없이 베풀기만 하고 가셨다”며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할머니가 겪어온 모진 풍파를 곁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경남 거제도에서 9남매의 장녀로 태어났으나 “입 하나라도 줄이겠다”며 어린 나이에 상경해 서울역 앞에서 우동 장사를 했다. 심씨는 “그렇게 힘들게 사시면서도 늘 ‘정직하게 일해서 번 돈이 아니면 병만 주고 도망간다’는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할머니는 1970년대 고생 끝에 식당을 연 뒤 고향인 거제도 창호초등학교에 책상과 걸상, 악기 등을 여러 차례 기증했다. 또 해마다 겨울이면 어려운 이웃에게 내복을 사서 나눠줬다. 젊었을 때 남편과 사별한 할머니는 오갈 데 없는 고아나 어려운 집안의 아이들을 데려와 키워냈다. 그래서 할머니의 임종을 지켜본 세 딸은 모두 성이 다르다. 할머니를 ‘호랑이 어머니’라고 말하는 막내딸 김미진(26)씨는 “가족들에게는 꽁보리밥을 먹이면서도 이웃에 쌀을 사서 돌려, 어린 마음에 투정이라도 할라치면 ‘너희들은 내가 주는 사랑이 있으니 괜찮다’며 엄하게 타이르곤 하셨다”며 “잘못한 일이 있으면 회초리를 드는 일도 많았지만 항상 먼저 눈물을 보이시는 어머니였다”고 전했다. 할머니는 1998년에는 살고 있던 장위동 집을 기증하기로 경희대 쪽과 약속했다. 2002년에는 “돈도 필요 없다”며 가지고 있던 현금 전부인 8800만원을 경희대에 건넸다. 그러면서 “이제는 늙은 몸일망정 학생들 공부에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며 주검 기증도 약속했다. 딸들도 어머니의 뜻을 잇고 있다. 세 딸은 98년 상속포기 각서를 작성했다. 할머니와 함께 살던 막내딸 김씨는 할머니가 숨진 뒤 집 기증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사갈 준비를 하고 있다. 둘째 딸 심씨와 택시 운전을 하는 둘째 사위 하민호(39)씨는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씨는 “지금은 비록 어렵게 살아가고 있지만 장모님의 모습을 보며 행복한 삶에 대해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경희대는 “할머니가 기부한 재산으로 ‘김복순 장학재단’을 만들어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돕겠다”고 밝혔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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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0
李聖鉉님의 댓글
온몸을 바쳐 봉사하시는군요
류정건님의 댓글
참 대단한 대한민국 여성입니다...부디 천국에 가시어 편안한 세상 누리소서..
박홍규님의 댓글
殺身成人을 몸소 실천하신 할머니 극락왕생하시길....(살신성인은 반드시 목숨을 바치는 것뿐 아니라 자신의 고통을 감수하며 이웃에 봉사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양보하여 남을 위하는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