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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회 장태한(캘리포니아대학 교수, 소수인종학) 중앙일보 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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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ginia 공과대학 총격 사건에 대하여 74회 장태한(캘리포니아대학 교수, 소수인종학)동문이 쓴 중앙일보 본국지 칼럼 내용을 게재합니다. (4월 26일 본인에게 온 메일입니다)<?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미국 버지니아 텍에서 발생한 미 최악의 총격 사건의 주인공이 한국계 학생으로 밝혀지면서 한인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우선 사망자들에 대해 조의를 표하며 부상자들의 조속한 완쾌를 바란다.
재미 한인사회는 언론의 보도 시각에 따라 이 사건이 인종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는 점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 특히 CNN은 “한국에서 이민 온 영주권자 학생”이 범인이라는 점을 크게 부각시켜 이러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사건 발생 직후 미국 언론은 중국계라고 보도했으나 범인은 영주권을 소유한 한국계 1.5세 학생으로 밝혀진 것이다. 1.5세란 유년기에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와 중, 고교를 미국에서 나온 학생들을 지칭하며 그들은 이중언어 또는 이중문화권에 잘 적응하여 성공하는 사례도 있으나 이번 조승희 씨 사건처럼 적응하지 못하여 낙오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올해로 미주 이민100년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비극으로 기록되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폭동 15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또 다시 미 최악의 교내 총기 사건의 주인공이 재미 한인이라는 것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 눈길을 끄는 현상은 미국 언론은 한국에서 이민 온 학생임을 강조한 반면 한국 언론들은 유학생이 아닌 재미 한인 1.5세 학생임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책임 전가를 하려는 잠재의식의 결과일지 모른다.
재미한인들은 우선 정신질환 또는 정신병을 앓는 한인 한 명이 저지른 사건이 마치 한인들 전체의 사건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조문 사절단 구성을 검토한 것은 오히려 한국 또는 한인들이 책임을 지게 만들어 상황을 악화 시킬 수 있다. 미국 사회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생긴 해프닝이라고 생각된다. 미국에서 성장한 한인 1.5세와 2세들은 이러한 한국 정부의 섣부른 성명서가 나오자 매우 당황했다.
미 주류 언론에서 처음에는 중국계로 발표했다가 한국계로 다시 정정 보도한 것같이 이 사건이 반 아시안 정서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즉 한인 뿐만 아니라 미국의 아시안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혹시 반 아시안 혐오 범죄가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따라서 아시안 아메리칸 커뮤니티 차원의 공조를 통한 대응도 모색하고 있다.
미국 사회는 이민법 개정안을 놓고 찬반 논쟁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총기 사건을 계기로 이민자에 대한 규제를 해야 한다는 반이민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 시민이 아닌 그가 어떻게 총기를 구입할 수 있었나”라고 질책성 발언이 커지고 있다는 점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이 반 이민 무드를 조성하는 기폭제가 되는 것도 막아야 할 것이다.
미국 사회의 총기 소유 문제는 반드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운전면허 따는데 몇 달 걸리는데 조 군은 불과 15분만에 반자동소총을 구입했다고 한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자유롭게 총기를 구입하고 소유할 수 있는 현 제도하에서 이러한 대형 총기 사고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미동포 사회와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는 직결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한국인들 상당수는 재미동포를 “배신자” 또는 “병역 기피자” 등으로 표현하면서 부정적인 선입관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재미동포는 미국 사회에서 열심히 일하여 경제적으로 성공하고 있으며 이제 정치력 신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재미한인 사회의 정치력 향상은 바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지름길이라는 새로운 인식이 요구된다.
즉 재미동포와 모국과의 관계는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상부상조의 관계로 발전돼야 하며 그러한 정책을 조속히 마련하고 시행하는 것이 한국 정부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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