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우리가 먼저 승희에게 손 내밀었어야"
작성자 : 李聖鉉
작성일 : 2007.04.23 13:32
조회수 : 1,314
본문
"우리가 먼저 승희에게 손 내밀었어야"
[중앙일보 강찬호] "승희 사진을 보고 '아, 교정에서 몇 번인가 마주쳤던 그 말 없던 아이구나'고 어렴풋이 기억이 났습니다. 그때 승희에게 다가가 어깨를 치며 '야, 밥 먹으러 가자'고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학교에서 말 없는 외톨이를 만나면 입을 열 때까지 말을 걸어 친구로 만들겠습니다. "
21일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현장인 노리스 홀 잔디광장에 놓인 33명의 사망자 추모석 앞에서 만난 이 학교 학생 로라 스탠리(22.여.경영 3년)는 이렇게 말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사건 다음날 설치되자마자 꽃과 편지가 수북이 쌓였던 다른 32개의 추모석과 달리 조승희의 그것은 사흘 뒤(20일) 스탠리가 처음 편지를 놓고 가면서 꽃.편지가 쌓이기 시작했다.
편지는 "승희야, 난 너를 미워하지 않아. 너와 친구가 되고 싶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니. 이 세상 모든 이들로부터 떨어져 홀로 끔찍한 고통을 겪었을 네게 손 한 번 내밀지 않았던 나를 용서해 줘. 이제 저세상에서라도 너를 옥죄었던 고통에서 벗어나 편안히 지내길 바라"라고 썼다. 21일 조승희 추모석 앞에 꽃과 촛불을 바치기 위해 다시 나타난 스탠리에게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조승희에게 편지를 쓴 이유는.
"이틀 전 이곳에 왔었는데 유독 승희 추모석만 썰렁했다. '승희 역시 가해자이자 희생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도 우리와 같은 영혼이 있다. 어머니와도 상의했는데 동의했다. 그래서 어제 편지를 써 올려놨다. 오늘 와보니 편지와 꽃이 많이 놓여 있어 기쁘다. "
-범인의 총에 숨진 사람들과 범인을 똑같이 추모하는 건 지나치다는 비판도 있지 않을까.
"수렁에 빠져 '살려 달라'고 외쳤지만 아무도 오지 않아 며칠, 몇 달, 몇 년을 갇혀 지냈다고 생각해 보라. 승희가 그런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를 탓하기 전에 우리가 그에게 도움의 손을 뻗치지 않은 걸 뉘우쳐야 한다. "
-범인을 용서하자는 것인가.
"용서는 살아있는 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지금 누구보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은 승희의 가족일 것이다. 그들을 만난다면 꼭 안아주고, 할 수 있는 모든 도움을 주고 싶다. 미국이 그들을 감싸 줘야 한다. "
-조승희는 한국 출신이다.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의 잘못일 뿐 인종.국가와는 관계없다. 책임은 우리(미국)에게 있다…."
이날 33개 추모석을 줄지어 참배한 2000여 미국인들은 조승희의 것 앞에선 한참 동안 멈춰 생각에 잠겼다. 상당수는 편지들을 꼼꼼히 읽었다. 부모가 아이에게 편지를 읽게 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어떻게 범인을 추모하느냐"고 언성을 높이거나 편지를 찢고, 추모석을 훼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용서와 포용의 현장이다.
블랙스버그=강찬호 특파원 stoncold@joongang.co.kr
▶강찬호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stonc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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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현장인 노리스 홀 잔디광장에 놓인 33명의 사망자 추모석 앞에서 만난 이 학교 학생 로라 스탠리(22.여.경영 3년)는 이렇게 말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사건 다음날 설치되자마자 꽃과 편지가 수북이 쌓였던 다른 32개의 추모석과 달리 조승희의 그것은 사흘 뒤(20일) 스탠리가 처음 편지를 놓고 가면서 꽃.편지가 쌓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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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는 "승희야, 난 너를 미워하지 않아. 너와 친구가 되고 싶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니. 이 세상 모든 이들로부터 떨어져 홀로 끔찍한 고통을 겪었을 네게 손 한 번 내밀지 않았던 나를 용서해 줘. 이제 저세상에서라도 너를 옥죄었던 고통에서 벗어나 편안히 지내길 바라"라고 썼다. 21일 조승희 추모석 앞에 꽃과 촛불을 바치기 위해 다시 나타난 스탠리에게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조승희에게 편지를 쓴 이유는.
"이틀 전 이곳에 왔었는데 유독 승희 추모석만 썰렁했다. '승희 역시 가해자이자 희생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도 우리와 같은 영혼이 있다. 어머니와도 상의했는데 동의했다. 그래서 어제 편지를 써 올려놨다. 오늘 와보니 편지와 꽃이 많이 놓여 있어 기쁘다. "
-범인의 총에 숨진 사람들과 범인을 똑같이 추모하는 건 지나치다는 비판도 있지 않을까.
"수렁에 빠져 '살려 달라'고 외쳤지만 아무도 오지 않아 며칠, 몇 달, 몇 년을 갇혀 지냈다고 생각해 보라. 승희가 그런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를 탓하기 전에 우리가 그에게 도움의 손을 뻗치지 않은 걸 뉘우쳐야 한다. "
-범인을 용서하자는 것인가.
"용서는 살아있는 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지금 누구보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은 승희의 가족일 것이다. 그들을 만난다면 꼭 안아주고, 할 수 있는 모든 도움을 주고 싶다. 미국이 그들을 감싸 줘야 한다. "
-조승희는 한국 출신이다.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의 잘못일 뿐 인종.국가와는 관계없다. 책임은 우리(미국)에게 있다…."
이날 33개 추모석을 줄지어 참배한 2000여 미국인들은 조승희의 것 앞에선 한참 동안 멈춰 생각에 잠겼다. 상당수는 편지들을 꼼꼼히 읽었다. 부모가 아이에게 편지를 읽게 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어떻게 범인을 추모하느냐"고 언성을 높이거나 편지를 찢고, 추모석을 훼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용서와 포용의 현장이다.
블랙스버그=강찬호 특파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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