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춘추시대 였습니다. 여러 나라들이 있었지만 그 중 관중과 포숙아가 활약한 제(齊)나라가 최강국이었죠. 제나라 말고 진(晋)이라는 나라도 있었습니다.(진시황의 나라인 진(秦)과는 다른 나라입니다.)

제나라 환공의 딸 제강, 즉 제나라 공주는 진(晉)나라 왕에게 시집을 갑니다. 그런데 진나라 왕이 죽고 그 아들 진 헌공이 왕권을 이어 받으면서 제나라 공주를 자기 아내로 만들어 버립니다. 즉 아버지의 애첩을 자신의 아내로 만든 것이죠. 그렇게 해서 아들을 낳으니 이름을 '신생'이라고 했습니다.

진 헌공은 이후에 적(狄)이라는 부족 자매를 얻는 데 그 언니에게서 '중이'라는 아이를, 동생에게서 '이오'라는 아이를 얻습니다. 또한 융(戎)이라는 부족을 멸망시키고 여희라는 여인을 얻어 '해제'라는 아이를 얻습니다. 이 여희라는 여인은 진나라가 자신의 부족을 멸망시킨데에 앙심을 품게 됩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진나라를 멸망시키기 위해 계책을 세웁니다. 우선 진 헌공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젊고 아름다운 여희가 진 헌공 옆에서 갖은 시중을 다 받드니 진 헌공은 여희에게 빠져들고 맙니다. 결국 진 헌공은 신생을 태자 자리에서 내쫓고 혜제를 태자로 삼게 됩니다. 그리고 신생, 중이, 이오는 모두 변방으로 내쫓아 국경수비를 맡깁니다.

여기서 잠깐  진 헌공의 아들들을 정리 해보겠습니다.

신생 - 진 헌공이 아버지의 애첩을 빼앗아 낳은 아들, 본래 태자였다가 박탈당함.

중이 - 적족 여인 중 언니에게서 낳은 아들.

이오 - 적족 여인 중 동생에게서 낳은 아들.

혜제 - 융족 여인인 여희에게서 낳은 아들. 태자자리를 이어받음.

여희는 이어서 계속적으로 진나라를 멸망시키기 위한 계책을 폅니다. 그 방법은 아버지와 아들들간의 싸움을 붙이는 것이죠. 우선 신생과 진 헌공 사이를 갈라놓으려 술수를 폅니다. 신생이 자신과 결혼해 달라고 했다고 거짓말하고, 신생이 보낸 음식에 독을 넣어 아버지와 아들 사이를 이간질시킵니다. 마음이 선했던 신생은 자신이 어떻게 될 것인지 짐작하고 자결을 하게 됩니다.

이어서 중이와 이오가 반란을 도모하고 있다고 거짓말하여 이 둘을 죽게 만들려 합니다. 하지만 중이와 이오는 순순히 죽을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우선 동생인 이오는 군대를 이끌고 아버지에게 저항합니다. 반면 형 중이는 아버지가 보낸 자결 명령을 어기고 도망가면서 후일을 도모하게 됩니다. 중이가 도망갈 때 중이를 따르던 무리들이 몇몇 있었습니다. 이들은 평생 중이를 따라다니며 보좌하게 됩니다.

아버지와 싸움을 하던 이오는 결국 세력의 약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패배해 매부의 나라인 진(秦) 나라로 도망갑니다. 하지만 이미 나라꼴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겠죠. 이곳 저곳에서 분란, 반란이 끊이지 않아서 진(晉)나라의 세력은 점점 약해져 갔습니다. 그러다 진 헌공이 죽고 태자였던 혜제도 죽게 되어 진나라는 망조가 들어가게 됩니다. 나라가 망해가는 꼴을 지켜보던 여희는 자기 의도대로 되었다며 자결을 합니다.

진(秦)나라로 도망갔던 동생 이오는 진(秦)나라의 목공에게 군사를 빌려 왕 자리가 비어있는 자기 나라로 돌아가 왕좌에 오릅니다. 원래대로라면 형인 중이가 왕좌를 받아야 하겠지만 이오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이오는 목공에게 군사를 빌리는 댓가로 황하 이북의 땅을 준다는 계약을 합니다. 하지만 왕좌를 얻고 나서 이오는 그런 일이 어디 있었냐는 듯 모르는 척 합니다. 군사를 빌려줬던 목공이 화가 난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아무튼 이건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죠. 그러면서 이오는 언젠가 돌아와 자신의 왕권을 위협할지 모르는 형 중이를 쫓는 자객을 곳곳에 보냅니다.

이곳 저곳 도망 다니던 중이는 완전히 거지꼴이 되었답니다. 가끔 대접받으며 쉴 곳도 있었지만 동생인 이오가 보낸 자객이 언제 도착할지 몰라 오래 머물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이곳 저곳 떠돌아다니며 갖은 수모도 당합니다. 한번은 오록이라는 지방을 지나는데 워낙 배가 고픈 나머지 일하는 농부들에게 먹을 것을 좀 나누어 달라고 부탁합니다. 

농부들은 밥통에 무언가 가득 넣어서 보내주죠. 맛있는 걸 먹게 되는구나 하고 좋아하던 중이 앞에 놓여진 것은 흙덩이였습니다. 농부들은 중이가 나라의 왕자였다는 것을 모르고 거지 행색만을 보고서 수모를 주었던 것이죠. 아무튼 중이는 이렇게 이곳 저곳 떠돌면서 거지가 다 되었답니다. 하지만 중이를 모시던 부하들은 한 명도 떨어지지 않고 계속 중이를 보좌했답니다. 정말 대단한 충신들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중이 일행은 제나라에 도착합니다. 제나라 환공은 중이 일행을 극진히 대접합니다. 게다가 아름다운 아내까지 짝지어 줍니다. 중이는 이곳에서 오래도록 편안하게 지냅니다. 사람이 편하면 야망이 없어지는 법... 중이는 자신의 나라를 찾아야 된다는 생각은 잊어버리고 제나라에서의 편한 생활에 완전히 젖어들었답니다. 그것을 안타깝게 여긴 사람은 중이를 보좌하던 부하들만이 아니었습니다. 제나라에 와서 얻는 아내도 중이가 야망을 잃고 편한 생활만 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중이의 아내는 자기 남편이 자신 때문에 야망을 꺾어 버린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중이의 부하들과 짜고 일을 꾸밉니다. 중이에게 술을 엄청 많이 먹여 얼큰히 취하게 만들고 부하들을 시켜서 제나라 밖으로 도망가게 만든 것이죠. 술이 취해 자신이 마차에 타고 있다는 것도 몰랐던 중이는 한참을 지나가서야 자신이 어디론가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죠. 

그동안 편한 생활에 안주해 있던 중이는 노발대발 화를 내며 부하들을 다 죽여버리려 했습니다. 하지만 부하들은 자신들은 죽어도 좋으니 중이가 다시 기백을 찾기만 하면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말을 들은 중이는 자신이 너무 편한 생활에 젖어 나라를 되찾아야 한다는 야망 마저 버렸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중이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새로운 일을 도모하기 위해 출발합니다.

또 예전처럼 자신에게 군사를 빌려 줄 곳이 없나 여기 저기 다니던 중이 일행은 어느날 초나라에 도착합니다. 초나라 성왕은 중이를 잘 알고 있던 사람이어서 중이를 극진히 대접해 줍니다. 한편 땅을 주겠다는 약속을 어겨 숙부와 사이가 악화되었던 이오는 숙부와 전쟁까지 하게 되지만 패배하게 되고 대신 자기 아들을 인질로 보내게 되죠. 

하지만 인질이었던 이오의 아들마저 얼마 안가 몰래 도망쳐 나오게 되고 이오의 뒤를 이어 진(晉)나라의 왕이 됩니다. 진(秦) 왕은 정말 화가 머리 끝까지 났겠죠. 황하 이북의 땅을 준다는 약속도 어기고, 전쟁까지 일으키고, 잡아 두었던 인질은 도망가서 왕좌에 오르고... 진(秦)왕은 진(晉)나라를 혼내주겠다고 계속 벼르고 있었습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공자 중이는 초나라 성왕의 소개장을 받아 들고서 진(秦)나라로 찾아갑니다. 때마침 이오와 그 아들에게 감정이 좋지 않았던 진(秦)나라 왕은 중이에게 군대를 내어 줍니다. 중이는 멋지게 군대를 이끌고 나아가 반대파들을 몰아내고 진(晉)나라의 왕좌에 오릅니다. 도망친지 19년만의 일이었죠.

전쟁이 끝나면 논공행상을 하죠. 중이에게는 19년 동안이나 갖은 고생을 같이 하며 자신을 보좌한 충신들이 있었습니다. 정말 보통 충성심 가지고는 할 수 없는 일이었죠. 중이는 감사의 마음으로 그 충신들에게 큰 벼슬을 한자리씩 줍니다. 그렇게 논공행상이 진행되고 있는 도중... 천자의 나라인 주(周)나라에 반란이 일어납니다. 주나라에 일이 있으면 모든 군주들이 도와주는 것이 예전부터 관례였기에 중이도 역시 군대를 이끌고 주나라로 출동합니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19년 고생한 자신의 부하 중 한 명인 개자추(介子推)의 논공행상을 빼먹고 맙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 벼슬을 받아 떵떵거리며 사는데 개자추만 홀로 아무 보상을 받지 못해 쓸쓸해하고 있었죠. 개자추는 실망한 나머지 노모가 계시는 면상산으로 떠나버리고 맙니다.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아무 보답을 받지 못한 것이 큰 실망이 되었겠죠.

개자추가 떠나버렸다는 사실을 안 중이는 자신이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 직접 개자추를 찾아 나섭니다. 면상산에까지 직접 올라 개자추를 찾습니다. 하지만 개자추는 단단히 삐졌는지 아무리 찾아도 나오질 않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개자추를 찾을 수 있을까 고심고심 하다가 생각해 낸 것이 바로 불을 지르자는 것이었습니다. 설마 불을 지르면 도망쳐 나오겠지 생각으로 중이는 면상산에 불을 지릅니다. 하지만 면상산이 다 타도록 개자추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불이 다 꺼진 후 개자추는 불타버린 시체로 발견됩니다.

중이는 자신이 크게 실수한 것을 깨닫고 통곡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자신의 죄를 씻고 개자추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중이는 개자추의 기일을 큰 제삿날로 정했습니다. 단 불타 죽은 개자추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불은 절대 사용하지 말라고 명했답니다. 그래서 그 날에는 제사를 지내되 찬밥을 먹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