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에서 부평벌 너머 강화도까지
대한독립만세~

1919년 3월 1일 만세의 불길이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당시 ‘일본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천에서도 부민(府民)들이 너나없이 하던 일을 팽개치고 뛰쳐나와 배다리 장터는 순식간에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글·유동현 본지편집장｜자료제공·창영초등학교총동문회

인천공립보통학교에서 만세 첫 깃발

인천의 만세 불씨는 초등학교에서 지펴졌다. 만세의 첫 깃발을 올린 것은 3월6일 인천공립보통학교 (현 창영초등학교) 상급반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어느 단체의 지령이나 누구의 지시도 없이 자발적으로 항일 동맹휴학을 결의하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정오에 학교를 출발해 인천공립상업학교(현 인천고등학교) 학생들과 배다리에서 합류해 채미전 거리(동인천역 부근) 등 시내 중심지에서 ‘독립선언문’을 배포하고 ‘대한독립’을 외치면서 일반시민들이 궐기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만세 운동을 주도한 인천공립보통학교 학생 25명이 일본 경찰에 체포되었다. 당시 3학년이었던 김명진(18)은 징역형 2년, 4학년이었던 이만용(18)과 박철준(19)은 각각 태형 90대를 선고받았다. 당시 3학년이었던 손창신(16)은 나이가 어리고 증거가 불충분해 석방되었다.
김명진은 지방법원의 판결에 불복하고 지금의 고등법원에 해당하는 복심원에 항소했다. 그는 일본인 판사 앞에서 “나의 행위는 조선민족으로서 정의 인도에 바탕한 의사발동이지 결코 범죄가 아니다” 라고 당당하게 외쳤다. 그는 결국 1년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고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다. 국가보훈처는 1996년 8월15일 광복절에 김명진의 유족에게 건국훈장애족장을 수여했다. 
창영초등학교총동창회는 옛 일본총독부 재판기록 등 고증자료를 조사, 확인하고 후배들과 시민들에게 지사들의 고귀한 애국충정을 기리기 위해 지난 1995년 3월 6일 모교 교정에 횃불 모양의 웅대한 자연석으로 ‘3·1독립만세운동 인천지역 발상지 기념비’를 세웠다.    

만국공원에서 국민대회

그들의 외침은 인천의 독립만세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다. 3월 8일, 인천 전역에 독립선언서가 배포됐다. 이튿날 오후 기독교 신자, 청년, 학생 등 3백여 명이 만국공원(현 자유공원)에 모여 만세를 부르다가 일본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 당했다.
12일, 강화보통학교 3, 4학년생들이 칠판에 태극기를 그려놓고 만세를 부른 후 거리로 나서려하자 교직원들이 이를 저지했다. 이튿날 다시 1백여 명이 모여 만세를 불러 경찰에 연행됐고 18일 오후 강화읍내 장터에서 6천여명의 군중이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등 이후에도 만세운동은 계속되었다.
23일에는 용유도에서 혈성단이 조직되고 만세 격문 80여 통을 남북리, 을왕리, 덕교리 등에 배포했다. 24일 오후, 부평시장과 계양면 장기리 황어장터에서도 만세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부평에서 군중들은 면사무소를 파괴하며 경찰과 격투를 벌여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여러 날에 걸쳐 인천 전 지역에서 만세운동은 계속되었다.
인천의 3·6 만세 운동의 대미는 4월 2일 만국공원(현 자유공원)에서 펼쳐졌다. 시위대는 만국공원에서 국민대회를 열어 조선 가정부를 선포하고, 파리강화회의와 세계 각국에 조선의 독립을 승인할 것을 요구하며 그 취지를 담은 선포문을 일반에게 알렸다. 이  만국공원 대회는 인천의 만세운동 가운데 가장 조직적이었고 국제적 차원에서 행했다는 면에서 그 의미가 크다.
1919년 당시 인천 인구 3만6천여명 중 절반 가까운 수가 일본인이었다. 일제는 인천의 식민통치의 교두보 시설들을 보호, 유지하기 위해 경찰 병력은 물론 군인들 까지 주둔시키며 치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인천은 전국 어느 곳보다도 경계 태세가 삼엄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천의 만세운동은 그 어느 지역에서 벌어졌던 시위보다 일본인들에게 그야말로 충격으로 다가왔다.
당시 신문들은 만세운동의 일환으로 상점을 모두 닫은 인천의 상황을 보도하면서 ‘해변의 파도 소리만 시가지를 울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