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땅
남자가 누운 골방 천정에는
가보지못한 세상이 펼쳐져있다.
알라스카,남아공,아프리카,잉글랜드,티벳...
지난 장마통에 스며든 빗물 얼룩들이
만들어낸 광활한 대륙들이다.
평생에 마련한 이 천정 땅덩어리에
남자는 매일밤 신기루같은 제국을 세우며
잠을 이루지 못한다.
남루한 잠자리에 정결하게 씻은 알몸을 누이면
언제나 대륙이 몸안으로 들어온다.
남자는 밤마다 뒤척이며 두고온 성(城)을
생각한다.
침략자의 말발굽아래 목숨을 구걸하고 도망쳐온
한평반의 빈곤한 골방은 오히려 경이롭다.
세개의 베개와 세벌의 장삼과 세개의 단도와
세개의 짚신만으로 세상을 산다.
성주의 권위를 버리고 사는 세상은
따듯하고 편안하고 행복하다.
지하철 계단에서 한끼의 먹이를 구걸하고
순환철을 타고 하루종일
점령국의 사람들을 만난다.
지금쯤 침략자는
잠자리에서 오줌을 지리며
설잠을 자고 있을것이다.
그의 장대한 땅은 혹한으로 얼고 비폐해져
마른 바람만 불것이다.
땅이 크다고 대업을 이룬것은 아니다.
욕정이 넘쳐서 사타구니에 땀이나고
숨은 칼날에 옆구리가 욱신거릴 것이다.
종국에 침략자는 남자의 종이 될것이다.
종려나무가 가득한 남자의 방은
언제나 남쪽으로 바람이 분다.
남자는 죽으면 남쪽바다에 뼈를 뿌릴것이다.
남자가 버린 땅은 북쪽이다.
남자가 사는 골방은 한평반 남짓
세상을 담은 광활한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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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秉秀(69回)님의 댓글
골방에 사는 그 남자 누굴까?? 자작나무숲은 누굴까??..ㅋㅋㅋ... 방가~ 방가~~
오윤제님의 댓글
나도 궁굼하오. 자작나무숲이,
윤용혁님의 댓글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에 자작나무숲 이야기가 많이 나오죠. 병수형님.
저도 궁금하지만 여쭈면 결례일까 사뭇 조심스럽습니다.
이 좋은 글을 올려주시니 감사드립니다.
멸망한 로마제국의 황제이기도 아님 노숙자이기도 한 삶을 연상해 봅니다.
시인의 마을에 올려 주신 시 훌륭하시더군요.
건필하세요.
崔秉秀(69回)님의 댓글
용혁 후배님아... 내가 자작남숲이 아닌가 하는 데... 절대로 아님다. 누군가가 자진해서 정체를 밝히 기를 기대해 보자구요..ㅋㅋㅋ... 근데, 구두 경고함 < 시방~ 옐로우카드 뽑기 직전임다>...ㅋㅋㅋ...
윤용혁님의 댓글
제가 좋아하는 병수형님! 자작나무숲님이 자진해서 정체를 밝히지 않으시면 결투를 신청할까요. O.K목장에서 정오의 종이 뎅뎅 울릴 때 카운트 다운을 하지요.
아니면 검투사로서 에페나 사브르중 하나로 병수형님을 위해 목숨걸고 결투신청을 합니다.
비겁하게 피하시지는 않겠지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