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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 <font color=red>가을 지리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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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는 지리산정
< 삼도봉에서 바라본 지리 가을하늘 >
2006. 9. 3
직전-피아골산장-용수골-삼도봉-불무장등-직전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있음을
어둠속 새벽공기가 말해줍니다
창문을 닫고 스쳐가는 풍경들을 어림잡아 그려 가는 길
오랜세월 익숙해진 길을 따라
각인된 사물들이 머리속에 떠오릅니다
이 고갤 넘으면 커다란 정자나무가 서 있고
그 옆엔 허름한 농가가 있겠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이처럼 칠흑같은 어둠속을 각인된 기억을 따라 무리없이 달려 가듯이
일상을 좀더 능숙하게 소화해 낼수 있는 경험을 얻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밤재를 넘어서 산동벌판을 달려갑니다
졸린눈은 더 이상 버틸수 없다며 잠시 머물기를 권합니다
노고단에서 만복대까지 서북부능선 마루금이 우러러 보이는 곳
여명이 번지는 그곳은
오늘따라 장농에 박힌 나전칠기 문양처럼 윤곽이 뚜렷하여
졸음이 아니래도 그냥 지나치기가 아쉽습니다.
잠시 핸들을 놓고서 어둠과 빛의 대립을 바라봅니다
창백한 기운이 산정 하늘을 빠르게 물들이더니
용광로 쇳물이 뿜어내는 붉은 빛살이
불끈한 마루금 위로 거세게 번져가며 어둠을 지워가는 순간
개벽의 시공속에 서 있는 기분입니다.
< 만복대-노고단 마루금 >
어둠의 존재는 일말의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채
허망히 사라져 버리고
세상은 생명의 빛으로 탈바꿈합니다
섬진강에서 피어오른 연무가 지리산 자락을 발판삼아
너른 하늘로의 비상을 열심히 시도하고
구례벌 사방으로 운무의 춤사위가 일제히 시작되면서
산야는 요동치며 혼돈속으로 빠져듭니다
그러나 저 혼돈이야말로 지극히 평화롭고 안정된 여유를 갖게합니다
일주일 내내 톱니바퀴 끼워돌 듯 한치의 오차도 없이 보낸시간들
얽히고 ?힌 복잡하고 규격화된 삶의 회로를 잠시 이탈하여
아무런 간섭도, 관계도 없이 맛보는 빡빡한 내 삶의 작은틈새
저런 자유분방한 모습을 마주하는 이 순간
난 자유의 날개를 얻는 시간입니다.
아침이슬 촉촉히 내려앉은 벌판에서
바람결 따라 서툰 고개짓 하는 벼이삭이
주렁한 알곡을 매단채 힘겨워 긴목을 떨구는 토지벌
전원의 가을은 이미 시작되었고
난 비로소 오늘에서야 그 느낌을 받습니다.
< 토지벌 이른아침 >
어둠이 남긴 고요가 채 가시지 않은 듯
지리자락 깊숙한 산골 마을 직전은 미동의 흔적없이
깊은 적막에 휩쌓여 있습니다
헐떡이는 엔진음에 놀랜 장닭 울음소리가 골안에 진동하니
미안한 마음에 우린 서둘러 채비를 갖추고
넓혀진 길을 따라 피아골로 스며듭니다.
< 피아골 #1 >
< 피아골 #2 >
표고막터까지는 차량이 다닐 수 있는 길이어서 인지
걷는 맛이 제대로 우러나지 않습니다
이곳을 지나면서 부터
피아골의 숨겨진 비경을 하나씩 더듬어 보기로 합니다
그동안 피아골을 여러번 다녔지만
멀리 바라보며 눈길 주지 않고 걸어왔던 터라
피아골의 새로운 면을 자주 발견하게 되고
그럴적 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
옛부터 삼홍소라 하여 삼홍이란 산홍, 수홍, 인홍을 일컫는데
산기슭은 단풍으로 붉게 타오르니 계류에 비친 단풍과
이를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마저 붉게 물들인다는 피아골 절경이
비록 단풍은 없어도 결코 낭설이 아님을 뒤늦게나마 확인하게 됩니다.
< 피아골 #3 >
< 피아골 #4 >
< 피아골 #5 >
< 피아골 #6 >
< 피아골 #7 >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산행길은 웃음꽃이 만개합니다
서둘러 조급히 걷지 않아 더 많은 것을 보게되고
더 깊은 멋에 빠져들게 됩니다.
피아골산장 지근에 이르러 아침을 먹자는 고봉님의 제의에
배낭을 내리고 차가운 옥류에 손을 넣습니다
손이 시릴정도로 차거워진 계곡물입니다.
김 모락한 라면국물에서 솔솔 피어오르는 냄새가
입안가득 침을 고이게 하고
별 생각없었던 아침을 결국 거들게 만듭니다.
얼큰한 국물이 입맛을 돋구게 하였지만 무엇보다 뜨듯함이
덤덤한 속을 풀어주는 것 같아 더욱 좋았습니다
< 피아골 #8 >
아침 빛이 피아골 산장 지붕위로 눈부시게 떨어져 내립니다
두어명의 산객만이 늦은 아침을 먹고 있던 산장은
우리들의 방문으로 잠시 조용했던 분위기가 흐트려집니다.
스치듯 그곳을 빠져나와 산죽밭에 들어서고
마지막 철다리를 건너서 곧바로 반듯하게 이어지는
용수골 가는길로 들어섭니다
멀어졌던 계류소리가 다시금 귓전에 맴돌며
이내 계곡과 마주합니다
< 용수골 #1 초입 와폭 >
< 용수골 #2 >
미답지 길 초입에 들어설 때면
젊은날 연애시절 지금의 아내를 만나는 심정으로 돌아갑니다
두근거리며 울렁거리고 가슴 터질듯 부푼 기대감
한 마디로 설렘이라 단정짓는 흥분된 감정의 몰입상태가 됩니다
오늘 이 길엔 또 무엇이 날 기다려 눈물짓게 할 것인지..
죽도록 머물고 싶은 애착을 가져다 줄 것인지..
계곡에 내려서자 웅장한 와폭이 반색하며 맞이합니다
우리도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환성을 지릅니다.
누군가 냉장고 문을 열어 놓은 것 같습니다
청량한 바람이 골 가득 고여 흘린 땀이 금세 시들고
거칠었던 숨소리도 잦아들어 묵직했던 몸둥이가 가벼워집니다.
< 용수골 #3 용수암 이끼실폭 >
< 용수골 #3 >
< 용수골 #4 >용소골 계곡산행은 시작부터 계곡을 건너 골 우측을 타고 오르다
좌, 우측을 여러번 넘나들면서 비교적 뚜렷한 사면길이 이어집니다
다만 계곡을 건너는 곳에서 길 흔적이 희미해져 당황할 수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표지기도 보이고 쉽게 길을 찾아 오를수 있습니다
만약 길을 놓치게 되도 본류를 곧장 치고 오르면
결국 등로와 다시 만날 수 있게 됩니다
설렁함까지 감도는 계곡안은 단풍나무와 참나무가 즐비합니다
갑자기 고도를 높히는 빡센길도 없이 너덜과 이끼낀 쇄석길을
슬렁슬렁 오르게 합니다.
청설모 한마리가 겁도없이 발 앞을 지나쳐
큼직한 참나무 위로 쏟살같이 달아납니다
매우 고약한 놈이라고 두런거리는데 고봉님께서
"오소리다" 라고 소리칩니다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청설모는 포식자에 ?겨 도망쳤던 것이고
구사일생 우리들 덕분에 목숨을 건진 것 같습니다.
그런 절박한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로 옆 거목나무에는 다람쥐가 볕을 쬐며 망중한을 보내고 있습니다
< 용수골 #5 다람쥐 >
< 용수골 #5 불무장등 방향에서 내려오는 용수골 지계곡 폭포 >
용수골은 시골 아낙처럼 수수한 모습이랄까 전체적으로 매우 평범한 계곡같습니다 골 중간쯤에 있는 이끼실폭과 불무장등 지계곡에서 내려오는 수려한 와폭을 빼고는 눈길 사로잡을 만한 절대적 비경은 없으나 골과 숲의 어울림이 부럽럽고 모든게 유연하다는게 이 골의 특징같습니다 주능선 직전까지 골의 흐름이 그치질 않고 계속됩니다 주능선이 살짝 비치는 곳에서 물을 가득 받았는데 좀체 계곡과 헤어질 줄 모르고 계류 또한 그치질 않습니다 계류소리가 멈추는가 싶더니 곧이어 주능선 삼도봉방향에서 반야봉 오름 삼거리에 올라서게 됩니다 < 용수골 #5 사면숲 >
< 토기봉 멀리 천왕봉 > 정오가 넘어선지 꽤 오래되어 우선 밥부터 먹기로 합니다
주능선길은 산객들로 번잡하여 묘향대가는 길로 들어서
점심을 마치고 시간이 넉넉치 못하여 반야봉 오름은 생략한채
삼도봉으로 향합니다
숲 그늘에 있다가 햇빛을 쬐니 볕이 뜨겁지 않고
따스하게 느껴지는게 계절의 변화를 다시금 실감합니다
삼도봉은 많은 산객들로 번잡합니다
그 옛날 닐늬이봉으로도 불리워졌던 이곳은
여름철에는 유난히 고추잠자리가 많이 맴돌던 산정입니다
공원 안내판 뒤쪽에 있는 삼도봉 정상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여
넉넉하게 조망을 즐길 수 있습니다
>< 삼도봉에서 바라본 남부능선, 띠구름이 둘러쳐 있습니다 >
< 뱀사골과 명선봉 북능 >
가을은 하늘빛에서 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지리산정을 물들인 쪽빛 하늘은 끝없이 높고 넓기만 합니다 산정무한(山精無限) 그 감개무량함이 이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닌지.. 파란 하늘과 탁트인 조망 그리고 유장한 지리의 마루금들 가을초입 지리의 품은 꿈속 같기만 합니다 반야스친 설렁바람 삼도봉 너럭바위 이르면 순백 도도한 구절초 콧날세워 오뚝하고 연보라 쑥부쟁이 재잘거림이 불무장등 전해질때 가을은 오고있네 파란하늘에서 가을이 떨어지네 붉은 연지찍은 산오이풀이 단애의 끝자락에서 하늘거리고 그 뒤로 상봉의 그림자가 아련합니다 뱀사골을 드리운 구름은 한가로히 흘러가고 남부능선 마루금을 따라 빙 둘러친 띠구름이 유별나게 아름답습니다. < 불무장등 >
< 삼도봉 아래에서 바라본 목통골 >
< 불무장등 능선 >
삼도봉에서 지리의 초입가을을 만끽하고서
불무장등을 향해 길을 내려섭니다
구절초와 쑥부쟁이, 산오이풀이 단애진 능선길을 따라
환한 미소를 짓습니다
부드러운 육산 내림길은 직전마을까지 이어지며
두번의 조망바위를 통해 왕시루봉과 피아골 전경을 보여줍니다
만추가 되면 불무장등 단풍이 유명하나
직접 이길을 걷게되면 그리 화려한 단풍은 구경할 수 없습니다
돼지령이나 토끼봉 삼도봉에서 멀리 바라볼때
숲 전체가 어우러져 고운 단풍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어려움 없이 직전마을에 내려서
버스종점 휴계실에서 탁배기 한잔씩 건네며
오늘의 뿌듯한 산행을 마무리 짓습니다
< 불무장등 첫번째 조망바위에서 바라본 왕시루봉 >
< 귀가길 노을 >
- 감사합니다 -
아름다운 산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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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용님의 댓글
동열아우, 넘 근사해서 할말이 없음니다. 오랜동안 머물다 감니다.
劉載峻님의 댓글
동열 동문 산행, homepage일, 생업 모두 열성인 범생이죠 김 용(61회) 형님, 감히 이심전심이라 답 올리옵니다 저를 포함 모두가 환영 드립니다 부인 손을 따듯히 잡은 사진 속의 행복한 표정의 형님 내외, 선 합니다
이환성(70회)님의 댓글
내 설악공룡은 못탔지만 지리낙타능선은 타고 싶네...빨간마후라 두루고...
윤휘철님의 댓글
구경 잘 했습니다.
이동열님의 댓글
지리산 지명과 동물이름:돼지(돼지령)호랑이(범왕)노루(노루목)토끼(토끼봉)뱀(뱀사골)용(용소골)고양이(묘봉치),,,,
이동열님의 댓글
낙타능선은 ,,,어딧찌? ㅋㅋㅋㅋㅋ
김진수(80회)님의 댓글
하늘과 물, 초록이 한데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네요
좋은 사진 마니마니 올려주세요 선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