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는 걸음 걸음’ 인천을 담고
7월 30일부터 8월 5일까지 6박 7일의 일정으로 진행된 ‘인천바로알기 종주’는 우리지역 청소년들이 인천의 산과 바다와 하늘을 자신의 발로 걸으며 보고, 듣고, 느끼는 과정을 통해 호연지기를 기르고, 인천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을 가지기 위해 마련된 행사이다. 지난 2001년 첫 번째 종주가 시작된 이래 올해는 우리시 주관으로 여섯 번째 종주 사업이 펼쳐진 것이다.
글-정경애 (본지 편집위원) | 사진-인천바로알기 종주단
# Scene1 인천 땅 샅샅이 밟기 조용한 일요일 오후, 등에 배낭을 메고, 손에는 짐꾸러미를 든 사람들이 삼삼오오 시청으로 모여들었다. 엄마와 함께 참여한 청소년, 선생님과 함께 온 아이들. 대회의실에 모인 이들은 발대식을 겸한 오리엔테이션을 가졌다. 이번 종주에 참여한 사람은 일반인을 포함한 참가자가 97명, 팀장을 비롯한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사람 20명 등 모두 117명이었다. 참가자들은 8개의 조로 나누어 조별로 활동을 했고 각 조는 대우자동차산악회 등에서 활동한 자원봉사자들이 팀장을 맡아 단원들을 이끌었다. 종주단을 이끄는 이동렬 단장은 “인천바로알기 종주는 인천을 바로 알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학생들은 90% 정도가 부모님께 등 떠밀려 참가하지만 끝나고 나면 모두들 꿈만 같다고 하며 뿌듯해 합니다.”며 종주사업을 설명했다. 7월 31일 아침 9시 시청에서 간단한 출정식을 가진 후 170km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관교동과 문학종합경기장을 지나 송도국제도시 갯벌센터 홍보관을 둘러보는 것으로 오전 일정을 마무리했다. 오후에는 송도해안도로를 따라 소래해양생태공원을 둘러보고 인천청소년수련관에 도착해 배낭을 내려놓았다. 종주 이틀째에는 부평재래시장과 농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해 ‘삶의 체험 현장’을 경험했다. 삼산농산물도매시장에서 채소경매장을 견학할 때는 중도매인들이 단원들에게 시원한 물을 제공하는 등 격려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평소에 많이 걷지 않았던 학생들이 강행군을 시작하면서 벌써부터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절룩거리며 걷는 대원이 있는가 하면 중간 중간 대원들의 눈가엔 이슬도 보이기 시작했지만 누구 하나 포기하겠다는 말을 꺼내는 사람은 아직 없다. 무거워진 발을 이끌고 흑룡부대에 도착해 부대의 배려로 시원하게 씻기도 하고 호텔급의 숙소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했다.
# Scene2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길 다음은 산과의 싸움이었다. 아스팔트 걷기에 지친 단원들은 내심 산길을 걷는다는 것에 즐거워했지만, 그 즐거움은 잠깐. 철마산을 오르기 시작하면서부터 땀으로 범벅이 된 단원들은 철마산과 계양산을 오전 안에 넘어야만 했다. 점심 식사 후 차량을 이용해 민족의 혼이 서린 강화도에 도착해 고인돌에서 유적지를 돌아보고 다시 세 번째 산인 고려산을 넘었다. 힘든 산행에 지친 대원들 중에는 종주를 포기하겠다는 사람도 속속 나타났다. 설정은씨(32·남구 용현5동)도 그 중 한 사람. 공부방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설씨는 갑상선 종양을 앓고 있으면서도 학생 7명과 함께 이번 종주에 참가했다. “혹시 나 때문에 우리 조만 뒤쳐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자꾸만 포기하려는 생각이 들었지만 끝까지 내 손을 놓지 않은 팀장들과 학생들이 있었기에 완주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한편 김영빈군(부원중 1)은 ‘하루에 산 3개 등반. 이걸 나의 기록으로 남겨놔야겠다’고 종주기에 적기도 했다. 산행은 종주 나흘째에도 계속됐다. 단원들은 혈구산과 마니산까지 등정(?)을 하며 그야말로 인천땅을 샅샅이 밟았다. 인천 종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인천국제공항. 강화에서 차량을 이용해 인천국제공항에 닿은 종주단은 국제공항홍보관을 둘러본 후 끝도 없이 이어진 영종도 해안도로를 걸었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아스팔트길은 그나마 한 점 바람이 불어주어 단원들의 지친 발걸음을 달래주었다.
# Scene3 물집은 터져도 성취감은 남는다 종주라고 해서 무작정 걷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리엔테이션을 가진 첫날 밤 ‘왜 인천인가’에 대한 교육을 시작으로, 해양생태공원을 둘러본 날은 ‘인천의 갯벌과 철새’를 주제로 한 교육이, 군부대에서 하룻밤을 보낸 날에는 ‘인천퍼즐 맞추기’등을 하며 종주의 의미를 되새겼다. 또 만화로 인천을 그려보기도 하고, 풍물 장단을 배워 보는 등 저녁마다 알찬 프로그램이 이어졌고 마지막 밤에는 ‘인천 알아보기 도전 골든벨’과 위로의 공연무대가 펼쳐졌으며 각 조의 장기자랑을 통해 즐거운 시간을 갖기도 했다. 마지막 코스는 인천 다시 밟기. 영종도에서 배편을 이용해 월미도에 닿은 이들은 갑문을 견학한 후 차이나타운을 지나 문학산을 올랐다. 산을 내려오니 어느새 시청이 코앞이다. 시청에 도착한 종주단은 개선장군이 따로 없다. 시청에 닿을 즈음 단원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고생했다, 수고했다는 말로 서로를 격려했으며 마중을 나온 부모님들은 박수로 자랑스런 딸과 아들을 맞았다. 필리핀에서 어학연수를 하다 방학을 맞아 한국에 왔다는 조남식군(남동구 고잔동)은 올해로 네 번째로 종주에 참가한다는 베테랑이다. “부모님의 권유로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참여했어요. 할 때는 힘들지만 끝나고 나면 정말 뿌듯해요. 새 친구를 사귈 수 있고 우리 지역을 하나씩 알아간다는 것이 좋아서 기회만 되면 항상 참가하는 편이예요”라며 씩씩한 미소를 지었다. 170㎞의 대장정은 단순히 ‘걷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인천 땅 구석구석을 밟으며 인천의 숨결을 ‘발’로 느끼고, 저녁마다 이어진 강의를 들으며 ‘머리’로 받아들이고, 동료들과 함께 ‘가슴’으로 하나되는 과정을 통해 발전하는 인천의 모습이 종주단원들의 온 몸속에 고스란히 새겨들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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