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가격은 폭등하고 있으나 정작 이를 생산하는 농민의 심사는 더욱 심란하다. 천정부지로 오른 배추값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지만 대부분의 농민들과는 하등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산지에서 600원하는 배추가 도시에서 3천원~4천원에 팔려나가고 있지만 엄청난 차액은 고스란이 밭떼기로 배추를 입도선매한 중간상인들의 몫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배추값이 뛰면 뛸수록 생산 농가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
본보(19일자)에 따르면 20만평 이상에 150여 농가가 배추농사를 짓는 평택시 진위면의 경우 경작면적의 95% 이상이 수집상들에게 물량을 넘긴 상태라고 한다. 지난해 평당 3천~3천5백원 하던 밭떼기 가격이 6천원으로 오르자 앞다퉈 계약을 했는데 이는 포기당 600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것이 금배추로 변했다. 중국산 김치파동으로 도시 소비자 가격이 3, 4천원에 거래된다니 당연히 복장이 터지지 않을 수가 없다. 이제는 수확의 기쁨 보다는 남의 물건이 돼버린 금배추를 바라보는 심리적 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닐 것이다.
정부는 불합리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해마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고비용 유통구조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5천362억원, 올 6천592억원 등 막대한 예산을 투자했는데도 불구하고 유통마진의 폭은 해마다 커져, 지난해 40%대의 유통비용 비율이 올해는 52.6%에 달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는 농산물 가격에 유통을 포함한 중간마진이 50% 이상 붙는다는 것이니, 농민과 도시 소비자가 당하는 피해 규모는 천문학적인 규모가 된다. 농민들이 농사를 짓고도 부채에 허덕이고, 소비자들이 물가고에 신음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정부가 농산물 유통과정의 선진화를 외친지 오래됐다. 농가 소득을 올리고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전근대적인 유통과정으로 농민과 소비자의 이익을 중간상인들이 독식하는 유통구조는 여전하다. 여기저기 직거래 장터가 개설되지만 전체 농산물을 유통시장의 규모와 비교하면 그저 이벤트성 유통행사일 뿐이다. 정부는 벼 수매를 포기하고 중간상인들은 농사 소득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상황에서 농심이 분노하지 않는다면 이상하다. 농산물 유통구조의 선진화, 정보화는 빠른 시일내에 매듭지어야 할 정부의 중요한 과제이다. <경인일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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