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공자의 제자 자로(子路〓季路)가 스승에게 물었다. “귀신은 어떻게 섬겨야 합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사람도 제대로 섬기지 못하거늘 어찌 귀신까지 섬길 수 있는가” 계로가 다시 물었다. “죽는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스승이 말했다. “삶도 제대로 알지 못하거늘 죽음까지 어찌 알 수 있겠는가” 다른 제자가 또 제사 의례에 대해 묻자 공자는 자기 손가락을 손바닥에 올려놓으면서 말했다. “그야 손가락을 이렇게 얹는 것처럼 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먼저 인간에 대한 의무에 온전히 충실하면서 영적인 존재(귀신)를 존중하되 그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다”
그렇다면 엊그제 또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한 고이즈미(小泉) 총리는 네 가지 잘못을 저지른 셈이다. 첫째, 아내도 제대로 섬기지 못해 곧바로 헤어져 홀로 살면서 귀신이나 섬기고 둘째, 삶도 제대로 모르면서 죽음까지 아는 체하는가 하면 셋째, 전쟁 피해자 보상 등 인간에 대한 의무도 온전히 이행치 못하면서 귀신이나 존중하고 넷째, 귀신을 존중하되 일정한 거리를 두라고 했거늘 그러지 않은 점 등이다. 귀신도 보통 귀신인가. 1948년 11월 12일 저 유명한 도쿄 전범(戰犯)재판에서 땅땅땅 “데드 바이 행잉!” 판결을 받아 그 열흘 뒤 목이 매달린 도조히데키(東條英機) 육군대장 등 7명을 비롯한 A급 전범 28명의 귀신까지 섬기다니! 그들 침략 전쟁광은 ‘야스쿠니’라는 말에 어울리지도 않는다. ‘정국(靖國)’이란 ‘나라를 진정함’ ‘진국(鎭國)’이란 뜻이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과연 ‘헨진(變人→괴짜)’은 헨진이다. 짝짝짝 손뼉 안치고 사인 안하고 묵념만 해도 참배는 참배다. 여론을 무시한 국가 최고 지도자의 편협된 옹고집과 막무가내 황소고집이 얼마나 주변국의 반발을 사고 국가적 불이익을 초래하는지를 모르는 것인가. 그냥 깡그리 무시하는 배포라니! /吳東煥(논설위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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