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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iTV 건물과 토지/이기문(7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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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5. 9. 5)
iTV 건물부지 지역사회 기부채납요구는 정당한가
/ 이기문 인천지방변호사회 회장
1997년 10월 iTV 인천방송이 첫 전파를 쏘아 올렸었다. 당시 인구 250만을 바라보는 광역시임에도, 서울에 위치한 방송사의 전파가 도달한다는 이유로 방송사 설립에서 제외됐었던 인천이었기에 그 감격은 더욱 컸었다. 인천과 경기 지역의 지방 소식과 문화를 전달할 지상파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는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과 의지와도 합치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iTV의 진정한 주인은 인천 시민이었고, iTV 1대 주주였던 동양화학은 시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운영자였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2004년 말 iTV에 대하여 허가권자인 방송위원회은 사형선고를 내렸다. 그에 따라 올 초부터 인천지역에서는 iTV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인천지역의 힘으로 만들고, 이 지역에 뿌리를 내렸던 방송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허탈감과 분노를 느꼈다.
이와 같은 사태의 제일 큰 책임은 누가 무엇이라고 해도 1대 주주였던 동양화학에게 있다. iTV 중단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방송위원회의 재허가 심사는 방송사 운영 주체의 운영 자격과 능력에 대한 심사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주된 이유가 재무구조 부실과 약속 불이행이었다는 점이 이를 대변한다.
하지만 우리는 동양화학이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시민들의 가슴에 상처를 낸 뒤, 동양화학 소유의 땅 57만여 평에 대한 대단위 지구개발이 가시화되면서 동양화학은 수 천 억 원의 개발이익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대단위지구 개발지역은 지상파방송이 중단된 iTV 본사가 위치한 지역이기 때문에 오는 반사이익을 동양화학은 온전히 받을 입장이다.
반면 지역 방송을 다시 만드는 일은 고스란히 인천시민들의 몫으로 되돌려졌다. 올 초부터 시민단체들과 전직 iTV 직원들을 중심으로 지역에 새 방송을 만들자는 운동이 시작됐다. 조그만 불씨에 불과한 시작이었지만, 점점 많은 지역 인사들이 함께 하고 1만 5천여 명 시민발기인까지 모이면서 이제는 지역의 커다란 이슈가 됐다. 여기에 주무기관인 방송위원회가 곧 경인지역의 새로운 방송국 설립 일정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 방송 등장이 가시화되고 있는 요즈음이다.
그런데 최근 시민단체들은 “동양화학 소유 iTV 건물과 토지의 지역사회 기부채납”을 요구하고 나섰다. 개발을 앞둔 동양화학 소유의 땅은 지난 30여 년간 동양제철화학이 폐석회가 쌓여 인천시민들에게 커다란 환경적 고통을 안겨주었다. 더군다나 최근 추진되고 있는 계획대로라면, 동양화학은 폐석회 처리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토지 용도변경에 따른 지가 시세차익과 지구 개발이익까지 얻게 될 입장에 대하여 시민단체들이 그와 같이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문제는 동양화학의 의지이다.
이와 같은 요구에 대하여 동양화학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동양화학으로서는 iTV 사옥과 부지를 인천 시민에게 환원함으로써 인천시민들의 몇 가지 요구에 대해 동시에 답할 수 있는 입장이라고 본다. 우선 지역 방송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는 모습이다. 또한 그 동안 쌓아 두었던 폐석회로 인하여 시민들이 받았던 환경적 고통을 보상을 했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 나아가 이익에 대해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건강한 기업 문화를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 인천시는 이 문제에 대해 방관자의 자세로 있어서는 안 된다. 인천시는 위의 지구 개발과 관련하여 과도한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인천시가 수천억 원의 개발 이익이 보장되는 사업을 승인해주면서,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이익의 사회 환원을 동양화학으로부터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자신의 무능함을 자인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더군다나 이 문제는 방송사의 본사 위치에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고, 몇 년 전부터 여러 지자체가 영상단지를 추진하고, 방송사 유치를 위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인천시의 적극적인 역할을 시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시민단체들의 위에서 본 요구는 동양화학에 대한 사회 환원 요구이면서, 동시에 인천광역시에 대하여는 지역 발전 전략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로 문제를 풀어보라는 촉구이기도 한 것이다.
이제 곧 새로 생길 인천지역 방송은 과거 iTV의 실패를 밑거름으로 더욱 더 깊이 인천에 뿌리내리길 기대한다. 과거 iTV의 모태였던 인천 시민에겐 이를 주장할 충분한 이유와 권리가 있다.
종이신문정보 : 20050905일자 1판 4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5-09-04 오후 5: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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