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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이기문(70회)인천지방변호사회 회장(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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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5. 8. 1)
누구를 위한 수사권 조정 인가.
/이기문 인천지방변호사회 회장
최근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조정문제가 뜨겁다. 그러나 이 문제가 검찰과 경찰 두 당사자에게는 아주 뜨거운 문제이기는 하지만 정작 국민들에게는 시큰둥하다. 양측의 논리싸움도 치열하다.
현재 우리 형사소송법 제 195조는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리고 동법 제 196조에서 “ ①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하여야 한다. ② 경사, 순경은 사법경찰리로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지휘를 받아 수사의 보조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도록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경찰은 검사와 독립하여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게 위 규정을 개정하여 달라는 것이고, 검찰은 아직 안 된다는 입장인데 이 논리의 싸움은 당사자에게는 심각한 문제일런지 모르나 국민들에게는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수사권 문제를 어떻게 바라다 보아야 할까?
먼저 우리 대한민국의 최고 규범인 ‘헌법(憲法)’과 그 헌법에 담겨져 있는 ‘헌법정신(憲法精神)’을 살펴보자. 수사권 조정의 문제는 결국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하여 어느 기관에게 수사권을 맡기는 것이 효율적인 것이며 그 제도를 어떻게 운용하게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사실 국민의 인권 보장업무는 헌법이 수사기관 모두에게 요구하는 업무이고, 수사권의 업무는 형사소송법상의 업무이다. 따라서 수사기관은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업무를 상위개념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수사기관은 인권보장의 업무보다는 수사업무를 우선하여 생각해 왔다. 마치 수사기관들은 수사권을 자신들에게 주어진 당연한 권리라는 차원에서 생각해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문제는 수사권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그리하여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법원이 형사재판을 어떻게 운용하게 할 것인가의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결국 법원이 형사재판을 어떻게 하느냐 에 따라 국민의 인권보장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법원이 형사재판을 피의자 신문조서중심으로 재판을 할 것인지 아니면 공판중심주의로 운용할 것인지를 먼저 분명히 결단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형사재판의 현실은 이런 헌법조항들이 실제 형사재판과정에서 엄밀히 지켜지고 있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과거 법원은 초동수사를 중심으로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의심 없이 믿어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하는데 주요한 증거로 삼았다.
그런데, 문제는 수사기관에서의 초동수사는 국민들의 헌법상에 보장된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고, 자백중심으로 수사 분위기를 가져갔었다. 그리하여 법정에서 피고인이 피의자 신문조서에 반대되는 내용을 주장하거나 변호인이 주장하게 되면, 법관은 수사기관에서는 자백해놓고 왜 법정에 와서 부인하느냐면서 피고인이나 또는 변호인을 괘씸하게 생각하고 그리고 법관은 변호인을 의례히 피고인의 편을 드는 사람이라면서 변호인의 주장을 배척하는 것이 현실의 우리 형사재판의 모습이었다. 이와 같은 형사재판의 기초는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자백위주의 수사를 하게 만들었다. 피고인이 법정에서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고, “피의자 신문조서는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작성된 것이다.”라고 진술하면 법관은“피고인이 자신 도장을 찍어 놓고 왜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느냐”면서 범죄사실의 입증을 다하라고 검사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에서 인권을 침해당하였던 사실을 피고인이 입증해보라는 형식으로 형사재판을 운용해 왔던 것이다.
그러므로 수사기관에서의 수사의 품질은 한마디로 국민들이 신뢰할 수 없는 자백중심의 저 품질의 수사가 되어 버렸고, 그리고 피의자가 그 조서에 자신의 지장을 찍어 버리면, 그것으로 수사는 끝났다. 수사과정에서 고문당했다는 사실을 제시하고 입증시키지 못하는 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은 인정되므로 피고인을 유죄로 판결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법원으로 하여금 재판을 어떻게 하게 할 것인가가 수사권 조정문제보다 더 중요하며, 이것이 이 문제를 푸는 해결의 열쇠이다.
결국 법원이 공판중심주의로 나아가게 되면 먼저, 수사기관은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피의자로부터 범행의 자백을 꼭 받아야 할 이유가 없게 되고, 아울러 자백을 받기 위해 필요했던 폭행이나 협박, 또는 인격적 모독, 고문 등과 같은 방법이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따라서 수사의 품질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피의자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수사기관에 하게 되고, 또 수사기관에서는 피의자들의 이와 같은 주장을 가감 없이 모두 피의자 신문조서에 담아 주게 된다. 그러므로 자연적으로 피의자들은 고문도 받지 않고,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도 아니하며, 명백한 증거로 보충되지 아니하는 한 불필요하게 구속당하는 일도 없게 된다.
결국 국민의 기본적인 인권은 보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수사의 품질은 높아질 수밖에 없으니 수사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만족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향후 수사권의 조정의 문제는 수사의 품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논의하되 국민ㅢ 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수사권이 경찰에 있던, 아니면 검찰에 있던 그것은 국민의 입장에서는 별로 상관이 없다.
종이신문정보 : 20050801일자 1판 4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5-07-31 오후 5:4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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