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과천시청 칼럼 연재분- 제2의 고향(1)
본문
잘들 지내시죠?
정녕 봄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노란 개나리와 진분홍빛 진달래도 언뜻 보입니다.
우리네 팍팍한 살림살이에도 어서 빨리 봄이 찾아와 희망을 노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오랜 만에 신변잡기 방에 들어옵니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모르게 보내버렸습니다.
여기저기서 오는 원고 청탁에 부대끼기도 하고, 팍팍해지는 살림살이를 떨쳐내랴 애쓰며.......
재건축된 새 아파트로 이사를 했습니다. 수 차례의 집들이로 눈코 뜰 새 없이 보내버렸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어야 부자가 된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말입니다.
내 서재방 창문으론 관악산의 늠름한 위용이 보이고, 앞 베란다엔 경관이 수려한 청계산 산자락이 보입니다. 찾아온 사람들마다 전망이 좋다고 비행기를 태웁니다. 아닌게 아니라 저도 하수상한 시국의 착잡함을 그것에나마 마음을 붙이며 보내는 요즈음입니다.
다음은 작년부터 과천시청 요청으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한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주로 과천에 대한 것을 담는 것이라 지역색이 다분히 깔려 있겠지만
저는 이 연재를 통하여 가능한 한 나름대로의 인생 철학을 담으려고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격려 전화는 물론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글을 잘 읽고 있노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흐뭇해지는 한편 무거운 책임감마저 느낍니다.
절친한 윤인문 동기의 요청도 있고 하여 여기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다소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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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우 곤
전근 발령으로 내가 이곳 과천과 인연을 맺고 살아온 지도 어언 16년이나 되었다. 아내는 삼십여 년 동안이나 살아온 자신의 고향인 강릉을 떠나면서, 서울에는 순 깍쟁이들만 산다는데 시골 티가 줄줄 흐르는 여자가 거기서 어떻게 살아가겠느냐며 닭의 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었다. 이에 나는,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에 가든지 정 붙일 데가 없을라고, 자기가 처신하기 나름이지 하고 어깨를 감싸며 달래주었다.
그랬던 그도 당초 겁을 잔뜩 집어먹었던 이웃과의 사귐도 점차 순조롭게 풀리는 데다 서울 생활에 익숙해지자 그 이후엔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고 적극 발벗고 나서는 게 아닌가. 그래서 일까 지금은 시골 티를 거의 벗었음은 물론 마당발로 즐겨 불려지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함께 길을 가다 보면 나보다는 그에게 인사하는 이들이 더 많을 정도다.
언젠가 둘이서 서울대공원을 산책하던 중 그의 속을 떠보려고, 고향을 떠나 과천에 올라와 살게 된 걸 후회하지 않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이에 그는 눈이 휘둥그래지며, 훌륭한 당신 덕에 서울 사람이 다 되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만일 촌구석에 계속 처박혀 있었더라면 한낱 무지렁이밖에 더 되었겠느냐고 하면서 내게 살며시 팔짱마저 껴오는 게 아닌가.
미상불 과천은 우리에게 맛 좋고 풍성한 열매를 많이 안겨준 곳이다. 우선 오래도록 변함없이 훈훈한 정을 나누는 절친한 이웃들이 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자신의 일처럼 적극 나서서 도와주기를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좋은 일엔 서로 달려와 함께 축하해 주니 피를 나눈 형제보다도 더 끈끈한 정에 더없이 살맛을 느끼니 흐뭇하기 짝없다.
또, 이곳은 내게 있어서 인생의 일대 전환기를 맞이하게 한 곳으로 수필가로서의 길을 걷게 한 문학의 산실(産室)이기도 하다. 직장 생활하는 틈틈이 작품을 써서 발표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거니와 시민과 호흡을 같이하는 문학 관련 행사 추진에 있어서 회장단의 일원으로서 열심을 낼 수 있는 것도 더더욱 가슴이 뿌듯한 일이다.
이제는 어디를 둘러보아도 마음이 넉넉하고 편하다. 까닭인즉 내 몸의 피와 살같이 정이 들 대로 든 곳이기 때문이다. 하여 마치 내가 이곳의 주인이라도 된 양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어디에서든 정 붙이고 살면 그곳이 고향이듯이 내게는 과천이야말로 삶의 보람과 긍지를 만끽하는 제2의 고향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러매 그 어느 때까지라도 이곳을 더욱 아끼고 사랑하고픈 마음이 불붙듯이 일어남을 어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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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문님의 댓글
잘 읽었네..과천이 좋은 동네인가봐..2회분도 기대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