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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시청 칼럼 연재분 - 제2의 고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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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고향(II)<?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진 우 곤
흔히 과천은 배 모양의 도시라고 한다. 실지로 그런가 하고 관악산이나 청계산의 정상에 올라가서 시의 전경을 내려다보면 그 말이 과히 틀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에 어떤 이는 다음과 같은 풍수지리설을 들먹이기도 한다. 즉, 배가 정원을 초과하면 밑으로 가라앉을 위험이 있듯이 과천은 7만 명 정도의 인구가 살기에 적당한 곳이라고 말이다. 꽤 그럴싸하게 들려 고개마저 끄덕여진다.
지금 시의 인구는 대략 6만 2,000명 정도다. 진행중인 3단지 아파트의 재건축이 완료되면 7만 명 내외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 도시의 규모치곤 인구수가 사뭇 적은 편에 속한다. 하긴 어느 때는 하루에 똑 같은 사람을 거리에서 세 번씩이나 만나기도 하여, 이젠 그만 만납시다 하고 서로 마주보며 웃은 적도 있으니까 말이다.
이렇고 보니 뭐니뭐니해도 과천은 그저 순박한 인정이 살아서 꿈틀대는 농촌의 한 마을이지 않나 싶다. 때로는 정다운 오누이들이 모여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것 같은 분위기도 느껴진다. 사람들의 표정도 한결 밝고 여유가 있다. 발걸음도 무엇에 쫓기듯 급히 서두르는 법이 없다. 이는 흡사 옆집의 부엌에 숟가락이 몇 개가 있는 것까지 훤히 아는, 너나없이 가난하게 살던 시절의 담장이 낮은 시골을 연상케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또 과천은 사람으로 치면 남자에게서 사랑 받기에 딱 알맞은, 아담한 체구를 가진 여성형 도시 같다. 성격이 그리 모나지 않고 상냥하며, 예의범절을 어느 정도 아는 아리땁고 살가운 누이 같은 체취가 묻어난다. 그래서 일까 흥청거려야 할 저녁에도 호수에 담긴 물처럼 조용하다. 쾌적한 주거환경으론 그만이다. 범죄 발생률도 여타 도시에 비해 지극히 낮음도 바로 이에 기인하는 게 아닐까.
뿐만 아니라 어디를 가나 수목이 눈에 띄게 많다. 하여 봄이면 봄, 여름이면 여름 사계절의 흥취를 두루 맛볼 수 있는 것도 과천의 매력으로 꼽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갈수록 메말라가기 쉬운 시민의 정서를 어루만지며 삶의 윤기와 리듬을 되찾게 한다. 친구들도 여기에 놀러 와서는, 이렇듯 자연의 혜택을 맘껏 누리고 사는 내가 은근히 샘이 나고 부럽다고 입을 모은다. 이따금 과천을 지나가던 중 내가 생각나서 전화를 했다며 그간의 안부를 묻는 고마운 친구들도 있다.
미상불 나도 제2의 고향인 이곳에서 가능하면 오래도록 뿌리를 내리며 살고 싶다. 아내도 다른 델 가보면 숨이 막혀서 못 살 것 같다고 맞장구를 치니 퍽 잘된 일이 아닌가. 이는 아마도 이곳이 안겨주는 순박한 인정과 샘물처럼 솟아나는 정겨움에 오래도록 길들여져 온 탓일 게다. 하긴 타 지역으로 이사했던 이들이 이따금 찾아와선, 여기서 살던 시절이 좋았다며 아쉬움과 후회를 털어놓는 경우가 있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거려짐을 어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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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문님의 댓글
이제 과천 사람이 다 되었구먼..그래도 제1의 고향은 잊지말고 사시게나..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