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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시청 칼럼 연재분-제2의 고향(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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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고향(Ⅲ)<?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진 우 곤
과천은 외지(外地)로 나갔다가 돌아오면 강아지가 주인을 맞이하는 듯 반가움으로 다가서는 곳이다. 아니, 멀리 떨어져 살기에 자주 만나지 못하는 그리운 부모형제를 보러 친정에 온 듯하고, 오래도록 격조(隔阻)했던 친구를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듯하다고 아내는 종종 털어놓기도 한다.
즉, 볼일로 다른 곳에 가면 흡사 촌닭이 관청에 간 듯 어리벙벙해진다는 게 아닌가. 우선 쳐다보기에 고개가 아플 정도로 우뚝 솟은 매머드 빌딩과 아파트 숲, 그리고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진 도로망에 금세 숨이 턱턱 막혀오고, 공중에 붕 뜬 듯 현기증마저 일어난단다. 혹은 도둑놈의 소굴에 들어선 듯 두려움이 앞서 잠시도 한눈을 팔거나 경계심을 늦출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까딱하면 낯선 이에게서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는 험악한 세월이 아닌가. 물질만능에 대한 맹신이 판을 치고, 나만 좋고 편하면 그만이라는 이기심과 상호 불신의 풍조가 맞물려 가치관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사회적 불안과 갈등이 날로 증폭되어 눈만 뜨면 접하는 등골을 훑어 내리는 경악과 전율을 느끼게 하는 무수한 범죄들. 특히, 불특정 살인(혹은 ‘묻지마 살인’)을 저지르고도 그저 세상이 싫어서라거나 아무나 죽이고 싶어서 그랬다는 일말의 죄의식도 없는 자백엔 혀가 내둘러진다. 이젠 가일층 교활하고 잔인해지는 다양한 범죄 수법에 선뜻 집을 나서기조차 두렵다.
또, 귀가 멍멍한 여러 가지 소음과 어깨를 맞부딪칠 정도로 북적대는 인파에 시달리는 것도 이만저만 고역이 아니다. 마치 시끌벅적한 시장 한복판에 선 듯하여 낭만과 여유라곤 도시 찾아볼 수가 없다. 게다가 각종 먼지와 매연으로 오염된 탁한 공기에 속조차 매슥거려지고 머리도 지끈지끈해진다. 이에 냉큼 집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불쑥 솟구친다는 게 아닌가.
하여 발길을 돌려 남태령이나 인덕원을 지나 과천에 들어서면 우선 맑고 신선한 공기가 여간 반갑지 않다. 이에 저절로 가슴이 탁 트인다. 아울러 한바탕 전쟁을 치른 듯 피곤에 젖었던 심신이 신선처럼 가벼워진단다. 마치 조롱 속에 갇혔던 새가 자유를 되찾아 창공으로 훨훨 날아가듯이 말이다.
미상불 과천은 몇 발짝만 걸어도 숭늉처럼 은근하고 구수한 맛이 날 뿐더러 정겨움이 뚝뚝 떨어진다. 진정 사람 사는 냄새가 풍겨나고, 폭신폭신한 솜이불을 덮은 듯 포근함과 아늑함이 절로 느껴진다. 이러매 한 조각의 소박한 꿈일망정 마음놓고 꿀 수 있는 풍요로운 삶의 터전이 아닌가 싶다.
‘언제까지나 살고 싶은 과천’.
이 말이 내 입에서 자주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까닭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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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문님의 댓글
내일모레 나도 과천을 거쳐 강남구 우면동에 있는 서울교육문화회관에 가야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