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인연...
대지가 촉촉해지며 수많은 풀꽃들이 피어나
초록과 보색을 이루며
말 그대로 향연을 펼치는 5월이 오면
복사꽃 흩날림에도 인연들이 떠오르며
그리움이 밀려오곤 한다.
나이가 들고 있음인가
가까이서부터 어디 있는지 조차 모르는
스치듯 지난 인연들까지
한 올 한 올 실타래가 풀리듯 떠오르는 추억의 얼굴들이
시린 그리움이 되어 향수병처럼 가슴을 저미게 한다.
때론 아쉽고 또 때론 고마운 인연들이다.
내가 여전히 선생이란 길을 걷고 있음인가
봄비처럼 스며드는 달고 쓴 인연 중에
오늘같이 피웠던 꽃잎이 저리 흩날리는 날에는
새삼 아름다운 인연 하나가 떠오른다.
나와 같은 선생의 길을 걷다
9년 전 세상을 달리한 나의 매부는
나의 모교이기도 한 인천고에서 교편을 잡았었다.
매부가 조금 일찍
세상을 떠나시고 9년이 지나도록
잊지 않고 사은의 온정을 보여주는
그의 인천고 제자들을 보면서
오늘도 난 나의 길을 돌아보게 된다.
바쁜 일상의 테두리 안에서
오랜 시간이 흘러
이젠 잊혀 질만도 하고,
이젠 살짝 외면할 수도 있으련만
여전히 그들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남겨진 나의 누이와 가족들의 눈시울을 붉게 한다.
매부가 세상을 멀리하던 그날에도
장지까지 동행하며 이별을 아쉬워하던 그들은
장례를 치르고 9년이 지난 얼마 전
누이와 조카를 불러 사은의 시간을 가졌다.
제자 부부들이 함께한 그 자리는
따끈한 저녁상과 정성의 선물 그 이상이었다.
잠시나마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을 포근하게 느끼기에 충분했으며
누이도 그 순간만큼은
매부가 없는 자리가 그리 쓸쓸하지만은 않았단다.
또한
같은 선생의 길을 걷고 있는 나에게도
더 큰 자존과 가슴 뿌듯함으로 다가왔다.
더구나
이 훈훈한 사람 사는 이야기가
나의 모교인 인천고 동문의
뜨거운 가슴 한복판에서 나왔다니......
숱한
순환 고리를 맺고, 이어가는
인연이란 것이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거목의 뿌리 같은 존재는 아닐런지......
* 저의 매부 고 임계현(국어)선생님을 아직도 기억해 주시고
사은의 정을 베푸신 인고 66회 선배님들께 큰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누이가 66회 졸업앨범을 뒤져 참석했던 분들의 이름을 찾아주셨는데,
신부균선배님, 윤석우선배님, 윤광규선배님, 김기훈선배님, 양만식선배님, 유인술선배님, 윤순도선배님, 이종욱선배님, 장만복선배님, 장석우선배님, 차병열선배님, 한충배선배님, 최홍모선배님, 박상기선배님, .....등등
기억이 잘 안나네요. 죄송합니다.)
인연의 달 5월을 맞으며 70회 이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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