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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령 산행기-1
본문
"지금 몇시지?" "더 자요. 애들마냥." "몸이 안 좋네. 목이 아파." "나 같으면 안간다." "아니야, 가야돼.선자령. 바람은 다 잡아놓고 빠지면 안돼." "몸이 오슬오슬 춥네." 잠이 들었다 깼다한다. "몇시지?" "내참." 다섯시다. 평소처럼 복근운동과 팔굽혀 펴기 200회, 아령까지 하니 "당신 꽤병이지?" "아니야, 운동이 습관처럼 되어서 나도 모르게..." 그냥 집을 나서려는데 계란 후라이 2개를 인삼차와 함께 식탁에 내 놓는다. "다녀올께." "용팔씨, 잘 다녀오삼. 넘 잘난척 하지말고." "이 사람이."
빈 택시 두대가 멀리서 지나친다. "택시! 택시!" 못 들었다. 5시 48분, 택시 한대가 스르르 곁에 다가선다. "아저씨, 목동역 5번 출구요." "요금에 추가 이천원인데 만 오천원만 주시죠." "갑시다." "등산가시나요?" "네." " 어디요?" " 선자령요." "저는 정선이 고향인데요. 산에는 안갔어요. 앞뒤가 산인데 뭐라가요. 요즘은 가요." 묻지도 않았는데 말도 잘한다. "정선하면 동강이 있고 아라지가 유명하죠?" " 네." "저는 영월서 여름이면 하계봉사를 수년간했어요. 젊음을 바쳤으니 제 2의 고향이라고 생각해요." 이 또한 묻지도 않았는데 혼자 답을 하고 있다. "순수한 아이들이 지금도 눈에 선해요." "아하! 저도 기억나요. 저의 동네에도 대학생들이 왔어요. 저 보고 여름학교에 오라고 하기에 슬금슬금 도망을 쳤어요. 근데 그 분이 끝까지 쫓아오지 않겠어요? 죽어라 도망가 대추나무 끝에 대롱대롱 매달렸어요. 그때서야 포기하고 가시더군요." "어린 마음에 서먹하고 쑥스러워 그랬죠?" 제가 가르치던 아이들도 그랬어요. 처음에는 쑥스러워 얼굴도 못 들고 몸을 베베꼬고 긁적거리다 친해지기 시작하면 집에도 안가고 나중에는 공책장을 찢어들고 선생님들 집 주소를 몽당연필에 침 묻혀가며 엉덩이를 하늘로 뻗친 채로 받아 적었죠."
목동 5번 출구다. "만 오천원 여기있어요. 수고하세요." "잘 다녀오세요." "네" 차가 서 있다. 머뭇거리자 "선자령 가세요?" 신동아 관광차 정진희 기사님이시다. "네. 맞아요." "김재정씨라고 몸이 안좋아 못간다고 전화 왔어요." "아. 네." "78동기회 선자령" 표지를 28인승 리무진 우측 유리창에 붙인다. 승헌이, 안식이, 수호에게 전화를 건다. 재신이는 오늘도 핸펀이 불통이다.
6시 31분 출발이다. 수시로 갑현이의 전화를 안식이가 받고있다. 책임감으로 똘똘뭉친 총무님의 마음을 읽는다.
7시 45분 양재역에서 상수에게 전화를 건다. 반갑다. 병일이가 아직 도착을 못하여 기다리고 있단다. 30년만에 처음보는 병일이가 탄다. 공주에서 새벽에 올라온 수원이도 타고 희억이도 탄다.
8시 13분 복정역에서 민규가 타고 유선이의 손에는 분명 떡이 들려있을 것이다. 아침을 굶고 올 친구들을 위해 배려의 마음을 쏟고 있는 것이다. 필련이,순교,영준이,그리고 마지막으로 갑현이가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 탄다. 오늘은 갑현이의 오지가 얼지 않았는지 심히 염려스럽다. 반갑게 서로 악수를 나누니 무선 마이크에서 갑현이의 무게를 잔뜩 잡은 숙달되고 노련한 저음의 인사말이 시작된다. 그리고 무게 중심을 잘도 잡는다. 분명 동파되지 않은 것만은 확실하다. 적당한 키에 중심추가 안정적으로 지구의 중심축을 향해 잘 발달했나보다. 그런데...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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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0
윤인문(74회)님의 댓글
용혁후배가 잘 터뜨리지 않는 시리즈물을 터뜨리기 시작하는군요..기대가 됩니다. 배경 노래가 아주 좋군요. *^^*
윤용혁님의 댓글
인문형님, 바쁘신 와중에 답글 감사합니다. 노래는 사랑의 노래랍니다. 울 멋진 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