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감성의 카메라 펜탁스에 관한 짧은 이야기
본문
제가 활동중인 펜탁스포럼과 SLR클럽 사용기란에 예전에 적어 놓았던 글을 다시 가지고 왔습니다.
덕분에 존칭을 쓰지 못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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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탁스 MX
최초 출시연도가 1976년이고 내가 초등학교를 입학한 해가 1979년도니까 아마 그 즈음에 우리집에 식구로 들어온 것 같다.
지금은 흔하디 흔한게 카메라지만 당시엔 TV, 카메라, 전화기 등은 당당한 가족의 일원이었다. ^^
어째든 우리집 최초의 카메라는 펜탁스 MX였고 마치 번들처럼 딸려온 렌즈는 M50.4였다.
지금도 낡은 카메라 가방과 MX, 그리고 M50.4를 보고 있으면, 젊은 아버지의 풋풋한 체취가 흐뭇이 묻어있다.
내가 소유했던 최초의 카메라는 코닥의 스냅식 카메라였다. 정확한 기종은 기억이 안나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는 나에게 카메라를 선물해 주셨고, 이후 중학생때까지 많은 추억들이 그 카메라를 통하여 나의 앨범 속에 저장이 되어 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키도 아버지만큼 커지고, 밥도 아버지보다 많이 먹기 시작할 무렵 슬슬 아버지의 카메라가 탐이 나기 시작했다. 바로 그 MX가...
피사체에 들이대고 초점링을 슬슬 돌려가며 사진을 찍는 모습은 어린 내 눈에 전문가의 모습 바로 그 자체였고, 한참을 폼생폼사로 사는 나이에 당연히 MX는 탐나는 존재였었다.
코닥은 동생에게 전수하고 바로 MX를 접수했다.
AF가 뭔지, 랜즈 화각이 뭔지, 심지어는 펜탁스에 다른 렌즈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지만 아버지의 펜탁스는 나에게 상당한 감흥이었다.
고1때 소풍을 가며 급하게 카메라를 꺼내갈 때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다지 해가 쨍한 날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5.6에 125로 맞춰 놓고 찍으면 되겠다.” 그랬다. 그때 난 카메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그냥 펜탁스가 좋았다. 아버지가 쓰시던 거니까.
91학번.
대학에서 교양과목으로 눈에 번쩍뜨이는 넘이 있었다. 사진과 영상.
한학기는 수강신청을 해서 들었고, 한학기는 시간을 쪼개 청강을 했다.
그 때 이 세상에는 정말 많은 카메라와 렌즈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더불어 ASA(ISO)값에 따른 수많은 종류의 필름이 존재한다는 것도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난 그때까지도 그냥 “5.6에 125” 였을 뿐 중요한건 피사체를 앞에다 두고 초점링을 돌리는 나의 모습이었다.
장가를 가고 첫아이가 생기자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를 상대로는 도저히 초점링을 돌려댈 시간이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아이는 모델도 아니었고 꽃도, 나무도 아니었다.
삼성의 AF카메라를 처음 구입한 것도 이 때였는데... 얼마 사용하지 못했다.
대략 일년 쯤 지나서였을까, 지금의 펜탁스 DSLR보다 비싼 가격에 니콘의 디지털카메라 995를 구입하였고, 상당히 많은 추억이 995와 함께 묻어 있다.
그후 기변병으로 인하여 여러 하이엔드를 전전하다가, 드디어 DSLR이 가시권에 근접한 가격으로 추락했을 때, 나는 일말의 주저도 없이 니콘과 캐논을 뒤로 하고 펜탁스로 손을 뻗쳤다.
이유?
단순하다. 지금 다시 고르라고 해도 펜탁스를 고를 수 밖에 없는 이유.
아버지의 젊은 손때와 내 청소년기의 사치가 묻은 M50.4렌즈를 다시 쓸 수 있다는 게 펜탁스를 고른 이유다.
흔히들 펜탁스를 감성의 카메라라고 표현한다.
색감에서 감성의 펜탁스라고 하기엔 포토샵의 성능이 너무 좋다.
렌즈에서 감성의 펜탁스라고 하기엔 니콘과 캐논이 가만히 있을 턱이 없고, 더욱이 독일애들 난리난다.
바디에서 감성의 펜탁스라고 하기엔 디지털에 감성 운운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하고 싶다.^^
내가 생각하기에 펜탁스가 감성의 카메라인 이유는 대를 이어서 추억을 기록하는 도구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 어릴적 아버지의 펜탁스에 주된 피사체는 ‘나’였다. 지금 그 ‘나’가 자라나서 아버지가 쳐다보던 렌즈로 우리 아버지의 손자를 피사체삼아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고 있다. 우리 아버지의 손자는 또 그 아들을 같은 렌즈로 쳐다보게 될 것이다. 물론 그때까지도 펜탁스의 정신이 변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변하지 않을 듯 싶다. 그 때 내 아들은 할아버지가 보았던, 그리고 아버지가 보았던 작은 렌즈를 통한 세상을 똑같이 들여다 볼 것이다. 그러면서 그 렌즈를 통해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감성을 읽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펜탁스가 감성의 카메라인 이유이다.
펜탁스를 주력기종으로 사용한다고 하면, 적어도 니콘이나 캐논으로 카메라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 비해서 수동기에 익숙한 사람들일 것이다. 예를 들어 펜탁스 사용자에게 AF는 있으면 편하고 좋지만 없어도 눈과 손으로 맞춰 찍으면 되는 것이다.. 다른 카메라에 비해서 스플릿 스크린을 장착하는 비율이 유독 펜탁스에 많은 사실이 이를 충분히 증명한다.
작품사진은 작가가 찍는 것이다.
내가 작품사진을 맨날 찍을 수 있다면 벌써 직장 때려 치웠다.
똑딱이부터 하이엔드까지 두루 섭렵해 봤지만 예전 MX만큼 나오는게 없었다. 결국 데세랄로 오게 되었고 내 동수(DS)는 처음 MX를 잡았던 고등학교 때의 흥분된 나로 돌려놓았다. 물론 그 때의 렌즈와 더불어.... 우습게도 번들보다 50.4의 사용비율이 더 높다. ^^
지금은 나름대로 렌즈군을 갖추고 사용하지만 M50.4는 30년이 쬐금 안되는 지금까지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아버지의 그리고 지금은 나의 카메라렌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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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된 사진은 현재 제가 보유하고 있는 펜탁스 MX카메라와 거기 마운트된 M50.4렌즈이며,
지난 인사동 모임에서 펜탁스 ds DSLR카메라에 상기 M50.4를 마운트하여 수동으로 찍은 사진들입니다.
자유게시판에 올려놓았는데 선배님들께서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그냥 무슨 카메라로 찍었는지 적어 놓고자 글을 올렸습니다.
물론 포토샾등의 후보정은 전혀 없었구요...(할줄도 모릅니다...^^)
포토웍스에서 리사이즈만 했습니다.
댓글목록 0
윤인문님의 댓글
어쩐지 사진이 선명하드라..그게 펜탁스로 찍은거구먼..
張宰學(90회)님의 댓글
현일이 사진 잘 찍네 그려 ^^
이동열님의 댓글
스캐너두 존거 가터,,,ㅋㅋ
이동열님의 댓글
글도 참 잘쓰는 울 후배 현일이,,,짝짝짝~~~~~~~
오윤제님의 댓글
우리는 세상을 강조해서 보기도 하고 필터링해서 보기도 하고 흐릿하게 하기도 하고 진하게 하기도 하는데 그냥 맨눈으로 보는 세상이 좋은것 같아요.
엄준용님의 댓글
그래서 사진발이 훌륭허게 나왔구먼,,,^^
김현일(90회)님의 댓글
댓글주신 모든 분들 꼭 부자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