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인도 게스트하우스의 꼬마요리사 (펌)
본문
인도를 여행하면서 가장 신경을 써야할 일 중에서 잔돈을 준비하는 일입니다.
인도에는 배려해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간혹 원하는 모든 사람을 다 배려할 자신이 없으면 매몰차게 외면해야 한다는 얘기들도 하지만
막상 인도여행을 하면서 손 벌리는 사람들을 외면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 Varanasi 갠지스강가의 걸인들 - 동냥(baksisi)은 걸인들의 권리이자 시민들의 의무인듯 >
인도를 여행하면서 택시를 타거나 릭샤를 타게되어 상당 시간 함께있어야 하는 경우
그 사람들이 물어 보지도 않는데 빠뜨리지 않고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My business very small business ..."
"My salary is ... "
"My family ... very poor"
하며 두 손가락을 비벼대는 모습을 합니다.
택시를 타기 전에, 릭샤를 타기 전에 가격을 미리 흥정했다고 다 끝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영화 Home Alone 처럼 뭔가를 요구하며 내민 손에다가 씹던 껌을 쥐어 줄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래도 거리에서 부딪치는 걸인들은 그런 대로 외면할 수가 있습니다. 아니 그래야만 합니다.
하루에 길거리에서 부딪치는 사람들만 해도 10루피 (400원) 씩 주어도 당할 재주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택시운전사나 게스트하우스, 식당직원들 등 직접 얼굴을 맞대고 지내야 하는 경우는 피할 수도 없게 됩니다.
하다 못해 하루 한 차례는 담배 한 가치를 주더라도 성의를 보여야 마음이 편해집니다.
< Varanasi Goudolia 거리 - 갠지스강가로 나가는 길목이라 항상 인파로 붐빈다. >
바라나시의 시장터 갠지스강으로 나가는 고둘리아 거리에는 외국인 배낭족들이 묶는 게스트하우스들이 몰려있습니다.
인도의 중산층 및 외국인 배낭족을 상대로 운영하는 숙소인데 양변기를 갖출만한 등급에서는 바닥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스트하우스에는 바닥청소하는 사람, 객실청소하는 사람,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 등
아주 어린 아이부터 노인 (알고 보면 나보다 젊을 듯) 까지 꽤 많은 직원들이 있습니다.
아마 그중 일부는 월급도 없이 투숙객들이 주는 팁으로 살아 나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게스트하우스주인은 공짜로 직원을 고용한 셈이고,
그들은 어차피 놀고 있는 처지에, 게스트하우스 안에서 지내면 외국인들을 만나 팁이라도 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도에서 택시기사의 한달 월급이 Rs.3000 (약 75,000원), 외국인으로 부터 받을 수 있는 최저단위가 10루피 이니
하루 5명 한테만 팁을 받아도 한달 내내 일을 해야하는 운전기사월급의 반을 편안하게 챙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많은 직원들 가운데 제가 부딪치는 사람은 정해져 있습니다.
나이 어린 아이들은 일만하고 투숙객, 특히 외국인들과의 접촉은 나이 많은 직원들로 부터 제지 받고 있습니다.
물론 조그만 게스트하우스에 직원복무규정 같은 것이 있을리는 없겠고
외국인 투숙객과 접촉하는 기회가 많을수록 팁을 받아 내는 확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그러는 것 같습니다.
방에서 룸서비스(롯데호텔의 룸서비스가 아님, 식당이 따로 없고 주문하면 방으로 배달)로 식사를 한 후
빈그릇에 벌레들이 자꾸 몰려 들어 빈그릇을 직접 복도 한쪽에 있는 주방으로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주방 안에 있던 꼬마 아이가 뒷 전으로 물러나며, 한 쪽 구석에서 게으름 피며 놀던 사람이 나타납니다.
그 아이는 외국인과 말을 붙인다든지 직접 접촉하면 큰 아이한테 혼이 나는 것 같습니다.
< 게스트하우스의 직원 : 외국인들의 식사주문 만 도맡아서 하고 있다. >
빈그릇을 제가 직접 주방까지 가져다 주었는데도, 주방의 직원은 손가락을 튕기며 팁을 요구했습니다.
그 직원은 식사를 주문할 때마다 청구서를 두 번 나누어 내밀며 제법 부수입을 올렸던 사람입니다.
인도식 빵과 커피가 40루피, 인도식 치킨요리가 80루피 이면 합해서 120루피의 청구서를 가져 오는 것이 아니라
40루피 청구서 먼저 가져 오고, 나중에 80루피 청구서를 가져옵니다.
대부분 외국인들이 잔돈을 많이 소유하지 않고 있기에 keep the change 를 두 번 기대하는 것입니다.
하다 못해 탁자 위에 있는 담배갑을 가리키면 "g....ood" 하면 한 가치씩 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즉 자주 들락거려야 뭐가 하나라도 더 챙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길에서는 수없이 몰려 들어 부딪치는 걸인들의 손은 외면할 수는 있어도, 아니 외면할 수 밖에 없어도
면전에서 내미는 손길에는 마음이 약하기 때문에 이 친구는 더욱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 게스트하우스 주방의 꼬마요리사, 큰 아이는 놀기만하고 꼬마가 모든 일을 도맡아 한다. >
한 번은 복도를 지나다가 주방을 들여다 보니 꼬마요리사가 혼자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영어를 전혀 못해서 (그럴 수 밖에, 나이 많은 친구들이 외국인과 접촉하지 못하게 하니 ...)
얘기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다른 사람들 통해 물어 보니 불과 12살의 나이였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미성년자의 노동력착취로 호텔주인은 노동법에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 인도에서 그런 법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한창 공부를 해야할 나이에 게스트하우스에서 24시간 쳐박혀 음식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다른 사람이 보지 않을 때 그 아이 한테 $1를 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1=Rs.38 정도 되는 환율을 모르는 듯 10루피를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달러를 가지고 있어도 환전할 수 없어서 사용 못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1보다 10 크다는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주머니를 뒤져서 Rs.20 루피로 바꾸어 주었습니다.
그 다음 장면이 안스러웠습니다.
꼬마주방장은 Rs.10 두 장을 어디다 숨길지 사방을 둘러 보고 찬장 뒤의 공간에 숨기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주머니에 돈을 넣고 있다가 들키면 빼앗길까봐서 겁이나는 모양입니다.
< 바라나시의 12살 꼬마요리사는 인도요리부터 이탈리아 파스타까지 (맛은 다르지만) 메뉴가 폭넓다. >
제가 오래 전에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한테 등록금을 대주는 운동을 펼쳤던 적 있습니다.
그때 한 중학교의 교사로 있는 친구가 고등학생 보다는 중학생을 도와줄 것을 제의받았습니다.
그 이유는 미성년자고용금지법 때문에 고등학생들 보다는 중학생들이 더 곤경을 겪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중학교를 졸업하면 가정이 여의치 않으면 하다 못해 진학을 포기하고 중국집 배달일이라도 할 수 있지만
중학생은 미성년자이기에 취직을 못하고, 그렇다고 놀 수는 없어 학교는 다니는데
집안형편이 어려워도 중학생들은 미성년자고용금지법에 때문에 돈벌이를 못한다는 것입니다.
즉 미성년자를 노동력착취에서 보호하려고 제정한 미성년자고용금지법은 미성년자 돈벌이금지법이기도 한 것입니다.
언젠가 다큐멘타리 방송에서 네팔이나 동남아시아에서 미성년의 노동력착취에 관한 방송을 본 기억이 납니다.
힘없는 어린 아이들이 무거운 돌을 옮기는 일이나, 카페트를 짜는 일 ......
그러나 문제는 일하기 싫은 어린 아이들이 강제로 동원되는 것이 아니라
집안 생계를 위해 부모에 의해 떠밀려, 또는 자발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는 경제환경이 문제입니다.
그런 나라에 미성년자고용금지법을 들이 대면
그 아이들의 가족의 생계가 위협 받을 수도 있습니다.
고사리 같은 어린 아이들의 손에 무거운 건축자재를 맡겨 부당이익을 취하는 고용주가 밉지만
그 형편없는 돈벌이나마 보장해주지 못하는 정부에서는
말릴 수만도 없는 문제입니다.
문득 그 꼬마 주방장을 보고 그런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저 어린 것을 주방에서 부려 먹다니 몹쓸 어른들 ...... "
"아니 어리다고 고용금지를 하면 저 아이는 어떻게 살아가라고 ...... "
제대로 보호해 주지도 못할 법을 만들어 겉으로는 도와주려고는 했지만 속으로는 골병이 들게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 후 부터는 나이 많은 직원이 식사주문을 하러 오면 그 한테 주던 팁을 반으로 줄이고
카메라가방을 메고 나가면서 주방에 들러 몰래 꼬마 한테 그 만큼 돌려 주었습니다.
< 허름한 게스트하우스 객실을 한 아이는 화장실, 한 아이는 바닥을 청소한다. 16살, 17살>
그런데 이것이 아이들 사이에 소문이 나게 되었습니다.
마당을 청소하던 아이들, 복도를 청소하던 아이들이 제가 외출에서 돌아오면 방으로 따라 들어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한 놈은 화장실을 청소하고 한 놈은 객실을 청소하고 부산을 떱니다.
그 게스트하우스는 체크아웃 할때만 청소하고, 객실청소는 투숙객 self 인데 말입니다.
"야, 이놈들아 나 잔돈 다 떨어졌어 !"
"No problem, American cigarette !"
나마스테 ... !!
댓글목록 0
오윤제님의 댓글
낚시하여 몇마리 잡은놈으로 매운탕 끓일 때 가까이 닦아와 끓이고 있는 냄비 뚫어져라 바라보면 우리 먹을 것 모자란다 보내지 않고 한잔 따라주는 인심 바로 그런거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