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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눈이 옵니다.
본문
펄펄 눈이 옵니다. 위 노래는 어릴 적 눈이 올 때면 하늘 향해 혓바닥으로 눈을 받아먹으며 동네가 떠나가도록 친구들과 부르던 동요이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면 정말 신났다. 개장의 누렁이도 덩달아 신이나 고리를 흔들며 혹 풀어주면 눈밭을 이리저리 뒹굴며 좋아하였다. 사철나무에 놀러온 참새도 눈뭉치를 안으며 푸드덕 거리고 힘에 겨워 한 무더기의 눈뭉치를 땅에다 냅다 팽겨 쳤다. 눈은 계속해서 내렸다. 온 산과 온 마을을 하얗게 뒤덮어 솜이불을 깔아 놓은 듯 고요함만이 남았다. 대나무를 쪼개 촛불에 앞머리를 둥글게 말아 스키를 만들었다. 신발에 칭칭 감고 용판구덩이 위 구릉에 동생과 같이 가서 미끄럼을 탔다. 잘 미끄러지나 중심을 잃어 고꾸라지기 일쑤다. 몇 번을 시도한 끝에 잘 타고 내려가다 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며 무릎을 크게 찌었다. “아이고! 아파라.” 통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바지를 걷어 올리니 피가 주르르 흘렀다. 얼어붙은 흙 부스러기를 갖다 붙이고 동생의 부축을 받았다. 차라리 산소 갓에서 탔으면 하는 후회는 이미 늦었다. 그걸로 세상에 나와 처음해본 스키 타기는 끝장이 났다. 오후에 해가 나자 세상은 온통 반짝거림으로 눈이 부셔 눈을 뜰 수가 없으니 모두가 가재 눈이다. 동네 형들을 따라 산토끼를 잡으러 산으로 올라갔다. 눈이 무릎까지 찼다. 이리저리 난 토끼발자국과 노루발자국이 선명하였다. 이미 토끼를 잡은 듯 가슴이 두근거렸다. 형들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토끼는 뒷다리가 길기 때문에 산꼭대기에서 아래로 내리 몰아야 한다며 우리를 산 정상으로 올려 보냈다. 눈길을 헤치며 산을 오른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낑낑거리며 산을 올랐으나 눈 속에 산토끼구경도 못했다. 등줄기에는 식은땀만 속옷을 적시며 흘렀다. 산을 오르기 전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자꾸 생각났다. “산토끼를 잡으러 간다고? 이놈아, 토끼가 널 잡겠다.” 갑자기 푸드덕하며 날아오르는 장끼에 놀라 가슴을 쓸어 내렸다. 주위를 살피니 저쪽 덤불이 어지럽다. 가까이 다가서니 황조롱이가 며칠 전 꿩을 잡아 푸짐하게 시식을 하였나보다. 김치에 밥만 먹다 꿩고기를 생각하니 그날따라 황조롱이가 부러웠다. 깃털 몇 개를 건져 챙겼다. 허기는 지고 이마에 땀을 훔치려니 동네 형 하나가 얼마 전에 있었던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었다. 얘긴즉슨 아랫동네에 여수라는 이름을 가진 아저씨가 있었는데 그분이 나무를 하러 지게를 지고 산에 올랐다한다. 갑자기 배가아파 산에서 큰일을 치르고 있는데 바로 코앞에서 매가 꿩과 엎치락뒤치락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일은 아직 진행형이고 두 놈을 잡긴 잡아야 하는데 급한 마음에 지게작대기를 총으로 착각하고 겨냥하며 “땅땅!” 소리치니 매와 꿩은 휴전을 선언하고 각자 뿔뿔이 도망을 쳤다는 것이다. 후려쳤으면 몽땅 잡을 수 있었는데 총소리를 내니 그 소리는 산하에 메아리쳐 “여수 땅땅”이 되었다는 것이다. 먹을거리가 귀하던 시절에 아주 아쉬운 한 대목을 들려주었다. 우리는 믿거나 말거나 빈손으로 뚜벅뚜벅 산을 내려왔다. 신발은 젖어 발이 시렸고 동상이 걸릴까 두려웠다. 산을 헤맨 바지 아랫단은 눈에 얼어 발목을 쓰라리게 스쳤다. 집에 도착하니 아궁이에 불을 지피시던 어머니가 빙그레 웃으며 “어이구! 내 아들, 토끼 많이 잡았구나? 내 말이 맞지? 토끼가 널 잡았지?” 멋 적어 씩 웃었다. 젖은 양말을 벗겨 아궁이에 말려주시는 어머니의 손길이 따스하였다. 가마솥의 누룽지 내음이 얼마나 구수했던지... 어머니의 사랑이 넘치는 눈이 펄펄 옵니다. |
댓글목록 0
오윤제(69회)님의 댓글
토끼는 올매를 놓고 잡아야지 위에서 쫒는다고 또끼가 나잡아라 내려옵니까
윤인문님의 댓글
오늘 점심은 누룽지밥이 나오는 식당으로 가야할까 합니다..ㅎㅎ
윤용혁님의 댓글
ㅎㅎㅎ 윤제형님, 위에서 몰면 앞다리가 짧아 고꾸라진데요. 그래서 그만.... 하나도 못잡았어요. 건강하시죠? 즐거운 시간되세요.
윤용혁님의 댓글
인문형님, 유럽연수 잘 다녀오셨군요. 누룽지가 최고입니다. 건강하세요.
이동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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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秉秀(69回)님의 댓글
눈 오면 옛날에 먹은 꿩고기가 생각나지요... 꿩고기 맛은 빡빡하여서 기름이 많은 산비둘기를 같이 넣고 조리하면 맛있지요...ㅎㅎ.. 35년전 이야기...ㅋㅋ...